'선배가 쏜다'는 옛말?…'밥약'이 부담스러운 학생들

김명주 / 2023-03-02 17:40:51
노 마스크 새학기…고물가 탓에 밥 약속 잡기 부담
대학가 식당, 일부 메뉴 가격 인상…"손님도 줄어"
마스크 착용 여전…"서로 얼굴 익히기 쉽지 않아"
"'밥약', 솔직히 부담스럽죠."

대학가 개강 첫날인 2일 낮 12시쯤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서(21·여) 씨가 포장된 샌드위치를 한 손에 들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새학기가 시작된 2일 낮 12시쯤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정문.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김명주 기자]

4년 만에 마스크를 벗은 본격적인 대면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이때쯤이면 입학 전 진행되는 '미터'(미리 배움터), '새터'(새내기 배움터)에서 얼굴을 익힌 선후배 간 '밥약'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밥약은 선배가 후배에게 밥과 커피를 사주며 친목을 다지는 밥 약속을 뜻한다. 선후배 간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물가가 크게 오른 탓에 선배는 후배와의 식사 자리가 편하지만은 않다. 마스크 쓰기가 몸에 배어 교류의 어려움도 있다.

김 씨는 "밥값이 많이 올라 솔직히 부담된다. 하지만 새내기들을 사귀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며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며 모아둔 돈으로 밥과 커피를 사는 중"이라고 말했다.

화학과에 재학 중인 3학년 안 모(22·여) 씨는 "학교 앞에 자주 가는 스시집이 있는데 오늘 보니 가격이 1000원 올랐다"며 부담을 호소했다. 

카페 가기도 쉽지 않다. 안 씨는 "스타벅스 같은 비싼 프랜차이즈 커피보다는 1000~2000원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마신다"고 전했다. 

벤치에 학과 동기와 나란히 앉아있던 안 씨 옆에는 저가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이 놓여있었다.

신입생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선배들과 친해지길 기대한 사회과학대학 신입생 장준서(21·남) 씨는 "선배들에게 밥을 사달라고 하기도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며 "학과 내에서 밥약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장 씨는 "지난달 선후배가 모이는 술자리가 있었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각자 계산했다"며 "안주뿐 아니라 소주·맥줏값도 학생들 입장에선 비싸다. 현실적으로 선배들이 다 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2일 오후 2시쯤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정문 근처 식당가. 골목 끝 식당 앞에 학생들이 모여있다. [김명주 기자]

중앙대 인근 식당들은 일부 메뉴의 가격을 인상했다. 한 분식집 라면값은 지난해 4000원에서 올해 5000원으로 올랐다.

이 분식집을 30년째 운영 중인 이영균(70·남) 씨는 "재룟값과 인건비가 올라 어쩔 수 없었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해 음식량을 더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늘이 개강하는 날이라 어느 정도 기대했는데 코로나19 이전보다는 학생들이 적게 왔다. 원래는 오후 3시까지 학생들이 꽉 찼다"고 했다. 

22년째 철판요리 가게를 하는 민 모(77·남) 씨는 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가격을 500원~1000원 정도 올렸다. 코로나 때 매출 타격이 컸지만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올해는 더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마스크도 선후배 교류의 걸림돌이다. 

사회과학대학 신입생 이선호(21·남) 씨는 "강의실에서 10명 중 7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신입생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스크 탓에 얼굴을 익히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노 마스크' 새학기에도 학교 건물 내·외부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교수가 있다고 한다.

자연과학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21·여) 씨는 "코로나에 걸릴까 우려해 강의실 안에서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 교수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시국에 입학한 이 씨는 "이미 선배와 동기의 마스크 쓴 모습을 봐 왔기 때문에 학우들을 알아보는 데 큰 불편은 없지만 새로 입학한 후배들 얼굴을 익히긴 쉽지 않다"고 했다.

KPI뉴스 /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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