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두루미가 인천 강화갯벌로 귀환한 까닭은

UPI뉴스 / 2023-02-20 15:23:33
인천 강화 갯벌, 멸종위기종 두루미 월동지 비중 높아져
2월16일 시민합동조사로 63마리 확인, 역대 최대 기록
강화 주변 지속 개발로 서식지 위협, 지속 관찰, 대책 시급
두루미는 귀한 존재다. 천연기념물로, 멸종위기종이다. 이제껏 이 귀한 손님들을 보려면 강원도 철원, 경기도 연천의 DMZ 민통지역까지 가야 했다. 이제 그럴 필요 없다. 인천 강화도에 날아오는 두루미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두루미네트워크 시민 조사원 23명이 두루미 개체 수 조사에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각자 맡은 지점에서 쌍안경과 삼각대를 받친 망원경(필드스코프)으로 살폈다. 관찰 지점은 강화도 남쪽 동검도와 선두리, 세어도, 김포 대곶면 해안 등 11곳.

▲ 인천 강화도 갯벌에서 두루미 부부가 부리를 하늘로 치켜든 채 애정과 유대를 확인하는 합창(unison song)을 하고 있다. 왼쪽엔 어린 두루미 2마리가 고개를 숙여 먹이를 찾고 있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 홍승훈 제공]

오전 11시와 12시를 기해 조사원들은 일제히 각 지점에서 보이는 두루미를 세어 지도에 표시하고 망원렌즈카메라로 촬영했다. 강화도 남동쪽 초지갯벌에 2~3마리 단위로 흩어진 두루미가 모두 11마리였다.

이곳보다 서쪽으로 동검도와 영종도 사이에 길게 드러난 갯벌에서도 2마리 또는 서너 마리씩 가족 단위로 10여 마리가 흩어져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천대 캠퍼스 아래 선두리 해안에서는 부부 두루미가 목 부분이 연한 갈색의 어린 두루미 2마리를 거느리고 물가를 천천히 걸어가며 부리로 갯벌을 쪼아 먹이를 찾았다.

강화 동남쪽 김포시 대곶면 해안에서 마주 보이는 무인도 항산도에서는 각각 4마리, 2마리의 두루미 가족이 머물러 쉬고 있었다. 영종대교와 그 북쪽의 유인도 세어도 사이 갯벌에서 두루미 2쌍이 서로 멀찍이 떨어진 채 오가는 모습이 망원경에 들어왔다.

▲ 두루미 정기 모니터링. 수도권매립지 내 안암호 습지 [인천두루미네트워크 제공]

시민 조사원들의 관찰 기록을 취합해 분석한 김순래 강화도시민연대 생태보전위원장은 총 63마리로 집계했다. 지난달 19일 1차 조사 때 42마리보다 21마리나 많다. 2012년 말 29마리에 비하면 10년새 2.17배로 늘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조사원들은 개체 수만이 아니라 가족 단위인지 아직 짝을 이루지 않은 젊은 개체인지도 파악하고, 쉬는지 먹는지 행동도 살펴본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두루미들이 강화 갯벌로 모여드는 건 결국 환경 때문이다. 야생조류 생태와 자연 환경 관계를 연구하는 한동욱 한국PGA생태연구소장에 따르면 강화도에서도 남쪽 동검도 주변 갯벌은 영역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넓은데다 갯바닥이 질어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갯고랑이 발달해 몸을 숨길 수 있다. 또 갯벌과 갯고랑에서 작은 물고기나 칠게 같은 먹이를 구할 수 있다.

강화와 비슷한 갯벌이 있는 북한 황해도 강령이나 예성강 하구에서 월동하던 두루미들이 이런 매력을 갖춘 강화 갯벌로 모여들고 있다는 얘기다.

강화 두루미가 2017년 이후 동주농장에 거의 오지 않는 이유도 공사 차량이 드나들거나 까치, 고라니 등 소위 유해 조수(有害鳥獸)를 총으로 쏘는 행위가 계속돼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한 소장은 설명했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로, 조류학자인 이기섭 박사는 강화 두루미가 중국 동부 해안 지역 장쑤성(江蘇省) 옌청(鹽城), 랴오닝성(辽宁省) 슈앙타이즈(双台子)강 하구 자연보호구 습지의 두루미 무리와 습성, 서식 환경이 비슷한 점으로 미뤄 서로 교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두루미는 모두 15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몽골,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일본을 합친 동아시아 지역에는 3종이 주로 산다. 단정학(丹頂鶴)으로도 부르는 두루미(학명 Grus japonensis), 재두루미(학명 Grus vipio), 흑두루미(학명 Grus monacha) 3종이다.

겨울철새로 러시아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 아무르강(흑룡강)일대 습지대에서 번식하고 해마다 10월경 우리나라에 와서 이듬해 3월 중순쯤 돌아가는 겨울 철새다. 모두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도 지정해 겹으로 보호하게 돼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

6·25 한국전쟁 전까지 이들 두루미는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서 볼 수 있었지만 전후 개발 과정에서 자연 환경 훼손이 심해 대부분 떠나갔다. 지금은 중부지방 강원도 철원, 경기도 연천과 파주의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민통지역과 한강 하구 습지대로 두루미, 재두루미 월동지가 허리띠처럼 좁아 들었다.

재두루미는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에서도 볼 수 있고, 흑두루미는 서해안의 서산 천수만과 전남 순천만에서 주로 월동한다. 인천에도 서구 연희동, 경서동 일대 너른 갯벌에 두루미, 재두루미가 수백 마리씩 날아와 1977년에 지역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였다.

▲ 인천 일대의 지형변화(1985년 위성사진과 두루미 도래지) [자료제공 이기섭·구글어스]

두루미 날갯짓이 급격하게 줄기 시작한 건 개발의 역풍이 불면서다. 1984년에 '천연기념물 제257호 인천 연희동 및 경서동의 두루미 도래지'가 지정 해제를 당했다.

규모가 31㎢, 서울 여의도의 10배나 될 정도의 너른 갯벌에 둑을 둘러치고 간척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동아건설이 시행했다고 해서 '동아매립지'라고 부르던 두루미의 터전이었다. 절반은 수도권쓰레기매립지로, 절반은 청라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두루미는 쫓겨났다.

절멸하다시피 한 인천의 두루미가 1990년대에 강화도에서 1~3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뜻 있는 시민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강화도 야생조류 관찰 활동가들에 이어 11년 전인 2012년부터 강화도시민연대가 두루미 조사를 시작했다.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크고 작은 시민 생태 환경 모임들도 각자 관찰과 보호 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1월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협력으로 인천두루미네트워크를 결성했다.

네트워크의 최진형 대표(가톨릭환경연대 선임대표)는 두루미 보호와 서식지 보전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려면 두루미가 언제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개체 수 동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시민과 인천시, 정부, 연구기관이 서로 자료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루미는 인천시를 상징하는 시조(市鳥)이기도 하다. 인천시도 두루미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올해 처음으로 시민 홍보와 모니터링 예산을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두루미네트워크는 다음달 3월 중순 동검도에서 두루미 환송 잔치를 열 계획이다. 두루미 사진전, 두루미 모니터링 결과 발표, 두루미 서식지 보호를 위한 정책 제안과 토론회가 있을 것이라고 네트워크 간사 단체인 가톨릭환경연대의 김보경 사무국장은 알렸다.

멸종위기종 두루미의 겨울 고향으로 대한민국 인천광역시 강화의 명성을 한 단계 높일 기회다.

▲ 인천 강화 동검도 갯벌의 두루미 [인천두루미네트워크 제공]

KPI뉴스 /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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