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인 11명, 대응인력 부족·사망자 확인 혼선 등 질타
유족 측, 정부에 경과설명·진상규명·2차가해 방지 촉구
유가족·생존자, 진술과정서 참사 당시 기억 떠올라 오열 12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유족과 생존자들의 생생하고 절절한 증언들이 쏟아졌다. 이들은 참사 당시 정부의 부재를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들에게 정부는 무능했고, 야비했다. 유족들을 돕기는커녕 찢어놓고, 정보를 감췄다. 2차 가해도 무심히 저질렀다. 생존자 김초롱 씨는 "저에게 2차 가해는 (이상민)장관, (한덕수)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고 했다.
국정조사 특위가 개최한 이날 공청회엔 진술인으로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 총 11명이 참석했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등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기관 부서장도 배석했다.
생존자들은 참사 당시 현장 대응 인력이 부족한 상황 등을 가감 없이 전했고 유가족들은 사망자 확인 과정의 혼선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여야 의원들도 참사 전과 당시, 이후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명확한 진상 규명과 2차 가해 방지도 촉구했다.
공청회는 차례로 진술인의 진술을 들은 후 국조특위 여야 의원이 진술인과 기관 부서장들에게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가족들은 미숙했던 정부 측 대처에 대한 울분을 쏟아냈다. 희생자 박가영 씨 어머니 최선미 씨는 "유가족들은 참사가 왜 일어났고 어떤 구급 조치를 받았으며 왜 신원 확인이 12시간이나 걸렸고 시신 수습 과정이 어땠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무책임하고 부실하고 무능한 행정 공백이 원인인데 참사 이후 7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일하고 부실하고 변함없는 태도는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또 최 씨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신원조회에 12시간이 걸린 것과 (왜) 아이들이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됐는지 보건복지부나 소방, 경찰에 자료를 요청하셨냐. 우리에게 뭘 해줄 것처럼 아무것도 안했죠.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말했다.
유가족 서이현 씨는 "참사가 난 지 76일째이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었다"며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서 씨는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존자는 "사람들이 모두 정신을 잃고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왜 소수의 인원만 출동했는지 의문"이라며 "처음부터 많은 인원이 투입됐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참사로 오빠 조경철 씨를 잃은 조경선 씨는 "사고 소식을 듣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갔으나 경찰이 제지해 만져보지도 못했다. 오빠 행적을 찾고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구급일지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처분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조 씨는 "용산경찰서에서는 성남중원경찰서에서, 성남중원경찰서에서는 용산서에서 수사를 한다는 어이없는 떠넘기기 속에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참사로 숨진 배우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대통령께 묻는다. (대통령의 반려견인) 새롬이도 보는 당신을, 접견 신청한 저희는 왜 못 보나"라며 "유가족도 국민이고 이 참사의 당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씨는 진술을 마친 뒤 오열했다.
조 씨는 비롯해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진술 과정에서 참사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참사로 아들을 잃었다는 김호경 씨는 "아들은 키가 엄마보다 커진 뒤 자기가 엄마를 지켜 준다고 했다. 지금 그곳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거 같아 '엄마에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를 듣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특위 위원장도 눈물을 훔쳤다.
유가족들은 2차 가해의 고통도 호소했다. 생존자 김초롱 씨는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 밀집 관리의 실패"라며 "치료와 상담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바뀌지 않는 사회와 매번 쏟아지는 망언들이 제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익명을 요청한 생존자도 "유가족들이 서로를 만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그런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며 "이것 또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 요청에 응답해 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조경선 씨는 "제일 큰 2차 가해는 뒤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고 있지 않으면서 앞에서는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언론 플레이하는 정부와 공무원, 몇몇 비윤리적인 의원들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서 죄송하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한 다음 종합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여기 계신 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가에서 충분한 지원을 해드리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야 의원은 정부가 생존자와 유가족의 진상규명과 구조·인계 과정 설명, 2차 가해 방지 요구에 성실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행안부 기관장에게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이야기 해 상황과 경과에 대해 유가족 159분의 유가족 모두에게 제대로 설명드리고 그 결과를 국회로 알려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행안부 측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도 "차별과 혐오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같이 싸우겠다"며 "별도의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회장은 "기구 자체가 일단 정쟁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게 분명하다"며 "유가족들이 추천하는 전문위원 등 유가족이 참여해 의구심을 풀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정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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