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신협 임원 여직원 성추행 의혹...사과 거부당하자 발뺌

박유제 / 2023-01-04 19:56:21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 성추행하고 스토킹 이후 사과
피해자 가족 알게된 뒤 고소…임원 "기억 없다" 돌변
부산의 한 신협(비영리 금융기관) 간부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피해자 가족에게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던 이 간부는 사과를 거부당하자 입장을 바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대 신협 직원 A 씨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신협 간부 B 씨를 강제추행죄로 4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민 끝에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A 씨는 B 씨 부부가 집에 찾아와 사과하는 바람에 자녀까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게되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UPI뉴스가 확보한 고소장에 따르면 인사권과 경영권을 모두 쥐고 있는 B 씨는 사건 발생 이전부터 A 씨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했지만, 직장 상사라는 이유로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정황이 나온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초 임직원 4명이 부서 회식을 마치고 빵을 사기 위해 인근 빵집에 들어간 A 씨를 뒤따라온 B 씨가 허리를 손으로 감싸는 등 1차 강제추행했다는 것이 A 씨의 주장이다.

B 씨의 성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인근의 한 주점에서 회식 자리가 이어졌고, 속이 불편했던 A 씨는 화장실을 다녀온 뒤 주점 한편에 있던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에, B 씨가 다가와 얼굴을 치대며 강제로 추행했다고 한다.

당시 A 씨는 즉시 항의한 뒤 일행이 있던 테이블로 돌아가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고, 일행들은 급히 회식 자리를 끝냈다. '3차'를 가자던 B 씨의 제안에 동료 직원이 항의하자 B 씨는 항의한 직원을 강제로 택시에 태워 귀가시키기도 했다.

이후 B 씨는 A 씨와 다른 직원이 함께 탄 택시 앞자리에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함께 탑승, A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까지 동승했다가 "술을 한 잔 더 하자"고 요구했다. A 씨는 B 씨의 요구를 피하기 위해 "어린 자녀들이 있어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겠다"고 말한 뒤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 B 씨의 집요한 행위는 갈수록 심해졌다. A 씨가 나오지 않자 휴대전화 문자로 '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 종용한 사실도 확인된다. 당시의 시간이 밤 11시가 훨씬 지나서다.

사건 발생 다음 날, 수치심을 누를 수 없었던 A 씨는 친구들에게도 이 같은 피해사실을 털어놨지만, 배우자에게는 차마 성추행 피해를 밝힐 수 없었다고 한다.

B 씨와 지속적으로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고통으로 결국 남편에게도 피해사실을 알린 A 씨는 지난달 말 퇴직을 하려고 했으나, 신협 측이 "유급 휴가를 줄테니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해 현재 휴가를 낸 상태다.

▲직장 상사인 가해자가 피해 여직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자신의 행위를 시인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피해자 측 제공]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안 B 씨는 다른 직원들을 통해 A 씨와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접촉을 거부당하자 B 씨는 결국 크리스마스날인 지난달 25일 자신의 아내와 함께 A 씨의 자택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한다.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휴대전화 문자로 A 씨에게 거듭 사과한 B 씨는 A 씨 가족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자 직원들에게 "고소인이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거나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B 씨 부부가 집까지 찾아와 사과를 하는 바람에 어린 자녀까지 성추행 피해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족 모두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도 사건을 무마하려는 B 씨의 비상식적 태도를 용납할 수 없어 문자메시지와 녹음파일 등을 증거자료로 첨부해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협의 폐쇄적 조직문화가 성추행을 비롯한 비위행위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B 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휴대전화와 신협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신협 관계자는 "(B 씨가) 출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 출장 중이어서 전화를 꺼놓을 수 있다"며 "감사부서에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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