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사일, 벨라루스에 떨어져…'불똥' 튀나 촉각

김당 / 2022-12-30 11:08:59
벨라루스 "우리 방공 시스템이 요격…우크라 S-300미사일로 확인"
벨라루스 외무부, 우크라 대사 소환해 강력 항의 및 재발방지 요구
우크라 당국은 '침묵'…100발 넘는 러 미사일 공격에 '오발' 대응 추정
벨라루스 방공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S-300 지대공미사일을 요격해 그 잔해가 벨라루스 영토에 떨어졌다고 2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방부가 공식 발표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해 강력 항의했다.

▲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미사일이 격추되었다"는 벨라루스 국영 벨타(BelTA) 통신의 헤드라인 기사. 벨라루스 국방부는 자국 방공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S-300 지대공미사일을 요격해 그 잔해가 벨라루스 영토에 떨어졌다고 29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BelTA 통신 캡처]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S-300 미사일은 이날 오전 10시쯤 벨라루스 방공군의 요격을 받아 그 파편이 서남부 브레스트 주 이바노보 지구의 고르바하 마을의 농경지에 떨어졌다. 이바노보 지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약 30㎞ 거리에 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BelTA) 통신은 군에 의해 사전에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된 S-300 미사일의 파편이 현장을 점검하던 조사 당국에 의해 이날 10~11시경에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벨타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방공군 포대는 우크라이나 자볼로티예에서 발사된 공중 표적을 탐지·추적해 이 표적이 국경을 넘어 벨라루스 영공에 진입하자 요격했다. 또한 세르게이 카바코비치 조사위원회 대표는 이 잔해물은 S-300 미사일에 속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S-300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대공 미사일이다. 우크라이나군도 이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 15일에도 오발로 우크라이나 국경에 가까운 폴란드 농촌마을에 떨어져 민간인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올레크 코노발로프 브레스트 지역 군사위원장은 이번 일이 폴란드의 낙탄 사고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은 갈등을 지연시키는 것"이라면서도 패트리엇이 자국의 S-300만 못한 한물간 무기라고 폄하했다.

푸틴 대통령은 "패트리엇은 상당히 오래된 시스템"이라며 "그것은, 예를 들어 우리의 S-300처럼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하필이면 벨라루스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설이 끊이지 않는 민감한 시기에 우크라이나 S-300 미사일이 벨라루스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S-300 미사일 낙탄 현장 조사. 벨라루스 국영 벨타(BelTA) 통신에 따르면 군에 의해 사전에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된 S-300 미사일의 파편이 현장을 점검하던 조사 당국에 의해 이날 10~11시경에 발견되었다. [벨라루스 국방부 동영상 캡처]

일단 벨라루스 외무부는 추락한 미사일에 대한 정보가 발표된 지 몇 시간 후, 이고르 키짐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해 이 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아나톨리 글라즈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제를 최대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측이 이 미사일 발사의 모든 상황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기소하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글라즈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것은 모두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학자인 알렉산드르 슈파코프스키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벨라루스 영토에서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추락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는 현재 벨라루스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조만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치학자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치 체제가 우크라이나에 정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수도 키이우,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서부 도시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100발이 넘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12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적군은 동부, 중부, 서부 및 남부 지역의 에너지 및 중요 인프라 시설에 대해 공중 및 해상 순항미사일, 대공 유도미사일, S-300 및 S-400 시스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69개 이상의 미사일 중에서 54개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르비우에선 도시의 90%에 전기 공급이 차단되는 등 피해도 속출했다. 우크라이나 서북부 국경과 인접한 벨라루스 농촌지역에 떨어진 S-300 낙탄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미사일을 막기 위해 발사된 미사일이 벨라루스로 잘못 향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벨라루스 낙탄 사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최대 우방국인 벨라루스의 참전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번 일이 벨라루스의 참전에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월 19일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벨라루스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를 두고 벨라루스의 참전을 설득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벨라루스를 방문했다. 이를 두고 벨라루스의 참전을 설득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벨라루스 양국 발표에 따르면 당장 참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을 넘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러시아의 벨라루스에 대한 참전 압박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벨라루스에는 이미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또한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제공한 이스칸데르 전략 미사일과 S-400 방공 시스템은 즉각 전투에 투입 가능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레오니드 카진스키 벨라루스 국방부국장은 이날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S-400 방공 시스템은 원래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투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 장병들은 러시아-벨라루스 합동 전투훈련 센터에서 훈련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이스칸데르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요격 미사일로, 러시아의 구형 스커드 미사일을 대체한 신무기 체계이다. S-400 방공 시스템은 러시아군의 중장거리용 방공미사일 S-300PMU의 개량형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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