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태광그룹 12조 투자계획, 이호진 사면 노림수?

김기성 / 2022-12-21 13:48:31
시민단체 "태광그룹의 투자 계획 현실성 없다"
이중근·박찬구 회장도 대통령의 사면·복권 기대
비리 총수에 대한 사면·복권은 엄격히 제한돼야
흥국생명의 영구채 조기상환을 거부했다가 번복해 한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태광그룹이 느닷없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해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 19일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2032년까지 제조, 금융, 서비스 부문에 약 1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태광산업이 이끄는 제조 부문에서는 석유화학, 섬유에 10조 원을 투자하고 흥국생명과 흥국증권 등 금융계열사의 신규사업과 계열사 통합 DB 관리 센터를 구축하는데 2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앞으로 10년 동안 7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투자계획은 연초에 발표하는 점에 비추어 시기도 어정쩡한데다 태광그룹이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고용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어서 발표 때부터 의도가 의심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뉴시스]

시민단체, 허위공시라며 금감원에 진정서 제출

태광그룹의 이러한 투자, 고용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곳은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연대다. 태광그룹의 이번 투자, 고용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주가가 변동할 경우 일반 투자자와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태광산업이 10년에 걸쳐 1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자본을 조달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 시장의 악화로 지난 2분기에 79억 원의 적자를 냈고 3분기에는 481억 원이 손실을 봤다. 또 지금 태광산업이 가진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62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니까 매년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강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발표와 공시를 보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7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태광그룹의 전체 임직원 수는 7000명인데 이를 두 배로 늘리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더구나 태광그룹은 올해 전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했고 임원의 70% 정도가 해임됐다는 점을 들어 고용 확대에 대한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태광산업의 10조 원 투자공시를 보면 총 네 줄에 100자 미만의 무성의한데다가 추진일정조차 제시되지 않아 급조된 투자 계획이라는 점도 이번 발표가 급조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은 내년 초에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언론 보도가 나와서 공식 발표한 것이며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광그룹의 투자 계획, 이호진 전 회장 사면 노렸나?

시민단체나 재계에서는 태광그룹이 연말 특별 사면·복권을 노리고 급하게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렇게 열심히 일할 테니 좀 봐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회삿돈 400억 원을 횡령하고 골프 연습장을 헐값으로 매각해 회사에 97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9년에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간암 수술을 이유로 2심에서 보석을 허가받았으나 보석 기간 중 음주, 흡연 사실이 공개되면서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 보석이 취소돼 재수감됐다가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형기를 마치고 나왔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5년간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5년 동안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저축은행의 대주주로서 적격성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특별 사면·복권이다. 따라서 사면·복권 심사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급조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는 뒷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도 같은 처지

대통령의 특별 사면·복권이 발표될 때는 으레 경제단체들이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건의해 오고 있다. 올해는 특히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기업인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사면·복권 명단을 정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명단에는 이호진 회장 이외에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이중근 회장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박찬구 회장 역시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이들도 모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에 제한을 받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복권을 애타게 기대하고 있는 당사자들이다.

물론 우리 기업은 총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총수 부재는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 사면·복권은 늘 잡음이 뒤따랐다. 따라서 비리 총수에 대한 사면·복권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성과를 내세워 사회적 갈등이나 불신이 커진다면 특별 사면·복권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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