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규감염 연일 최다치 기록한 가운데 봉쇄 반발시위 지속
'제로 코로나' 좌절감과 월드컵 시청 '상대적 박탈감'으로 분노 폭발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경제수도인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주민들이 일요일인 27일 중국 당국의 방역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방에서는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중국에서는 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구나 주말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고 외치며 국가의 '제로 코비드(Zero COVID)' 정책에 분노를 표출한 것은 중국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에 따라 AFP·로이터 통신, CNN, 스카이뉴스 방송 등 서방 언론들뿐만 아니라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도 상하이의 시위 소식을 다음과 같이 헤드라인 뉴스로 전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 -- 시진핑의 '제로 코비드' 정책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으로 중국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CNN, 27일 오후)
△중국: 봉쇄 반대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가스 진압 뒤에도 상하이의 같은 장소에 모여 -- 중국은 봉쇄와 대량 검사로 여전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유일한 주요 국가이지만, 몇 달 동안 극심한 제한 속에서 생활한 많은 시민들은 충분히 버텼다. (스카이뉴스, 27일 저녁)
△중국 시위 확산, 상하이 경찰과 충돌 보고 -- 이번 시위는 10년 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이후 중국 본토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알자지라, 28일 오전)
중국 당국이 엄격히 통제하는 인터넷과 사회연결망에서 서방 매체들이 확인한 영상에 따르면, 주말에 상하이시의 한 구역에서 모인 주민들은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 같은 구호를 외쳤고, 이 중 일부는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홍콩의 명보는 28일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어젯밤 베이징의 많은 사람이 량마허 일대를 찾아 촛불과 꽃으로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백지를 들고 불만을 표시했고 현장에 공안이 대거 출동했다"고 전했다.
AFP·로이터 통신은 "27일 밤 베이징에서 사람들이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루무치 화재 참사에 항의하기 위해 백지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고 전했다. 검열에 저항하는 의미로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종이를 드는 '백지 시위'는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 때도 등장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에서 전날 늦은 오후 시작된 새로운 시위가 밤까지 이어졌다"며 "경찰이 오후 5시 전에 안푸와 우위안 교차로를 봉쇄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지만 이후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 개인 칼럼을 통해 그동안 중국에서 벌어진 시위는 대부분 지역적이고 범위가 제한적인 이슈가 많아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짚었다. 모든 중국인을 옥죄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중국은 봉쇄와 대량 검사로 여전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유일한 주요 국가이지만, 몇 달 동안 극심한 제한 속에서 생활한 많은 시민들은 충분히 버텼다"면서 특히 토요일에 봉쇄 반대 시위를 벌인 상하이 시민들이 경찰의 최루가스 진압 뒤에도 같은 장소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인 '지속성'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요의 근본적 원인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모든 중국 시민들이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와 스카이뉴스는 모두 작금의 중국 내 시위는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중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통일된' 저항의 표시라고 진단했다.
이번 시위를 점화한 불꽃은 중국이 강력한 통제정책을 펴온 우루무치에서 24일 발생한 대형 화재였다. 이날 신장 위구르자치주의 성도인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나 10명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중국 당국은 부인하지만,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민들의 외출이 금지됨에 따라 아파트에 수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어 소방차가 아파트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화재 진압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 당시 코로나 봉쇄 기간 주민들이 못 나오게 아파트 출입문과 일반주택 현관문을 쇠사슬로 묶어 놓아 인명 피해가 늘었다는 주장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확산되면서 장기간 봉쇄에서 유사한 상황을 겪은 중국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 사고 다음 날인 25일 우루무치에서 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위구르인들이 모여 사는 상하이 우루무치중루(거리)에서 26∼27일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에 따라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중국 관영 매체들의 대응도 시작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필두로 관영 매체들은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방침은 옳기 때문에 믿고 따라야 한다는 캠페인성 기사를 게재하는 한편, 이전과는 다소 유화적인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 '시나'와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는 '한 배에서 서로 돕고 한 마음으로 전염병과 싸우자(同舟共济, 同心抗疫)'는 인민일보의 27일자 캠페인 기사가 검색 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해당 기사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복잡하고 힘들고 반복적이다"며 "심각한 상황 앞에서 주저하거나 약간 흔들리면 전염병 예방 및 통제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예방 및 통제의 어려움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옹호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빨리 격리해야만 최대한 빨리 복구할 수 있다"면서 "서로 돕고 함께 전염병에 맞서 싸우며 가능한 한 빨리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하자"고 호소했다.
관영 신화 통신도 중국 당국이 펼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목적은 중국인의 건강과 평화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신화 통신은 28일 이른 시간에 전염병의 예방과 통제에 초점을 맞춘 3개의 사설을 발표해 "광범위한 전파, 다중 전파 사슬로 인한 확산, 심각하고 복잡한 전염병 상황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상황이 더 심각하고 복잡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전략적 초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정부도 거의 3년에 걸친 봉쇄 정책으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의식해 지난 11일 코로나19 방역의 유연화 내지 완화 방안이 담긴 '20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각 시·성·자치구도 후속 조치를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27일 상하이의 26개 지역을 전염병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전문가를 인용해 "현재 베이징에서 발병한 주요 변종은 오미크론(Omicron) BF.7"이라며 "이 변종은 전염성이 너무 강하고 면역회피 능력이 더 강하고 상기도에서 번식하는 것을 좋아해 감염된 사람이 말과 기침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며 봉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가 계속되는 한 중국인들의 좌절감과 분노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봉쇄 기간 TV로 월드컵을 지켜본 많은 중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대형 경기장에 모여 응원하는데 왜 우리는 집에 갇혀 있는지 의아해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오래 참고 견딘 봉쇄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규 감염자 급증에 따른 '좌절감'과 월드컵 기간에 알게 된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분노가 결합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로 코비드' 정책은 팬데믹(대유행) 초기에 다른 나라들이 막대한 사상자와 싸우고 있는 동안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았던 중국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장기화되고 엄격한 격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 신규 감염 사례가 1일 3~4만 건으로 급증하며 연일 역대 최다치를 경신함에 따라 중국인들의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분노 지수가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경찰들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애쓰면서 "집에 가서 월드컵 경기나 시청해라"고 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집에서 TV로 월드컵을 시청하다가 열 받아서 나온 사람들이기 십상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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