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놓고 여야 신경전…이태원 국정조사 합의 흔들리나 

조채원 / 2022-11-28 14:06:21
민주 해임건의·탄핵소추 발의 고심…"내부 논의"
박홍근 "尹 대통령, 국민과 이상민 중 선택해야"
주호영 "결론 내놓고 할거면 국조할 이유 있나"
與 국조위원 '보이콧' 시사도…국조 난항 예상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회 국정조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참사 한 달이 되는 28일까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면서다.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마친 뒤 각 부처별 대응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국정조사를 보이콧하자"는 강경론도 고개를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정국과 맞물려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장관 파면을 재차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행인들이 길 걷다가 터무니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수사해서 죄지은 사람을 잡아 처벌하는 것만이 책임을 묻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권한이 주어지면 그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국무총리도, 장관도, 경찰청장도, 심지어 대통령도 진지하게 사과하는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장관 파면 요구는 민주당만의 요구가 아니다. 참사 전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지엄한 요구"라며 "대통령은 국민인지, 이상민 장관인지 이제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끝내 상식과 민심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유가족과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묻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과 탄핵소추안 발의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시한은 오는 30일로 잡고 있다. 발의된 탄핵소추안이나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도록 돼있다. 내달 1, 2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30일까지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 장관 책임을 확실히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지도부가 모두 공감한다"며 "오전까지 지켜보고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오후에 내부 논의를 통해 향후 대응방침을 정하고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면 가결된다. 모두 과반 의석인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해임건의안은 국회에서 가결된다 해도 대통령이 거부하면 무효화된다.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에게 지우는 방식이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국무위원 직무가 정지돼 실질적인 구속력이 있다. 그러나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이 되레 역풍을 맞게된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날까지 시한을 준만큼 정부와 대통령 입장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원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장관 파면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치공세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는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한 것"이라며 "미리 이 장관을 파면하라고 하면 국정조사 결론이 나기도 전에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선(先)수습 후(後) 문책'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주 원내대표는 "12월 2일까지는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이라며 "시한 내 예산을 처리하기에도 아직 의견 차이가 너무 크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정쟁 거리를 만들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도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며 이 장관 파면 요구를 일축했다.

정부여당의 강경한 기류는 예산안 심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지키려는 여당과 공공임대주택 사업 예산 등을 확보하려는 야당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2일까지도 예산안 처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막판까지 여야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이상민 해임 카드'를 꺼내든 것은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해 '예산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성명을 내 "마치 국정조사가 합의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목표를 정해 놓고 주장하는 행안부 장관 파면 요구를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실제로 이 장관 문책 절차에 돌입할 경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여당 국조위원들은 "정략적 국정조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예산안 처리 협조와 파면 요구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조위원 사퇴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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