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용산시대 상징 도어스테핑 중단…MBC에 경고장

허범구 기자 / 2022-11-21 10:06:06
대통령실 "불미스런 사태…재발방지 없인 지속 불가"
18일 출근길 MBC 기자, 항의성 질문·비서관과 설전
참모진·경호처, 재발 우려해 중단 건의…尹도 불쾌
기자실-尹출입구 사이 가림막 설치…중단 조치 예상
재개 여부 불투명…尹 강한 의지·野 대여공세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후 줄곧 이어오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21일 돌연 중단했다. 취임 직후인 5월 11일 첫 도어스테핑을 진행한 지 194일만이다. 

도어스테핑은 '용산 시대' 개막의 상징이자 국민과의 직접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터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출근하며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고 집무실로 직행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8시54분쯤 기자단 공지를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을 알리며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방지 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실은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는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직후 윤 대통령에 대한 MBC 기자의 태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도어스테핑 중단은 MBC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 취재진의 동남아 순방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우리 국가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발언 후 등을 돌려 집무실로 향했고 MBC 기자는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고 항의성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은 그대로 집무실로 올라갔다.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와 MBC 기자 간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은 "예의가 아니다. 가시는 분 뒤에 그렇게 대고 말하면 어떡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MBC 기자는 "기자 출신이신데 이렇게 하시면 안 되죠"라고 맞받았다. 둘은 약 2분간 고성과 언쟁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은 MBC 기자가 윤 대통령 등 뒤에 대고 '따지듯이' 물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도 사태 직후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 다수는 도어스테핑 중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고 윤 대통령에 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호처는 돌발 상황이 빈발할 가능성에 큰 우려를 나타내며 중단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도어스테핑 때 팔장을 끼고 슬리퍼를 신은 MBC 기자의 차림새도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매우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MBC 기자에 대한 '처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뤄져야한다는 기류가 만만치 않다. MBC에 대한 출입기자 교체 요구나 징계 등이 거론된다.

18일 도어스테핑 이틀 뒤인 전날 대통령실 1층 기자실과 대통령 출입구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이때부터 도어스테핑이 없을 거라는 관측이 돌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러나 가림막이 MBC 기자 문제와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 인사, 정당 인사 등 대통령실 출입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가림막을 설치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언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용산 시대의 의미가 바랠 것이라는 지적에는 "대통령이 여러분(취재진)을 수시로 만나겠다는 의지는 도어스테핑을 통해 여러분이 계속 확인하고 계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도어스테핑을 폐지하겠다거나 중단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도어스테핑이 중단돼 MBC와의 갈등이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도어스테핑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 이번 결정이 전면 폐지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출근길 문답으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도어스테핑이 꽤 오랫동안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폐지는 심각한 역풍을 부를 수 있어 가능성은 낮다.

도어스테핑 전면 중단은 기자들의 취재권을 제한할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도 반한다. 언론은 물론 야당이 도어스테핑 중단을 대여 공세의 호재로 활용할 개연성이 높다. 대통령실로선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건너뛴 것은 나토 순방 후 기자들 중 확진자가 발생했던 7월 11일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가애도기간 중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윤 대통령은 5월 11일부터 194일 간 총 61회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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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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