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명단 유출경로 불법 가능성 높음" 수첩메모
野 이원욱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어" 자성·사과
비명 조응천·노웅래도 부정적…강경파는 공개 고수
민들레, 희생자 29명 비공개처리…항의 유족 는 듯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의 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 유족 동의 없이 명단이 유포돼 국민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 유족은 "누가 우리 애 이름을 불러달라 했나"라며 분노했다.
명단 공개 주체가 '민들레' 등 친야 성향 인터넷 매체여서 여론도 사납다. 야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재난까지 정쟁화하는 것으로 비쳐서다. 야권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등을 돌린 배경이다.
특히 명단 공개에 위법 소지가 있어 후폭풍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명단 작성·입수 경위 불법성 문제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6일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관련 기록을 검토 중이며 신속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17일엔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을 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한다.
이 시의원은 전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민들레 등을 서울청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는 "희생자 전체 명단은 정부기관 공무원이 아니면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며 공무원을 수사해달라고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명단 공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대표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명단 유출 공무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전날 국회 예결특위 예산심사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첩에 '명단 유출 경로 불법 가능성이 높음'이라고 적은 메모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한 장관은 "사망한 피해자를 거명한다는 것은 유족에 대한 2차 좌표찍기의 의미가 있다"며 "논란의 여지 없는 반인권적 행동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명단 공개는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민주당 배후설을 거듭 제기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민들레)이 공개한 준비위원 명단에는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칼럼진으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며 "모두 정치적 편향성을 강하게 보여온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정의당도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정미 대표는 KBS라디오에서 "민주당은 명단 공개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유족들의 동의 없이 이렇게 공개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게재를 철회하라는 공식적 입장이 나옴으로 인해 정쟁의 고리를 끊어내는 태도를 보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여야 협공을 받는 민주당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원욱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사과드립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당도 (명단 공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부와 일부 매체의 태도로 유가족의 고통은 더할 것"이라며 "깊은 공감과 자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 역시 그러하다"며 "희생자 이름 공개가 불거진 것은 민주연구원 이 부원장이 문진석 의원에게 보낸 문자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특정매체에 의해 공개됐고 민주당은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는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다면 이름 공개 불가 방침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응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그 무엇보다도 유족들의 명시적인 의사가 중요하다. 그게 딱 맞는 얘기 같다"며 "정말 유족들의 동의를 왜 받지 않았는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웅래, 강훈식 의원도 유족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대부분 비명(비이재명)계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명단 공개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20여 명은 희생자 실명을 담은 '온라인 기억관' 개설을 추진하고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해 유가족 간 소통을 돕겠다고 나섰다. 명단 공개를 놓고 내홍이 불거질 조짐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CBS라디오에서 "(명단 공개의)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음모론"이라며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진 교수는 "(명단 공개) 주체를 보면 더탐사, 민들레, '김어준 방송' 등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주장을 하고 있다"며 "결국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문이 커지자 민들레는 유족들 의사에 따랐다며 희생자 29여명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민들레는 당초 희생자 11명의 실명을 성만 남긴 채 비공개 처리했다가 성까지 없앴다. 비공개 처리 대상도 이날 오후 4시 현재 29명으로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유족들이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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