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서 언급한 '북한 억류 한국인'은 누구?

김당 / 2022-11-14 14:33:32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 탈북민 고현철·김원호·함진우 6명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서 '북한 억류 한국인 석방' 처음 표명
일본인 납치·한국인 억류자 문제 해결 위한 '외교적 해법' 촉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채택된 포괄적인 공동성명에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한미일 3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도 처음이지만,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문제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나 양자 회담에서 의제로 거론된 것 자체가 처음이다.

13일 채택된 공동성명은 "3국 정상은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면서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인도적 문제임에도 '외면'…윤석열 정부 출범후 안권 문제 적극 제기로 변화

북한 내 일본인 납치자 석방 문제는 한미일 3국 또는 양자 정상회담 의제에서 '단골 메뉴'였다.

반면에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 문제는 같은 인도적 문제임에도 '외면'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북한 억류자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사실상 금기시해온 측면이 컸다.

이에 따라 한미일 공동성명에서 물꼬가 터진 억류된 우리 국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북한에는 현재 기독교 선교사 3명을 포함해 한국인 6명이 억류돼 있다.

사실 이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고 문재인 정부에서 '방기'해온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를 고려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오히려 미국 국무부가 한국 정부를 대신해 억류자 문제를 제기해 왔다.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문제가 부각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그동안 억류 한국인 문제에 대해선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했던 미 국무부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우리는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고 일본인 납북자와 구금된 한국인 6명의 실종에 대해 규명할 것을 북한 정부에 계속 요구한다"고 처음 입장을 표명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지난 10월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2020년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을 언급하며 탈북자 구금과 고문 등 다양한 북한 인권 문제들을 제기했다.

▲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0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왼쪽에서 세번째) 등을 면담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한편 같은 날(21일) 국내에서는 권영세 통일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2명의 가족과 면담을 가졌다.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국민의 가족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면담에는 2013년 10월 북한에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의 형 정삼 씨와 다른 억류자 1명의 가족이 참석했다.

권 장관은 면담에서 "2013∼2014년부터 발생한 억류자 문제가 10년 가까이 됐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이들의 석방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지난 10월 26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 관련 상호대화에서 한국 대표로 발언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납치, 강제실종, 전쟁포로(국군포로) 문제는 여전히 깊은 우려 사안으로 즉시 해결돼야 한"며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이 잊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는 동안 북한의 잔혹한 인권 침해 기록은 수십 년 동안 뒷전으로 밀렸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3년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 등 6인의 면면…국정원, 2명은 신변보호 위해 '비공개'

▲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왼쪽부터) [VOA 캡처]

북한에는 현재 2013년 억류된 김정욱 씨를 비롯해 김국기, 최춘길 씨 등 기독교 선교사 3명과 북한을 탈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 씨 등 6명이 억류돼 있다.

미 국무부가 처음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는 6명의 한국인 문제를 지적한, 지난 4월 발표한 '2021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길게는 8년 이상 감금돼 있다.

이 가운데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기독교 선교 활동을 한 선교사 3명과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지원활동을 하다가 체포돼 공개 기자회견을 한 고현철 씨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의 신원(사진)은 국정원이 신변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하고 있다.

김정욱 선교사는 2007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을 위한 보호시설 3개를 운영하다가 2013년 10월 8일 밀입북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북한은 2014년 김 선교사에게 일주일 중 6일, 매일 10시간의 중노동을 해야 하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또 2003년부터 역시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들을 위한 시설 1개를 운영하던 김국기 선교사와 중국에서 탈북민을 돕던 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10월 북한 당국에 체포돼 2015년 6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2014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고현철씨는 2016년 5월 재북 가족을 만나기 위해 중국 단둥에 갔다가 북한 보위성 요원에 의해 납치돼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국내 입국한 탈북민 가운데 한국을 '탈출'해 재입북(再入北)한 인원은 약 30명인데 고 씨는 국정원이 재입북 사유를 '탈북 지원'으로 분류한 5건의 사례 중 하나다.

▲ 북한 당국은 2016년 7월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반공화국범죄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체포된 괴뢰정보원 앞잡이 고현철과의 국내외 기자회견'을 열어 "남조선 괴뢰국정원이 주도한 아동 납치에 연루된 괴뢰정보원 앞잡이 탈북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TV 캡처]

북한 당국은 2016년 7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반공화국범죄행위를 감행하다가 적발체포된 괴뢰정보원 앞잡이 고현철과의 국내외 기자회견'을 열어 "남조선 괴뢰국정원이 주도한 아동 납치에 연루된 괴뢰정보원 앞잡이 탈북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간첩 고현철'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북에서 6살부터 9살 사이의 어린 고아들을 남조선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아동 납치 미수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고씨는 이밖에도 탈북 지원을 하는 단체와 개인의 실명을 공개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연계설도 주장했다. 하지만 고씨의 주장은 대부분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 보위성은 그해 4월에 공개된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탈북 지원'을 하던 고씨를 체포해 거짓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이 북한 처녀들을 유인·납치한 데 이어, 아이들까지 유인·납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해외에 전파한 것이다.

미국 정부, 해외 억류 자국민 송환 문제 우선순위로 다뤄…북한 억류자도 수차례 석방시켜

미국 정부는 해외에 억류된 자국민 송환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루고 있으며, 실제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여러 차례 이끌어 낸 바 있다.

▲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5월 북한 억류 중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가 미국에 도착해 환호하고 있다. [VOA 캡처]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5월 당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직접 방북해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의 미국 송환을 이끌었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 2017년 6월에는 북한 당국에 의해 17개월 간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지난 2014년에도 북한 당국에 의해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를 미국으로 데려왔다.

반면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의 송환 문제는 수년째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경험이 있는 미국계 한국인들은 북한 지도부가 한국인들은 외국인과 달리 자국민으로 간주해 일방적으로 처벌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북한에 31개월 동안 억류됐던 임현수 목사김정은 정권의 이런 이중적 행태를 '사대주의'로 규정한다.

임 목사는 지난 10월 VOA에 "큰 나라에는 그래도 꼼짝 못 하면서 한국은 정말 만만하게 보고 속되게 보면 우습게 보는 거죠"라며 "한국 정부가 좀 강하게 나가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텐데 한국 정부가 너무 침묵하는 게 이해가 안가고 정말 안타깝다"고 밝힌 바 있다.

임 목사는 "북한 정부가 외부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다"며 "억류자 석방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프놈펜 공동성명, 일본인 납치·한국인 억류자 문제 해결 위한 외교적 해법 촉구

이번 북한 내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언급한 공동성명은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 △확대되는 역내 파트너십 △경제적 번영, 기술 선도 및 기후위기 대응의 세 부문으로 돼 있다.

억류자 문제는 첫 파트인 '안전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포함돼 있는데, 그 전문은 이렇게 돼 있다.

"북한과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3국 정상은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3국 정상은 납치자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이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

공동성명의 맥락과 구성을 보면, "3국 정상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한다"고 북한을 압박한 뒤에 외교적 해법은 열려 있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어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그러면서 공동성명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함께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결론적으로 일본인 납치 및 한국인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촉구한 셈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당

김당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