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후보 되더라도 주총 문턱 넘기 힘들 듯
KT CEO, 통신안전과 경쟁력 지킬 이가 돼야 KT 구현모 대표가 지난 8일 이사회에 연임의 뜻을 밝혔다. 이사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 심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심사에서 적합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연임은 확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이 관심을 끄는 것은 KT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연임에 성공한 CEO는 황창규 전 회장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연임에 성공한다면 KT 내부인사 출신으로는 처음이 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진정한 민영화를 이루고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연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 대표가 연임하기 위해 넘어야 할 리스크는 정치적 외풍과는 전혀 관계없는 요인들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사법 리스크'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협은 정치권 불법 후원 문제이다. 구 대표를 포함한 KT 임직원들은 황창규 회장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소위 '상품권깡' 방식으로 4억3천8백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임직원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구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 원, 업무상 횡령에 대해서는 500만 원, 도합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올해 4월 정식재판을 신청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자신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이 법인의 정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도 제청했다.
더구나 이 사안에 대해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KT에 대해 지난 3월 350만 달러의 과태료와 280만 달러의 추징금 처분을 내렸다. ESG 경영이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부패, 뇌물, 정치권 결탁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연임 결정돼도 정기 주총이 최종 관문 될 듯
이러한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이사회에서 연임을 확정하더라도 넘기 어려운 관문은 또 남아 있다. 현재 KT의 지분 구조를 보면 국민연금이 11.2%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그 다음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쳐 현대그룹이 7.8%를 가지고 있고 신한은행(5.58%),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5.2%)가 뒤를 잇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향방이 주요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그러한 정치적 해석보다는 다른 요인이 구 대표에게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구 대표와 함께 대표로 선임된 박종욱 전 대표의 선례가 바로 그것이다. 박종욱 대표도 구 대표와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500만 원 약식명령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인물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고 박 대표는 주주총회 직전에 사퇴하고 말았다.
따라서 같은 결격사유를 두고 박 대표를 반대했던 국민연금이 이번에는 구 대표에게 찬성표를 던질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구 대표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정치적 외압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현모 연임의 가장 큰 무기는 실적 호전과 사업 다각화 성공
구 대표의 연임을 주장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성과는 실적 호전과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올 3분기에 매출은 6조477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2% 늘었고 영업이익은 18.4% 늘어난 452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통신 기업에 머무르던 KT를 콘텐츠와 금융, 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으로 확장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는 현재 회사 전체 매출의 28%로 성장한 비통신 분야 매출을 2025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KT는 기간통신 사업자, 본업은 통신이어야
물론 이러한 성과를 폄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다른 쪽에 한눈을 팔았다가 본업인 통신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KT는 다른 통신 사업자와는 격이 다른 기간통신 사업자이다.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 통신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드라마를 만들고 호텔 사업을 하는 것은 다른 민간기업에 맡겨도 우리 경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걱정이 괜한 기우이거나 남이 잘되는 것을 못 봐주는 시기심 때문은 아니다.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당시 인터넷과 휴대폰, 무선통신이 멈추는 악몽을 연출했다. 그리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난해 10월에는 서버 명령어 입력 오류로 전국 유선망이 한 시간 가량 먹통이 됐다. 또 올해 4월에는 올레TV에서 한 시간 동안 지상파와 일부 종편 채널이 나오지 않는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뿐이 아니다. 통신 품질과 관련해서도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4월 IT유튜버 '잇섭'이 "최대 10기가 속도의 KT 인터넷 상품이 실제로는 1000분의 1속도인 100Mbps 수준"이라고 폭로했다. KT는 5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 명령을 받았고 이용자 보호 평가에서도 2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주주나 직원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력을 비난할 근거도 이유도 없다. 그러나 KT는 주업이 통신이어야 하고 근본 경쟁력은 통신에서 나와야 한다. 국민이 KT에 바라는 것이 바로 통신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비롯된 카카오톡의 먹통사태는 기간통신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따라서 차기 KT의 CEO는 정치적 외풍으로 결정돼서도 안되겠지만 단기적이고 본업이 아닌 분야의 성과에 현혹돼서도 안 될 것이다.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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