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압색에 침묵한 이재명…尹 향해 "다시 촛불 들어야 하나"

허범구 기자 / 2022-11-09 14:27:48
"참사 희생자 명단·영정 공개해야"…尹에 날세워
'웃기고 있네' 메모 관련 "尹사과 반드시 필요"
정부 책임론 부각·공세 강화…'사법리스크' 위기감
'정진상 뇌물' 수사 본격화…檢, 李 턱밑까지 겨눠
與 "배후 몸통은 李…민주, 李 방어에 힘쓰지 말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9일 자신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자택 등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집행했으나 침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압색에 대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개의를 기다리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뉴시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을 바짝 세웠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촛불 집회'까지 소환하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최측근 압색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한 것으로 비친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유족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가리지 말라는 오열도 들린다"며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는) 숨기려 하지 말라. 숨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겠느냐"고 쏘아붙였다.

또 "어제 김은혜 (홍보)수석 등 관계자들이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의원들의 질문 과정에서 '웃기고 있네' 메모를 하다가 문제가 됐다"며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라고 한 얘기를 듣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는 말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저격했다.

이 대표는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 준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사정 정국'으로의 전환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친다. 반여 정서를 자극하는 이번 사안을 쟁점화할수록 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기 어려운 '애도 국면'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그런 만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이 대표의 위기감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정 실장은 이 대표와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측근 중 측근이다. '성남 라인' 핵심이다. 검찰이 정 실장을 정조준한 것은 이 대표 턱밑까지 수사 칼날을 겨누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날 압색은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기소한 지 하루 만이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압박이 절정으로 향하는 흐름이다.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패방지법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부원장과는 다르다. 정 실장은 위례·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정책실장을 지내며 내부 결재 라인에 포함돼 있었다.

정 실장은 이런 지위에서 알게 된 개발 사업 관련 비공개 정보를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리거나 각종 인허가 과정에 도움을 줘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 대가로 민간사업자들에게 2014년∼2020년 총 1억 4000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정 실장의 뇌물 액수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0년 무렵부터 형제처럼 지내며 '대장동 일당'과 유착 관계를 맺은 게 금품 수수의 배경으로 본다. 이들 3명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대장동 개발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일당 중 지분이 가장 많은 사람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다. 그는 민간사업자 지분 중 약 49%를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소유했다. 검찰은 최근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씨 지분의 절반인 24.5%가 실제로는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진술을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한 몫(700억원 중 공통비 등을 제한 428억원)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지분도 들어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2014년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각각 건넨 5000만원과 1억원의 출처도 확인중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향해가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어에 힘쓰지 마시고 민생에 집중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장동 저수지'에 빌붙어 이익공동체를 형성하고 수백억 원대의 자금을 유용해 정치인 이재명의 비밀금고를 만들고자 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민주당은 대장동 이익공동체를 위한 방패막이로 휘둘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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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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