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여행도! 계곡도! 경기도] ⑨단풍·계곡·예술의 만남 '장흥계곡'

김영석 기자 / 2022-11-01 03:35:11
가을의 낭만과 사색, 예술체험, 맛집 여행의 성지 장흥계곡
계곡따라 자리잡은 미술관·조각공원·아틀리에...사색의 공간
단풍터널·유리알 계곡물에 숲속 이색적 분위기 건축물 환상적
▲ 장흥계곡과 단풍 [김영석 기자]

10월 마지막 주,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절정이다. 어디를 나서도 울긋불긋하게 물든 산과 들이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자태를 뽐낸다. 

하늘과 맞닿은 도로 끝 어디에선가 몰려온 바람이 후루루 길가의 낙엽을 날리면 흩어지는 낙엽 따라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진다.

한참을 걷다가 문득 바람이 멈춰서는 끝자리에 오면 진한 커피 향에 잠시 눈을 감을 수 있는 공간이 그리워진다. 그럴만한 곳은 없을까.

계곡이 있다. 차가운 골바람에 곱디 곱게 물든 나무 아래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낙엽을 따라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이 빗겨드는 햇살에 반짝이며 사색의 장으로 이끄는 곳이 계곡이다.

계곡 가운데 2년여에 걸쳐 불법시설물 철거한 뒤 정비된 데크로와 쉼터를 마련하고, 형형색색으로 물든 계곡 숲 속 여기저기에 위치한 이국적인 자태의 예술공간과 카페 건물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 주는 '청정 경기계곡'이면 더없이 좋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돼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취에 이국적인 미술관과 박물관, 아틀리에, 예술 공간, 천문대. 체험·테마 시설까지 갖춘 양주 장흥계곡(석현천)이라면 낭만과 사색의 가을 여행지로 최고다.

▲ 알록달록 물든 권율장군 묘 입구 371번 지방도 주변 [김영석 기자]

양주는 북으로 파주 적성산과 동두천 왕방산, 남으로는 북한산국립공원과 개명산 등 준령들에 둘러싸여 병풍을 쳐 놓은 듯한 가을 단풍에 맑고 깨끗한 계곡들이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공원 도시다.

수도권 주민이면 한두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송추와 일영계곡이 있는 곳이다. 송추·일영 계곡은 37번 국지도 오른쪽 북한산국립공원의 도봉산 자락에서 발원한 물이 공릉천으로 흘러가는 상류 계곡이다.

반대 방향인 왼쪽의 개명산(560m)과 고령산(621m) 형제봉 사이에서 시작해 석현리 돌고개 유원지와 장흥관광단지를 거치는 계곡·하천이 석현천이다. 이 계곡의 상류를 장흥계곡이라 부르는 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흥관광지가 자리잡은 곳이다.

계곡 이름은 별도로 없고 장흥면에  있어 보통 장흥계곡으로 부른다. 인터넷에서 장흥계곡을 검색하면 석현천이 아닌  송추·일영계곡이 나오는 이유다.

장흥계곡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장흥관광지와 문화예술체험 시설이 빼곡히 자리잡을 정도로 빼어난 풍광의 청정 지역이다. 한 때 이 계곡을 점령한 음식점과 카페에 모텔 등이 난립하면서 '위락지'라는 오명도 얻었으나 지금은 정부의 '문화예술체험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정비되고 재구성됐다.

삼상리 일영유원지까지 약 9km를 흐르는 석현천의 상류 지역인 돌고개에서 371번 지방도 변 음식점 주막촌을 거쳐 장흥관광단지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장흥조각공원에 이르는 약 3.8km 구간을 장흥계곡이라 한다.

▲ 가을 정취 속 하얗게 자태를 드러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김영석 기자]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에서 송추 IC를 나와 시도 32호선을 거쳐 371번 지방도를 이용하거나, 국지도 39호선을 따라 이동하다 장흥 방면 371번 지방도를 이용해 만날 수 있다.

송추 IC에서 나오면 자동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이 곳은 경기도와 양주시가 계곡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계곡 내 60여 개 업소의 평상과 보, 구조물 등 불법시설물을 없애고 자연 그대로의 청정 경기계곡으로 복원한 석현천의 핫 플레이스다.

여름철 석현천의 대표적 물놀이 공간으로도 애용되는 이 구간은 가을이면 전체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다워 걸으며 힐링하고 사색하기에 더없이 좋다.

이 구간은 장흥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시작해 돌고개와 수리봉 자락의 법화사, 현대랜드, 조각 아뜰리에를 거쳐 다시 복지센터로 회귀하는 15㎞의 '장흥숲길'의 일부이기도 하다.

▲장욱진미술관 매표소 [김영석 기자]


기점인 조각공원은 에버그린 호텔 인근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 입구의 '권율로(371번 지방도)'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매표소부터 시작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멀리 맞은 편 언덕 위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 사이로 하얀 색 외벽에 독특한 건축양식의 장욱진미술관이 눈에 들어온다.

미술관은 '불사선(不思善:善도 惡도 아닌)을 화두로 한국 근현대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장욱진 예술가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한국현대미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작품과 자료를 전시, 연구, 수집하기 위해 2013년 5월 준공됐다.

장욱진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를 모티브화 한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2014년 김수근 건축상에 이어 영국 BBC의 '2014 위대한 8대 신설미술관'에 선정된 곳이다.

3831m²의 부지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 연면적 1851m² 규모로, 전시실과 영상실, 강의실, 아카이브 라운지, 카페 등을 갖췄다.

이 장욱진미술관과 아래 조각공원 사이를 석현천이 흐른다. 매표소에서 석현천을 가로질러 미술관과 연결하는 아치형 다리에서 북쪽 권율장군 묘 입구 다리까지 삼각형의 넓은 공간이 조각공원이다. 

▲ 장흥조각공원 내부. 왼쪽 설치미술이 기차형 말을 탄 '돈키호테'의 뒷모습. [김영석 기자]

조각공원에는 국내외의 내노라하는 작가 30여 명의 작품 40여 점이 울긋불긋한 나무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기차 형상의 말을 타고 있는 인물에 각종 색상을 입힌 설치미술 '돈키호테'와 검은색 돌로 매끄럽게 다듬어 만든 조각품 '가족', '하늘로 날아간 마법사' 등 수준높은 작품이 즐비하다.

미술관에서 장욱진 작가의 작품과 삶을 둘러보고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공원의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면 가을의 여유가 느껴진다. 조각공원에는 바닥 분수대와 야외무대, 키즈존 등을 갖췄다.

이 조각공원과 장욱진미술관 사이를 흐르는 폭 7~10m의 석현천 또한 미술관과 조각공원의 작품처럼 맑고 아름다운 모습인 데, 양쪽에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아치형 다리부터 권율장군 묘 입구 다리까지 약 800m 길이다.

조각공원 쪽 산책로는 미술관 쪽 산책로보다 1~2m 낮게 설치됐다. 여름철 석현천에서 물놀이하다 바로 나와 쉬거나 걸을 수 있도록 한 친수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산책로에는 가운데 맨발로 걷는 '건강로'까지 조성해  맨발로 걷다가 바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골바람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언덕을 따라 제방처럼 높게 형성된 미술관 쪽 산책로에는 권율장군 묘 입구 다리 앞까지 컨테이너 움막 모형의 작품 등 각종 설치미술을 배치해 풍취를 더했다.

▲ 장욱진미술관과 조각공원을 가로지르는 석현천 산책로와 개명산 단풍 [김영석 기자]

양쪽 산책로 모두 총천연색으로 물든 개명산 산자락의 경관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어서 자연과 예술, 사람이 일체감을 이루며 가을 정취 속에 빠져들게 된다.

자연 속 예술 공간인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 아치다리를 건너 미술관을 관람한 뒤, 미술관 1층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조각공원을 내려다 보면 절로 입가에 가을색 미소가 떠오른다.

에버그린 호텔 아래의 공영주차장 입구에도 '양주시립 민복진미술관'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 1세대 조각가로 유명한 양주 출신 민복진 작가를 기념하고 후배 양성을 위해 지난 4월 개관했다.

조각공원을 벗어나 권율장군 묘 입구 다리부터 돌고개 입구 3거리의 주막촌까지 약 1Km 구간은 아름다운 단풍 터널을 만날 수 있는 길이 다. 산 쪽으로 난 계곡 단풍길 아래에는 졸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물이 가을 햇살에 반사돼 반짝이며 마음을 시리도록 맑게 해준다.

이 산책로 곳곳에는 경기도와 양주시가 휴식 공간과 전망대, 쉼터 등을 배치해 걷다가 잠시 앉아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했다.

▲ 단풍터널을 이룬 장흥계곡 산책로 [김영석 기자]

'모두의 계단' '모두의 쉼터' '모두의 화장실' 등 '모두'라는 단어가 붙은 시설물이 많은 데, 과거 특정인이 점유했던 불법 계곡이 아니라 지금은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곳에는 물놀이 공간도 별도로 조성돼 있어 여름철이면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위로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단풍터널 산책로 끝이 주막촌 3거리인데, 조각공원에서 이 곳까지의 석현천 주변이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다. 계곡 맞은편 371번 지방도 오른 쪽에는 산자락 숲을 배경으로 넓은 정원 속 베이커리와 이국적 느낌의 카페, 아트밸리 등이 자리해 가을 여행의 멋을 더해 준다.

주막촌 3거리에서 왼쪽 장흥자생수목원 방면 돌고개까지는 카페와 팬션, 맛집이 빼곡이 들어선 '돌고개유원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호객 행위 등 불법이 난무하던 곳이지만 지금은 누구나 아무런 제약없이 계곡을 즐기다 편한 곳을 찾아 쉬며 맛있는 음식까지 맛볼수 있는 계곡 쉼터로 변했다.

이를 알리는 '이곳은 누구가 이용할 수 있는 경기도 청정계곡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계곡도로변 곳곳에 붙어 있다.

▲ 돌고개 아래의 장흥폭포와 단풍 [김영석 기자]

계곡 상류 돌고개 아래에는 진홍색 단풍 사이 앙증스런 주황색 다리를 배경으로 수십 개의 집채만 한 바위가 펼쳐져 있고, 그 사이로 장흥폭포 물살이 하얗게 흘러 내리며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장흥조각공원에서 시작해 계곡변 단풍터널 길을 지나 돌고개 유원지 장흥폭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인근 맛집을 찾아 담백한 토종닭백숙 한그릇을 하면 이 가을 모두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가족과 함께 하는 가을 놀이공간 두리랜드·가나 아트파크

장흥 조각공원에서 500 여m 하류 지점의 장흥면 행정복지센터까지도 석현천을 따라 걸으며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이 구역도 문화예술체험특구에 속하는 데, 특히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이 가을 정취를 느끼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예술 체험공간인 가나아트파크와 테마공원 두리랜드, 청암민속박물관이 대표적이다.

▲ 가나 아트파크 조각공원내 설치미술 [김영석 기자]

가나 아트파크는 위락·유원지로 전락해 가던 장흥을 문화예술체험특구로 만든 모티브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아름다운 경관과 깨끗한 물로 1980년대에 휴양지로 이름을 날리던 장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러브호텔과 유흥주점, 카페,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향락 지역으로 변모했다.

이에 이 지역의 가나아트를 중심으로 30여 개 민간 화랑이 1984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개인 미술관 '토탈미술관' 주변 부지 4만㎡를 매입해 복합문화단지 조성에 나섰다. 양주시도 각종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2006년 5월 장흥 아트파크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눈쌀을 찌푸리게 했던 구역내 6층의 러브호텔 건물 2채를 매입해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는 공간 아틀리에로 리모델링하는 등 문화예술촌 조성에 대한 노력 끝에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석현·일영리 일대 50만 9229㎡를 '문화예술체험특구'로 지정받게 했다.

이후 장흥아트파크와 주축이 됐던 가나아트파크 명칭이 혼용되어 사용되다 지금은 가나아트파크로 통칭해 부르고 있다.

가나아트파크는 어린이 미술체험관과 피카소 어린이미술관, 야외 조각공원, 전시장, 공연장 등으로 구성됐다. 한마디로 어른들은 수준높은 예술 작품을 관람하며 힐링할 수 있고, 아이들은 마음껏 그리고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문화예술 체험 공간이다.

가나아트파크에서 371번 도로 맞은편의 테마공원 두리랜드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공간이다. 5개층의 건물인데 층별로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미니기차, 회전목마, 미니바이킹 등 다채로운 놀이시설을 갖췄다.

5층에 국내 최대 미로 체험 시설과 4층에 미니콘서트 카페 및 야외 스포츠 테라스도 구성해 아이들과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 청암민속박물관 내부 모습 [양주시 제공]

가나아트파크와 두리랜드 아래쪽에는 1950~1960 년대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근현대 생활사 박물관 '청암민속박물관'이 가을 진객을 맞는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향수를 선물하고 아이들에게는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1관 민속종합박물관, 2관 꼬마신랑 장가가는 날, 3관 테마전시관, 4관 체험 갤러리장으로 나뉜다. 여기에 야생화 단지와 자연학습장, 민속체험장(그네 타기,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널뛰기) 피자체험마을, 영상회의실, 먹거리 터 등 놀거리가 마련돼 있다.

장흥계곡의 가을 나들이는 차를 타고 한나절이면 충분하지만 체험놀이시설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더 깊이 음미하고 싶다면 조각공원 옆의 시립캠핑장에서 하루를 지내는 것도 좋다. 송암천문대를 향하는 길 아래 탁 트인 공간에 산자락을 배경으로 석현천 맑은 물을 낀 채 장욱진미술관과 장흥조각공원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국내 캠핑장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편리한 곳으로 꼽힌다. 

연인이나 혼자 사색의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다면 시립 장욱진미술관과 장흥 조각공원을 시작으로 돌고개까지 단풍과 낙엽, 맑은 계곡물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살찌우는 여행에 나서고, 가족과 함께라면 야외 예술품을 감상하며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테마공원을 찾으면 이 가을이 더없이 여유롭고 풍족해 진다.

깊어가는 가을에도 역시 여행은 계곡이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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