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규모 핵 타격' 훈련 돌입...바이든 "전술핵 사용시 심각한 실수"

김당 / 2022-10-27 11:51:22
최고사령관 푸틴 통솔 아래 야르스 ICBM, 시네바 탄도미사일 등 발사
푸틴, 핵전쟁훈련 '그롬' 실시 이어 CIS 정보기관장회의서 '더티 밤' 언급
연일 우크라이나 '더티 밤' 경고…미·유럽 "더티 밤은 '거짓 깃발' 작전"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간)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Гром·우레)'을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상황실에서 '그롬' 훈련을 지켜보며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 최고사령관이 이날 전략억제군의 '핵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 대통령실 제공]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 최고 통수권자인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의 통솔 아래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전략적 억지 훈련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극동 캄차카에 있는 '쿠라' 시험장, 플레세츠크 국가 시험 비행장, 그리고 바렌츠해 등에서 야르스(Яр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시네바(Синева)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장거리 항공기(Ту-95МС)도 공중발사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임무 수행에 참여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행사에서는 군 지휘통제기구의 준비태세와 부대 지휘통제를 조직화하는 지도력 및 작전참모의 역량을 점검했다"면서 "전략적 억제력 훈련 첫째 날에 설정된 모든 임무를 완수했으며, 시험 발사된 모든 미사일이 지정된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 모스크바 상황실에서 훈련 통솔…쇼이구 국방장관 "대규모 핵타격 시뮬레이션" 보고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상황실에서 훈련을 지켜봤다. 푸틴은 현장 화면을 통해 미사일 발사 등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군 수뇌부에 각종 주문을 내고 지휘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번 훈련이 "러시아를 겨냥한 핵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대규모 핵 타격'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훈련에는 우주항공군과 남부관구군, 전략미사일군, 북방함대, 흑해함대가 참여했다고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발표했다.

훈련 목적은 전략핵무기와 비핵 전략무기의 신뢰성을 점검하고, 군사 지휘통제 기관과 전투 요원들의 준비 태세를 살피려는 것이라고 총참모부는 덧붙였다.

▲ 러시아 국방부는 해상발사 '치르곤'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 발사(위)를 포함한 '그롬(우레) 2022' 핵공격 훈련 첫날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트위터 동영상 캡처]

러시아 국방부는 '치르콘'과 '킨잘' 등 극초음속 미사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 전술 탄도·순항미사일, '시네바'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했다.

해상 선박이나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는 치르콘은 최고 마하8(시속 약 9792km)로 비행해,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에 이르는 '야르스'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을 뚫을 수 있고, 최소 4개의 분리형 독립 목표 재돌입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미 국방부 대변인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 통지 받아…연례 일상적 훈련"

이번 훈련은 오는 29일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을 실시한다고 이날 러시아 매체들이 전했다.

ICBM 시험 발사에는 26일 발사 장면을 공개한 기종들 외에, 차세대 기종인 RS-28 '사르맛'도 동원된 것으로 보도됐다.

칼리닌그라드에서 사르맛을 발사할 경우 런던은 202초, 파리는 200초, 베를린은 106초면 타격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앞서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야 1'의 전파를 탄 적이 있다.

▲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공군 준장)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핵공격 '그롬' 훈련에 관한 통지를 받았다"며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답했다. [미 국방부 제공]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25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그롬 훈련에 관한) 통지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투명하게 공지를 해야 하는 군비통제 의무를 따르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이 이상 더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ICBM 시험 발사 등은 지난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뉴스타트(New START∙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른 사전 통보 사항이다.

러시아는 매년 10월 말 그롬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 사태로 취소됐지만, 올해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이례적으로 이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주요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현 시점에서 러시아군이 이 같은 훈련을 다시 실시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수세에 몰린 시점 핵훈련에 의구심…특히 연일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경고

이런 배경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상대로 핵무기 사용 위협 발언을 해온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진다.

특히 러시아는 연일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dirty bomb)' 사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우려된다"며 미국, 영국, 프랑스, 터키 국방장관에게 통보한 데 이어,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안건으로 다룰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 정보기관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언급하며 '더티 밤'이 우크라이나 암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대통령실 동영상 캡처]

이어 푸틴 대통령은 26일 그롬 훈련 직후에 옛 소련권 나라들의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들과 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크렘린궁 보도자료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의에서 "키예프(키이우) 당국의 핵무기를 얻으려는 욕망"을 언급하며 "이른바 더티 밤을 도발에 사용할 계획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푸틴은 국경을 초월한 테러 및 극단주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우크라이나의 무기 암시장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방공 시스템과 고정밀 무기를 포함해 더 강력한 무기가 범죄자의 손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더티 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의 일종이다. 일정 지역에 핵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점에서 막대한 파급력을 가졌다.

서방 측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동을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으로 보고 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가 먼저 행동한 것처럼 꾸며 공격할 빌미를 조작해내는 군사적 수법을 가리키는 용어다.

우크라이나의 방사능 무기 공격 우려를 구실로 내세워 러시아군이 조만간 핵무기를 사용할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바이든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러시아가 더티 밤이나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오늘 그것을 논의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그것이 가짜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미국 주요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심각한 후과가 있을 것을 분명하게 경고했다고 수차례 확인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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