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된 극작가 故 한운사와 윤혁민의  '아름다운 인연' 

박상준 / 2022-10-21 20:50:27
'한운사 추모식'에  작가 김수현, 성우 고은정 등 참석 충북 괴산 청안면소재지엔 한 시대를 풍미한 극작가 한운사 선생을 기리는 2층 규모의 아담한 '한운사 기념관'이 있다. 2009년 8월 11일 한 선생이 타계한지 13년만인 21일 그 곳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21일 한운사기념관의 대형 추모사진앞에 선 윤혁민 작가.[upi뉴스 충청본부]

이 자리엔 드라마작가 김수현과 성우 고은정, 배우 노주현 등 문화계 인사와 선생의 3남 한중원씨등 100여명이 참석해 한 선생의 빚나는 업적을 되새겼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이 '꽃피는 팔도강산'의 극작가 윤혁민 선생이다. 한운사 선생의 애제자인 윤 작가는 시인이기도한 충북지역 일간지 동양일보 조철호 회장에게 추모식을 제안해 한국방송작가협회와 함께 이 행사를 만든 주역이다.

윤 작가는 노구(老軀)의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한운사 선생의 묘소가 있는 강원도 문막까지 가서 흙을 퍼왔다. 그리고 기념관 입구 추모비옆 '운사나무' 제막식에 합토의식을 진행하는 열의를 보였다. '사람과 나무가 하나 되듯이 모두가 하나 되는 구름다리를 놓아주소서'로 끝나는 한 편의 시와 같은 비문도 직접 썼다. 한운사 선생과 윤혁민 작가의 세월을 초월한 60여년 아름답고 감동적 인연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윤 작가가 기억하는 한운사 선생은 천의 얼굴을 가진 만능엔터네이너다. 시인, 서예가, 작사가, 시나리오 각본가, 영화각색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예술가다. 영화 '빨간마후라'등 20여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남과북'등 라디오드라마 대본, 소설 '현해탄은 알고있다'등 숫한 작품을 양산했다. 

▲한운사 추모비앞에서 제를 올리는 한 선생의 3남 한중원씨.[upi뉴스 충청본부]

'한운사 기념관' 2층엔 그가 영화계와 방송계에 남긴 커다란 발자취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포스터와 드라마 스틸사진, 대본노트를 보면 재능과 에너지가 활화산같이 넘치는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충북 출신 선후배로 윤 작가가 1959년 KBS에 연속극 시나리오를 공모했을때 심사위원이 한 작가였다. 이 작품은 후에 강대진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나올만 하다.

윤혁민 작가는 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꽃피는 팔도강산'을 집필했다. 그는 이미 청주고 재학중 소설로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문재(文才)를 보였으나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국 드라마에 한 획을 긋는 극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윤 작가는 따가운 가을 햇볕속에서 2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은채 맨 앞자리에서 추모행사를 묵묵히 지켜봤다. 한 선생이 작고한지 13년 동안 늘 마음 한켠에 숙제처럼 남아있던 '추모식'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이었다.추모식을 마치고 떠나는 윤 작가의 얼굴은 밝았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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