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체결 '암호화폐 합의서' 입수…"싱가포르에 '재단' 설립"

김당 / 2022-10-21 13:46:42
합의 주체는 北 '민경련'-南 '우경협'…'아태협'은 우회 계약해 코인 팔아
"UN 제재기간 암호화폐 발행해 2530억원 조성, 제재 해제후 대북 투자"
암호화폐 거래소와 '북남 블록체인 연방' 'Crypto Land' 조성사업 추진
아태평화교류협회(이하 아태협)가 UN 제재기간에 제3국(싱가포르)에 재단을 설립해 암호화폐를 발행해 2억3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253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제재 해제 후에 기금을 북한에 본격 투자하기로 북측과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 UPI뉴스가 입수한 '합의서'와 'APP Coin 백서'에 따르면, 쌍방울과 아태평화교류협회가 UN 제재기간에 제3국(싱가포르)에 재단을 설립해 암호화폐를 발행해 2억3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253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제재 해제 후에 기금을 북한에 본격 투자하기로 북측과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서 캡처. 이더리움 이미지는 플리커]

특히 남북 양측은 2018년 당시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임을 의식해, 재단 설립은 남측이 수행하되 유엔의 제재 해제 이후 북측 전문인력이 합류해 조성된 자금으로 암호화폐경제 특별구역(Crypto Land) 조성사업 등 10대 민간경제협력사업을 수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및 대선후보 시절에 이 대표를 불법 지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아태협 간부들은 기소 또는 기소중지된 상태이고, 이화영 전 부지사는 구속기소되었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이다.

북측이 암호화폐 발행에 합의한 남측 상대역은 '아태협'이 아니라 '우경협'

앞선 선행 보도들에 따르면, 아태협은 북한 지원용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APP427)를 발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TV조선은 아태협의 'APP Coin 백서(ver 2.0)'를 입수해 아태협이 2020년 10억 원어치의 APP 코인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이재명 대북 코인' 이라며 판매했으며 쌍방울과 함께 가상화폐거래소 설립을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JTBC는 아태협의 '투자 내역서'를 입수해 투자자 100여 명 가운데는 경기도-아태협이 공동주최한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 부위원장 인터뷰를 진행한 진모 KBS 국장이 코인 20만 개를 1000만 원에 지급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UPI뉴스는 아태협의 '북남 민간교류협의 위한 방북 협조 요청' 공문을 입수해, 아태협이 경기도와 함께 정부와 미국의 금융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김영철 당시 '아태' 위원장에게 방북 협조요청을 보내 협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태협이 발행한 'APP427' 코인의 명칭은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을 기념한 것이다. 안부수 회장은 경기도의 남북교류협기금 지원과 쌍방울의 후원을 받아 2018년 11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첫 국제대회에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을 초청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북한측이 암호화폐 발행에 합의한 남측 상대역은 아태협이 아니라 우리경제교류협회(이하 우경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부수 회장은 북한측 동의 없이 우경협 측과 암호화폐 발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APP427' 코인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UN제재기에 암호화폐 발행해 2530억 원 기금 조성, 제재 해제 후 본격 대북투자"

▲2018년 9월 1일 '남측 우리경제교류협회 정태헌 회장'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진혁 투자개발처장'이 수표(서명)한 합의서 [합의서 캡처]

UPI뉴스는 이른바 'NKCoin'을 처음 기획한 'APP Coin 백서(ver 1.0)'와 이를 구체화한 'APP Coin 백서(ver 2.0)'뿐만 아니라 우경협(회장 정태헌)이 북한 '아태'와 맺은 의향서(MOU)에 따라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과 체결한 '합의서'를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2018년 9월 1일 '남측 우리경제교류협회 정태헌 회장'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정진혁 투자개발처장'이 수표(서명)한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유엔(UN) 등 국제제재 해제 이전 수행사업으로 △북남 경제발전 기반구축을 위해 '우리경제협력재단'을 싱가포르 등 제3국에 설립하고 △'우리경제협력재단'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북남 민간경제교류의 중개역할을 하기로 했다.

특히 합의서에서 주목을 끄는 문구는 "'우리경제협력재단'은 암호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약 2억3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조성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대목이다. 즉, 암호화폐를 발행해 2억3000만 달러, 당시 환율(1US$는 1100원) 기준으로 253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 양측은 유엔의 대북 제재 국면임을 의식해 재단 설립은 남측이 수행하며, 유엔의 제재 해제 이후 북측 전문인력이 합류해 조성된 자금으로 암호화폐경제 특별구역(Crypto Land) 조성사업 등 10대 민간경제협력사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아태협-쌍방울그룹의 암호화폐 발행 및 'Crypto Land' 조성사업은 2021년 7월에 작성된 아태협의 'APP Coin 백서'에 잘 드러나 있다.

'백서'에 따르면, APP 코인은 아태협이 주관하는 각종 사업(대북사업권 계약, 북한 예술품 경매, 블록체인 기반 기부 시스템 등) 외에 북한의 기존 화폐가치 붕괴시 대용 통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1년 6월 의회 표결에 따라 암호화폐(비트코인)를 법정화폐로 최초 공식 인증한 엘살바도르의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 아태협이 'APP Coin 백서'에 제시한 암호화폐 발행 및 'Crypto Land' 조성사업 관련 로드맵과 코인 발행계획. 일부는 시행되었고, 일부는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PP Coin 백서 캡처]

또한 아태협이 '백서'에 제시한 암호화폐 발행 및 'Crypto Land' 조성사업 관련 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 8월 블록체인 플랫폼 구상 및 기획 △2019년 7월 블록체인연방 국제대회 발표(북한 포함 12개 국가 참석) △2021년 9월 APP 코인 상장 등이 적시돼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해 '북남 블록체인연방' 'Crypto Land' 조성사업 추진

이 가운데서 APP 코인은 10억 원어치 발행되었지만, APP 코인의 상장과 'Crypto Land' 조성사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해당 코인에 투자된 10억 여원의 행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태협은 투자자들에게 "북한에 현금을 보낼 수 없으니 코인을 발행한 것"이라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쌍방울과 KH그룹은 합작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복제 불가능한 디지털 예술작품을 파는 NFT 거래 사이트를 만들어 시범운영 중인데, 'Crypto Land' 조성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회장이 NFT 거래소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하려 한 정황을 파악하고, 가상화폐를 이용해 자금 세탁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도피하기 전까지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에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북측 아태 대표, 그리고 안부수 아태교류협회 회장(왼쪽부터)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아태협 동영상 캡처]

하지만 남북경협에 정통한 한 사업가는 "APP 코인은 북한의 동의가 반영되지 않은 '잡코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이 사업가는 "2019년 7월 경기도-아태협이 주최한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아태협이 북측 동의없이 '남북 블록체인연방'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북측이 노발대발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한 이 사업가는 "안부수 회장이 2000년 1월 우경협과 협약식을 갖고 암호화폐 발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북측(아태)은 아태협의 암호화폐 발행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태협이 우경협과 우회계약해 APP 코인을 발행해 기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한동훈 "내부고발이냐"…APP코인의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연관성 주목

UPI뉴스가 입수한 'APP Coin 백서(ver 2.0)'의 'APP COIN 소개'에는 "APP 코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ERC-20)를 통해 출시한다"며 총 10억개를 발행하고 ICO 없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해 유통한다"고 돼 있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백서를 공개한 후 신규 암호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사업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북한에 암호화폐 기술을 전수한 혐의로 수감 중인 암호화폐 이더리움 개발자 버질 그리피스가 2018년 북한에 암호화폐망 구축을 시도하면서 이를 대북지원으로 포장하려 한 정황이 최근 확인돼 아태협이 출시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코인이 이와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된다.

그리피스는 2019년 4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가상화폐 콘퍼런스에 참석한 혐의로 올해 4월에 6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이 지난해 9월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첨부된 텔레그램 대화에 따르면, 그리피스는 2018년 8월 17일 미상의 인물들과 대화하며 '이더리움 노드' 즉 암호화폐 거래의 주축으로 통하는 연결망 구축을 한국의 '에이드 패키지' 즉, 대북 지원 형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 김의겸 의원(민주)이 최근 지난 7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미국 뉴욕남부 연방검찰청을 방문한 것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등장하는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자, 한 장관은 "(김 의원이) 범죄 신고나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이냐"고 되받아친 바 있다.

아태협-우경협의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에 청와대의 '뒷배' 의심

▲ 아태평화교류협회(안부수 회장, 오른쪽)와 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정태헌 회장)가 2020년 1월 '남북사회.문화.경제협력사업' 협약식을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아태평화교류협회 제공]

또한 안부수 회장은 "APP COIN 팀의 리더이자 설립자"로 소개돼 있고, 경력에는 "현 아태평화교류재단 이사장" "현 아태평화정책연구원 이사장"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동명의 재단이나 연구원은 설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태헌 회장은 "APP COIN 팀의 평화경제 부문 어드바이저"로 소개돼 있고, 경력에는 "현 아태평화교류협회 자문위원"으로 기재돼 있다. 정 회장은 이재명 지사 시절에 민주평통(19기)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사무실은 성남시에 두고 있다.

정 회장은 자신을 "현 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회장"이자 "현 우리경제협력재단 이사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우리경제협력재단'이 암호화폐 합의서에서 남측이 싱가포르 등 제3국에 설립하기로 한 '우리경제협력재단'과 같은 재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국내에서는 실재하는 동명의 재단을 찾을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태협과 우경협은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미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자, 한몫 챙기려고 대북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태협은 10여년 전부터 일본 강제징용자 유골 반환 운동을 해왔지만, 2018년 경기도와 손잡고 남북교류지원사업을 급조해 이듬해 3월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받아 쌍방울과 함께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다.

우경협 역시 2018년에 급조된 단체다. 기업공개정보에 따르면, 2018년 7월 '태양광 발전소'를 주업종,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된 우경협은 역시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받으며 주업종을 경영컨설팅으로 변경했다.

우경협의 매출액 1억 원(2019년 기준)이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924만 원(2020년 기준)으로 돼 있는데, 전화로 확인해 보니 상근자도 없는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나 다름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북지원사업자' 지정을 받으려면 통상 3년 이상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이행해온 경력이 필요한데, 아태협과 우경협 모두 초스피드로 지정된 데는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뒷배'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별다른 남북교류협력 실적도 없이 2018년 7월에 설립된 '우경협'이 그해 9월 1일자로 북한 아태의 위임을 받은 '민경련'과 '합의서'를 체결한 데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한 비서관이 '뒷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과 체결한 '암호화폐 합의서' 공개는 처음…'우경협 개입'도 처음 밝혀져

쌍방울(김성태)-경기도(이재명)-아태협(안부수)-북한 아태(김영철-리종혁) 커넥션 의혹에서 북한측과 체결한 암호화폐 합의서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 커넥션에 '우경협'이란 단체가 깊숙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진 것도 처음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2018년 11월 16일 경기도 고양 엠블호텔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2018년 6월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이화영 전 의원을 신설한 평화부지사에 기용하고 추가경정예산에 남북교류협력기금 200억 원을 긴급 반영하는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이화영 전 의원은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6월 부지사로 발탁되기 직전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또한 안부수 회장은 2019년 1월 쌍방울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내이사로 영입됐고, 아태협 사무실은 쌍방울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안 회장은 현재도 SBW생명과학의 사내이사다.

UPI뉴스는 관련 의혹을 확인하고 반론을 듣기 위해 핵심 관련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마치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응답하지 않거나 답변을 피했다.

우선 안 회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휴대폰을 꺼놓고 있거나 통화 중인데도 응답하지 않았다. "APP 코인 관련 문의"라며 취지를 밝힌 수차례의 문자 메시지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정태헌 회장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우경협 사무실에 상근자가 없어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사무실 전화를 대신 관리하는 외부 직원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으니 역시 응답이 없었다. 메시지 전달 이후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APP COIN 팀의 어드바이저" 중에서 기자와 통화한 적 있는 국정원 출신 인사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그 역시 응답이나 회신을 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우경협'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뒷배' 의혹 편이 이어집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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