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의 지속, 우리측 입장은 정리해 전달
정부와 기업들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한다" 한국 경제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노골적 '미국 중심주의'가 깔린 두 법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간판 기업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IRA에 따른 보조금 불이익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가 한해 10만 대다. 현대차는 물론 한국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당 법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는 터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열린 마음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전기차 세액 공제와 보조금 지급이 걸린 IRA 이행을 위해 지난 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세부 하위규정(guidance)에 대한 의견수렴(Public comment)을 진행한다. 남은 20여일이 일단 우리 기업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골든타임이다.
미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는 대상이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 및 수퍼컴퓨터용 칩으로 한정됐다.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 규정과 다가올 첨단 장비 생산에 대비, 또 다른 위기를 막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부와 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관합동 TF(태스크포스)는 논의를 이어가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어려움은 많지만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끝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결과를 자신할 수는 없지만 희망은 있다"고 입을 모은다.
IRA 하위규정·관련법 모두 대응…"우리 입장 전달"
IRA는 세부 하위규정이 현안이다. 미 재무부는 전기차와 △청정시설 투자 및 청정 생산제조 △주택·빌딩 에너지 효율화 △청정에너지 발전에 대한 세액 공제와 △세액공제 현금화 △임금 수습 요건 등 IRA 내 6개 세액공제 항목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민관합동 TF장인 산업통상자원부 정대진 통상차관보는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행정부, 의회 등과 접촉하며 IRA에 대한 우리측 우려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하위규정 마련 과정에도 면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 재무부가 IRA 하위규정에서 청정에너지 인센티브 요건과 기준을 구체화하고 법률 내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사항 등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조수정 통상정책총괄과장은 "6개 항목 하위 규정에 관련법들이 있고 현재 그 세부규정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액공제 관련 조항이나 내용이 다수의 법에 산재돼 있다는 점을 감안, 모든 관련법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기차 북미 생산시점 유예 추진…장애와 가능성 상존
전기차의 북미 지역 생산 의무화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북미 내 전기차 최종 조립' 요건의 정의를 '2025년 12월 31일 이후 판매되는 차량'으로 규정, 국내 기업들이 미국내에 생산 시설을 확보할 시간을 버는 방식이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를 방문, 존 오소프(Jon Ossoff) 상원의원을 만나 IRA의 시행 시기를 3년 이상 유예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조지아주 래피얼 워녹 연방 상원의원(민주)도 지난달 29일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이 법안은 신속한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간선거(11월 8일)를 앞두고 의회가 입법 활동에 소극적일 수 있어서다. 조지아주 지역매체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도 '선거 이전 워녹 법안의 통과는 긴 역경을 겪을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IRA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입법 성과로 주목 받는 점도 법안 통과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같은 이유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IRA를 재개정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은 이 법에 대한 상·하원 표결에서도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일자리에 민감한 조지아주 지역 민심도 법안 개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워녹 의원은 지난 8월 IRA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호된 공격을 받았다.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한 허셜 워커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로부터 "지역 일자리를 외면한 인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탄소감축 노력도 세액공제 유인 전략으로
IRA의 많은 내용들이 미국내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태양광과 수소, 탄소 감축 등 인센티브 기회 요인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기차를 포함, 친환경 산업의 장점을 강조하며 탄소감축 노력을 세액공제 혜택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정대진 통상차관보도 친환경과 탄소감축을 앞세운 방안을 강조한다. 산업부 박근오 한미FTA대책과장은 "배터리 제조 공정은 탄소배출과 민감한 부분이 많아 이 부분을 해소할 대책도 세액공제를 받을 중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중간선거에 영향받지 않고 당장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이달 4일 국정감사에서 "미 상무부와 백악관을 통한 방법, 의회 아웃리치를 통한 방법, 여론을 형성하는 세 가지 방향으로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원에서 발의한 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실무적으로 협의한다. 혹시 늦어지거나 안 되더라도 우리 이익을 추구할 방법을 모색하며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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