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속어' 대통령실 해명 두고 여야 난타전…얼어붙는 정기국회

조채원 / 2022-09-23 14:34:22
대통령실 "이 XX, 미국 의회 아닌 한국 야당" 해명
민주 "망신살", "거짓 해명" 맹폭…與 "정쟁화 말라"
비속어 논란, 국감서 확산 전망…"협치 걸림돌 될 것"
해외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과 대통령실 해명을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다. 

각 방송사가 공유한 영상에는 윤 대통령이 "(미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으로 자막이 달렸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2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고 "(한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언론이 '짜집기'를 통해 '날리면'을 '바이든'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거짓말"이라며 대통령실을 맹폭하며 김은혜 홍보수석과 박진 외교부 장관 경질을 요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발언 순서를 양보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국익 프레임'을 내세우며 "논란을 키워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지 말라"고 반격했다.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열흘 가량 앞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며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어 파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대여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참 할말이 없다"며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거짓이 거짓을 낳고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며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대통령실도 겨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굴욕과 빈손 외교도 모자라 욕설 파문으로 국격을 깎아내리더니 급기야 거짓 해명으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거짓말은 막말외교참사보다 더 나쁜,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169명 의원들이 정녕 이 XX들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김 수석, 박 장관 경질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비속어 논란을 키워 외교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한 정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통령실 엄호에 나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지나가면서 사적으로 혼잣말을 한 걸 키워 대정부질문 내내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될지 숨고르기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도 '혼밥' 문제부터 여러가지가 있었다"며 "대통령이 외교 활동을 하는 동안 국내 정쟁 대상이 돼 성과를 깎아내리는 일이 없도록 서로가 생각을 같이 했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장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을 할 때 박 장관이 옆에 있었다.

그는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전하는 입장문에서 "바로 직전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짧지만 깊이 있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고 나오던 길이었는데, 상식적으로 대통령께서 미국을 비난할 이유가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다른 나라들의 10억불 안팎이상의 기여 규모를 볼 때 우리도 경제규모에 걸맞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내용을 잘 설명해 예산이 통과되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로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해명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대통령실 해명을 두고 여당 내에서는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났다. 정 위원장은 "동영상을 여러차례 돌려봤지만 딱히 그렇게(바이든으로)들리지는 않았다"며 대통령을 편들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우리 야당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발언 자체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다.

대통령실이 민주당을 공개 저격한만큼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국정감사와 맞물려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에선 여야가 '이재명 사법리스크' 대 '김건희 특검법'으로 강하게 충돌하며 '민생 실종'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또 하나의 대치전선이 생기면서 여야 공방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 '바이든'이던 '날리면'이던 내용은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미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될 여지를 줬다는 것"이라며 "정기국회에서 여야 쟁점 사항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서는 "안 그래도 한국 사회가 진보·보수 두개 진영으로 쪼개져 있는 상황인데, 통합보다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해외 순방에 나가서 야당을 두고 '이 XX'라고 하는 대통령에 협조할 야당이 어디 있겠느냐"며 "야당이 국감에서 대치전선을 강화할 명분을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해명이 더 문제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해명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국감을 앞두고 여야 협치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도 있었던 시기인데 지금으로 봐서는 답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연쇄 파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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