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감축법, EU는 역외보조금 규제…대응책 마련 시급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2-09-14 17:39:57
각종 보조금 법안들로 우리 기업들 활동 위축
정부와 기업들, 법안 내용 살펴 신속한 조치 필요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Chips Acts)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보조금 규제 등 각종 보조금 법안들이 우리기업들을 옥죄는 가운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법무법인 세종과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최근 미국과 EU의 보조금 입법 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도 참석자들은 주요국들의 보조금 법안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보조금 법안들은 표면적으로는 지원책으로 보이나 속내는 외국 기업들에게는 불리한 독소 조항을 품은 경우가 많아 자칫 대응을 소홀히 하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법무법인 세종과 1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최근 미국과 EU의 보조금 입법 동향 및 대응방안' 세미나 현장. [김윤경 기자]

美 인플레감축법, 이미 발등의 불

지난 8월 미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은 우리나라의 전기차와 배터리, 배터리 소재 기업들을 직격했다.

법의 목적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미국내 친환경 에너지 관련 생산과 제조 지원, 2030년까지 미국 탄소배출량 약 50%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산업 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와 친환경 관련 세액 공제 모두 미국내 투자와 미국 안에서 최종재 및 부품 생산을 하도록 해 국내에서 공정의 대부분을 진행하는 우리 자동차 기업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미국내 생산뿐 아니라 법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이 소유 통제하거나 관할하는 나라로부터 배터리 소재 광물을 수입해 사용해도 세액을 공제받지 못하도록 한다. 문제의 나라에서 제조 조립한 배터리를 사용해도 문제가 된다.

법무법인 세종의 박효민 변호사는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전기차 기업은 물론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소재와 부품 기업들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슬기로운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사업 분야별로 인플레이션감축법의 각종 혜택 및 제한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고 앞으로 법의 후속지침과 각종 보조금 정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 정부의 조속한 대응 촉구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변호사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후적인 조치는 어렵고 입법 중일 때 사전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방향을 정립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정책실장도 "미 정부가 연말에 시행 규칙을 만들때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필요하면 다른 나라와 손을 잡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한 포스코 전무는 "현재 산업 생산 형태를 반영해야 하는데 기업에서 어느 정도 작업한 것을 인정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양극재 생산과 원산지 충족 요건 등 세부 사안 마련에 우리 기업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협상해 달라"고 촉구했다.

EU 역외보조금 규제, 준비 안하면 예고된 재난

EU의 외국보조금 규제법은 시장을 교란시키거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외국 보조금에 대응해 EU 소속 기업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EU 국가에서 기업 결합을 하거나 조인트 벤처 설립, 공공 조달이나 입찰 참여를 원하는 외국 기업에게는 EU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 문제 발생 시 사업 취소와 보조금 반환, 과징금 부과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아직 법 통과 전이지만 적용 범위가 넓어 역내 진출을 준비중이거나 이미 한 기업들 대부분이 규제 대상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EU 공급망 확보에 어려움이 있거나 경쟁력 열위에 있는 산업이 타깃이며 철강, 알루미늄 등 소재와  운송, 첨단 기술, 에너지 분야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사업의 경우 하도급 참여 제한도 예상된다.

EU의 외국보조금규제법은 지난 6월 이사회와 의회의 정치적 합의가 완료된 상태로 채택과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법의 발효는 올해 10월, 시행은 6개월 후인 내년 중반으로 예상된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변호사는 "이 법은 범위가 넓은 반면 판단 근거나 조치가 아직 애매하고 황당한 게  특징"이라며 "우리 정부와 기업이 다른 나라들의 대응 상황을 살펴보며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회사 윤영원 변호사는 "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법률적 비용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요 거래가 승인 안되거나 낙찰을 못 받는 사태를 막으려면 EU기업과의 경쟁력 분석, 철저한 외국보조금 실사 및 거래조건 반영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윤경 IT전문기자

김윤경 IT전문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