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서도 "과유불급" "역효과" 자성 목소리
검증·평가 없는 '김건희 복덩이 전략' 반성해야 지난 8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동시 임명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저희 입장에서는 특별감찰관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 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이에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박정하는 "4선의 중진 의원이자 국회 다수당의 비대위원장이 국정을 두고 '재미'를 운운하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발언"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박형수는 "민주당은 대통령 부인에 대한 공격과 조롱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우상호는 '재미'를 '이익'이란 뜻으로 쓴 것 같다. 예의바른 표현은 아닐망정, 많은 사람들이 그 발언의 취지에 공감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사실 민주당은 "김건희가 없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간 김건희에 집착해 왔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8월말 민주당은 이런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김건희 방지법 추진을 검토하겠다"(오영환 원내대변인), "(김건희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김건희 특검 열차는 출발할 수밖에 없다."(박찬대 최고위원)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압박은 요즘 거의 매일 나오는 패턴이다"며 "이런 파상 공세 배경 중엔 김 여사 압박이 일종의 '꽃놀이패'(쥔 쪽은 져도 영향이 적지만, 반대쪽은 반드시 이겨야만 큰 피해를 모면하는 패)란 인식이 있다. '우리는 패를 쥔 것을 보여주는 자체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지도부 관계자)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 정도면 "김건희는 민주당의 복덩이인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대선 때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 온 일이 아닌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논객들도 김건희 비판과 조롱을 사랑한다. 대표적인 논객 중의 하나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을 빼놓을 순 없을 게다. 그는 지난해 12월 15일 하루 동안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를 저격하는 글을 15개나 올렸다. 14일부터 16일까지 그가 쓴 김건희 비판 글은 무려 37개에 이르렀다.
속된 말로, 김건희 비판이나 조롱이 담론 시장에서 그만큼 장사가 잘 된다는 뜻일 게다. 김건희를 향한 관심은 '화제성'의 바로미터인 포털사이트 검색량에서도 확인되었다. 한국일보가 2021년 10월 20일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검색량을 추출한 결과, 김건희 관련 허위 이력 의혹이 보도된 14일부터 19일까지 '김건희' 검색량은 '윤석열'보다 1.5배~3.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건희가 사과 의사를 밝힌 15일 '김건희' 검색량을 100으로 봤을 때, 윤석열의 검색량은 30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의 장남의 도박 의혹이 제기된 16일에도 김건희 검색량(62)은 이재명(43)을 앞섰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 2021년 12월 26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3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건희는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이 윤석열에게 악재가 되자 연신 "죄송하다" "송구하다" "부끄럽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립니다"라는 대목에선 잠시 훌쩍이며 뒷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이상의 논란은 없을 걸로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건 모든 국민이 다 아는 바와 같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이후 김건희는 계속해서 민주당이 좋아할 '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일부러 더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2022년 1월 하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생산해내는 하루 논평의 절반가량이 김건희 공격에 할애되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민주당은 이후로도 계속 이런 패턴을 보였는데, 이게 과연 잘 한 일이었을까? 당시 민주당 의원 이상민은 "네거티브도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효과는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김건희 씨에 대한 비판은 물론 하고 검증도 필요한 부분도 있겠으나 후보 본인보다는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민주당과 이재명은 '86 용퇴론'을 시작으로 연일 정치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이게 김건희의 그늘에 가리는 일마저 벌어졌다. 한국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관련 검색량은 100일 때, 민주당 쇄신안 관련 키워드들의 검색량은 12에 불과했다.
그런데 놀랍고도 흥미로운 건 민주당의 그런 '김건희 복덩이 전략'이 아무런 검증이나 평가도 없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9월 4일 밤 TV뉴스를 시청하다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민주당 사무총장 조정식은 검찰의 이재명 출석 요구를 '무자비한 정치 보복'이라며 "포토라인에 서야 할 건 김건희 여사"라고 했다.
'무자비한 정치 보복'이라는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추어 여기에서까지 '김건희 복덩이'를 소환한 게 밸런스가 맞지 않아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민주당이 잘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만, 민주당의 김건희 사랑이 너무 지나친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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