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도산 쌀 1만t 수입 추진...식량난 가능성 주목

김당 / 2022-08-29 11:34:20
미 VOA, '선박 수배 안내문' 입수…"50kg 포대로 20만 개 운송"
중국 아닌 제3국 수입은 이례적…FAO "북한, 식량지원 필요국"
UN 대북제재로 쌀이 실제 북한으로 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북한이 인도에서 20만 포대에 달하는 쌀 수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대규모의 쌀을 들여오는 건 이례적인데,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이 있는지 주목된다.

▲ 지난 2019년 2월 2일 북한의 여성 가이드가 북한 최대의 물류항인 남포시의 서해 갑문 모형 옆에 서 있다. [AP 뉴시스] 

미국 VOA 방송은 북한이 인도산 쌀 수입을 추진하고 있는 정황을 최근 선박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달된 '선박 수배 안내문'을 통해 확인했다고 29일 보도했다.

VOA가 입수한 안내문, 즉 화주가 선박을 찾기 위해 낸 이 공고에 따르면 해당 화주는 인도 남동부 비샤카파트남(Visakhapatnam, Vizag)항에서 북한 남포로 쌀 1만t 운송을 추진 중이다.

'선박 수배 안내문'의 희망 출항일은 9월 25~30일

쌀은 50kg 포대 단위로 운송되며, 희망 출항일은 9월 25일부터 30일 사이로 안내됐다. 1만t의 쌀을 선박으로 운송할 경우 50kg 단위 쌀 포대의 수는 약 20만 개에 이른다.

VOA는 선박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일반적으로 소비하는 '단립종(short grain)'이 아닌 인도와 파키스탄, 이집트, 베트남, 태국 등에서 생산되는 '장립종(long grain)' 쌀을 수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출항지인 비샤카파트남항 일대가 "9월 말까지 '몬순' 기간"이라며 "장마가 끝난 시점부터 쌀을 운송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선 해당 쌀의 수출입을 추진하는 회사나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VOA는 북한이 일반 회사를 통해 대규모의 쌀을 수입하는 정황일 수도 있지만, 인도 정부나 국제원조 기구 등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선박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으로 향하는 인도적 식량 지원품의 경우 대북제재 등 관련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고문 첫 줄에 '세계식량계획(WFP)'과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기구의 이름이 기재되는데, 이번 공고문에는 기관명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FAO "북한 국경 봉쇄 장기화 우려…취약계층 식량 안보 개선 도움"

북한이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쌀을 대규모로 들여오는 건 이례적인 일로, 최근 몇 개월간 거듭 부각돼 온 식량난에 따른 움직임인지 주목된다.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북한의 식량 상황을 토대로 한 그래픽 [RFA 캡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Quarterly Global Report)'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재지정했다고 VOA는 전했다.

FA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대유행 확산 통제 조치로 경제적 제약이 늘면서 필수 농산물과 인도적 물품 수입이 크게 감소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 안보 취약성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4월과 5월 사이 북한의 강수량이 평균 이하를 기록하면서 2022년 작물 수확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달 중국에서도 많은 양의 쌀을 수입했다. 중국 해관총서의 '북중 무역' 세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7월 한 달간 중국으로부터 미화 515만5500 달러어치, 약 1만t의 쌀을 수입했다.

이는 지난 2019년 10월 중국으로부터 779만 달러어치의 쌀을 수입한 이래 월별 수입액으론 2년 1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대북 제재 때문에 인도산 쌀이 실제 북한으로 향할지는 불확실

다만 대북 제재 때문에 북한이 구매했거나 지원받은 인도산 쌀이 실제 북한으로 향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일반적으로 '선박 수배 안내문'이 선박 업계에 배포되면 전 세계 선박 회사나 선박을 빌려 운항하는 용선 업자들이 입찰에 참여하고, 이후 조건이 가장 좋은 선박에 운송 기회가 돌아간다.

▲ 노동신문은 29일자 1면의 '알곡 소출을 최대로 높일 불같은 일념 안고' 제하의 기사에서 강원도, 자강도, 황해남도, 황해북도의 간부들과 농업근로자들이 비배관리를 하고 있는 사진을 싣고 알곡 소출 목표 달성을 독려했다. [노동신문 캡처]

하지만 북한을 도착지로 명시한 '선박 수배 안내문'의 경우, 이를 공지한 화주 상당수가 선박을 찾지 못해 운송을 포기한 사례가 최근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대북제재 위반 논란에 휩싸일 경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장기간 억류되거나, 해당 선박의 선적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이 입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베트남 회사 소유의 동탄호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실린 석탄을 옮겨 받았다가 각국 정부의 입항 거부로 약 7개월간 공해상을 떠돌았다.

당시 동탄호는 문제의 석탄이 북한산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선박 수배 안내문'을 통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선박 업계는 동탄호가 각국의 입항 거부로 하루 1만 달러씩 최소 2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또 한국 등 일부 국가는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에 대해 6개월간 입항을 거부하는 독자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합법적인 운송에 관여한 선박일지라도 북한을 기항할 경우 최소 6개월간 한국에 입출항하는 화물을 실을 수 없다는 의미다.

선박 업계 전문가는 "화물이 식량인 만큼 선박 수배에 실패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지역 운항 때보단 높은 운임이 책정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VOA에 말했다.

노동신문 "재해성 이상기후 현상 극복해 알곡 소출 높이자"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맨위 사진 가운데 선글라스 쓴 남성)가 지난 2019년 6월 5일 북한 남포항에서 진행된 밀 하역식에 참석해 있다.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자국이 북한에 밀 4000t을 인도적 지원했다고 밝혔다.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북한의 곡물 확보량은 연간 500만t 가량인데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경봉쇄 등의 여파로 한때는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대북 제재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해 두 국가의 식량 지원을 끌어낸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을 해왔는데, 쌀의 경우 국내산이나 태국산을 직접 지원해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자 1면의 '알곡 소출을 최대로 높일 불같은 일념 안고' 제하의 기사에서 강원도, 자강도, 황해남도, 황해북도의 간부들과 농업근로자들이 비배관리를 하고 있는 사진을 싣고 알곡 소출 목표 달성을 독려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재해성 이상기후 현상을 극복하는데 중심을 두고 농작물 후반기 비배관리를 과학기술적으로 하며 영농물자 보장대책을 철저히 따라세워 올해 농업부문 앞에 제시된 목표들을 수행할 것"이라는 지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전원회의 결정 사항을 전하며 비배관리를 강조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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