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 옹호하는데 이용
아전인수격 자기정당화 용도는 DJ에 대한 모욕
밖에 말하기보다 조용히 'DJ 공부' 하는게 어떤가 "정치인으로서 훌륭하게 성공하려면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 서생적 문제의식, 즉 원칙과 철학의 확고한 다리를 딛고 서서 그 기반 위에서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갖춰야 한다."
전 대통령 김대중의 말이다. 그의 어록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명언이 아닌가 싶다. 이 명언을 사랑하는 정치인들이 많은데, 민주당 의원 이재명도 그런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예컨대, 그는 올 2월 18일 전남 순천 연향패션거리에서 가진 대선 유세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정말 존경한다. 제가 딱 일상적으로 인용하고 삶의 지침으로 쓰는 말이 있다"라며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어 "문제의식은 깊이 가지되, 정치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것을 하는 것"이라며 "저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서 실력을 인정받아 이 자리까지 불러주셨다"고 말했다.
이재명은 아마도 그 말을 수십, 수백 번 인용했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대부분 다 적절한 경우에 잘 활용했겠지만, 지난 8월 16일 전북 전주시 JTV전주방송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대표 후보 TV 토론회에서 한 인용은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부적절했다. 민주당 정권 말기인 4월 2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해 민주당을 '꼼수' 탈당했던 민형배의 복당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중앙일보 기자 오현석이 <"상인의 현실 감각" DJ 어록을 민형배 복당에 쓴 이재명의 착각>이란 기사에서 정중하게 잘 지적했던 문제이지만, 여기선 'DJ의 오·남용'이란 관점에서 다시 살펴 보기로 하자.
"김대중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정치는 현실이다.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상인의 현실 감각도 가져야 하고, 이 두 가지가 합리적으로 잘 조화되는 것이 좋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노래에 빗대 말하자면, 그 명언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건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성의 있게 이재명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이재명은 "시민운동가라면 원칙을 끝까지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정치인은) 바뀐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한번 결정했다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건 옳지 않은 태도다. 민 의원 복당 문제도 사실은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형배의 탈당에 대해선 "민주당 또는 개혁 진영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나름 희생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1년 내 복당 금지) 규정도 중요하지만, 국민과 지지층 의견도 충분히 고려해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아, 이러시면 정말 곤란하다. 민형배의 탈당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치를 희화화하고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것"(이상민), "절차적 정당성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조응천), "묘수 아닌 꼼수"(박용진), "명백한 편법"(이소영) 등의 비판이 나오지 않았던가. 당시 범여권에서도 "민주 독재, 입법 독재"(시대전환 조정훈),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정의당) 등과 같은 거센 비판이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모든 비판이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였단 말인가?
민형배가 자신의 탈당에 대해 사과를 했거나 최소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또 모르겠다. 그는 5월 9일 법무부장관 후보 한동훈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탈당은 '위장탈당'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과정에서 큰소리를 뻥뻥 치며 당당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위장탈당이 아니라면 계속 무소속으로 남아 있으면 될텐데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민형배는 탈당한지 채 5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했고, 그래서 다시 지금과 같은 복당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일련의 행태를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이라는 말로 옹호하는 것은 김대중에 대한 모욕이다. 굳이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믿는다.
나는 민주당 인사들께 'DJ의 오·남용'을 자제해달라는 호소를 하고 싶다. 더도 말고, 이거 하나만 지키면 된다. 'DJ 이용'을 하려면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만 하라는 것이다. 'DJ 이용'의 거의 대부분이 호남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듣기에 민망한 DJ 찬양이 너무 많다.
게다가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자기 정당화의 용도로 이용되고 있어 이러다간 이른바 'DJ 피로증' 같은 게 생겨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이다. '서생의 문제의식'은 충만했지만 '상인의 현실 감각'이 없어 부동산 정책의 경우처럼 치명적인 과오를 저질러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민주당으로선 밖에 대고 말하기보다는 조용히 'DJ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게 어떨까 싶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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