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갈등 속 당 통합 이끌어내야
인선·문재인 예방 등 통합행보 나설 듯
대선 3라운드 재연…여야 강경대치 예고
민생과 대여 투쟁의 균형점 모색 과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28일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후보이자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사실상 '0.5선'이다.
이 의원은 이날 77.77%를 득표해 2위 박용진 의원(22.23%)을 3배 이상 차로 누르고 압승했다.
선거 초반부터 형성됐던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 이변은 없었다. 이 의원의 '사법 리스크'와 전국단위 선거 패배 책임론도, 강훈식 의원 중도 사퇴로 형성된 박 의원과의 일대일 구도도, 당헌 개정을 둘러싼 '이재명 사당화' 논란도 변수가 되지 못했다. 직전 대선 후보였던 그와 인지도·지지도 측면에서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한 야당이 윤석열 정부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원들의 요구도 이 대표 압승 원인 중 하나다.
당권 거머쥐고 차기대권 발판…'문재인의 길'이냐 '이회창의 길'이냐
이 신임 대표는 이로써 차기 대권으로 가는 교두보를 확보했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비롯한 당권을 접수해 친명계 의원의 규모를 확대하면서 당심을 장악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이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수장에 올라 직접 정국과 국회 운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다시 한번 중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 성과에 따라 대표직 수행이 대선 직행 티켓이 될 수도, '독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 대표가 선전하면 당 대표를 거쳐 다음 대선에서 승리했던 '문재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반면 고전하면 대선 패배 직후 야당 총재가 됐다 낙선한 '이회창의 길'에 빠져들 수 있다.
당내에선 경선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사당화'와 '공천 학살' 우려가 표출됐던 만큼 이 대표는 계파 갈등 극복을 통한 당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 리스크 해소, 총선 승리 등 적지 않은 고비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검·경 수사 결과와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는 강경투쟁 과정에서 정국 긴장감이 고조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정국을 원만히 운영할지가 주목된다.
당 최고위원에는 정청래, 고민정,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의원(득표순) 5명이 당선됐다.
고 의원을 제외한 4명의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이 모두 순위권에 들면서 당의 권력구도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진 모습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원내대표와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더하면 사실상 이 대표 친정(親政)체제가 구축된다.
친명·비명 갈등 격화…당 통합 최우선 과제
77.7%. 민주당계열 정당의 전당대회 역사상 최고 득표율이다. 역대 최고 득표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의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얻은 77.5%였다.
그러나 전국 평균 투표율은 37.09%. '당 심장부' 호남에서조차 평균 35.49%로 30%대 중반에 머물렀던 권리당원 투표율은 '기울어진 운동장', '전통 지지층의 체념' 분위기를 대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전 입당해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하거나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들)'들만 투표에 참여한 결과라는 것이다. 본경선 과정에서 비명계는 사당화 논란을 빚고 있는 '당헌 80조' 수정과 '권리당원 투표 우선제' 조항 신설에 제동을 걸며 결집했다. 80%에 가까운 득표로 당 대표가 됐음에도 당 통합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만큼 이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통합과 혁신'이다. 경선 과정에서 쌓인 내부 분열과 상처를 치유하면서도 대선·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당 쇄신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다음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계파 갈등을 조정할 역량이 있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던 데서 알 수 있듯 당내에 비명 혹은 반명 세력들이 단단하게 버티고 있다"며 "비명계를 적극 포용하던, 일부는 과감하게 정리하던 갈등을 수습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강성 지지층 행태엔 과감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문파(文派)에 휘둘리던 민주당의 말로가 바로 정권교체"라며 "이들보다 일반 국민 눈높이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은 이제 모래더미, 자갈 더미가 아닌 콘크리트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원과 지지자의 열망을 하나로 모아내지 않고 집권은 불가능하다"면서다.
새 지도부는 전당대회 기간 강조해온 '당내 통합'의 첫걸음으로 오는 2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윤석열 대 이재명으로…野 강경투쟁 노선 예고
이 대표 선출로 정국은 약 5개월여 만에 '윤석열 대 이재명' 경쟁구도가 재연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아직 내홍을 수습하지 못한 국민의힘 상황,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등을 감안하면 새 지도부의 대여 강경투쟁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평론가는 "우리 헌정사에 보기 드문 정치적 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 하에 이뤄지는 문재인 정권 권력형 비리 수사들과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민주당이 강하게 저항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 변호사비 대납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 배우자 김혜경 법인카드 유용 등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다.
전대 기간 내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분출됐다. 이 대표 방어에 당력이 소모되는 데다 여야의 적대적 구도가 예고돼 협치·민생 논의가 가라앉을 것이란 예측이다.
사법 리스크 대응에 당력이 집중된다면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맞을 수 있다. 민생과 대여(對與) 투쟁의 균형점을 적절히 모색하는 것도 이 대표의 중요 과제로 꼽힌다.
최 원장은 "강경 일변도 노선은 야당에 불리하다. 싸우는 야당, 강한 야당을 내세웠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빠루의 길'도 전부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비쳤을 뿐"이라며 "이 대표가 사정정국에 맞서더라도 민생경제 회복과 관련해선 여당과 협치가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는 강온(強穩) 양면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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