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독립기념일에 공격하면 강력한 대응 공격"
우크라군 9천명∙러시아군 1만5천~4만5천명 사망 추산 어느 나라이든 독립기념일은 국경일이자 축제일이다. 빛을 회복한 '광복절' 표현에서 보듯,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은 이날은 온 국민이 해방과 독립의 기쁨을 만끽한다.
24일은 우크라이나가 31년 전에 소련(현 러시아)으로부터 독립한 날이다. 소비에트연방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80년대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 이후 소련 중앙정부의 장악력이 약화됨에 따라 1991년 8월 24일 독립 선언법을 채택해 독립하게 된다.
소비에트연방의 중심 국가였던 러시아는 딱히 독립기념일이 없다. 1991년 12월 25일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이 공식 해체되고 러시아연방공화국이 소련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는 즈음에 국가주권을 선언한 날(1990년 6월 12일)을 1992년부터 '독립기념일'로 축하해오고 있다. 다른 소비에트연방 공화국들이 연이어 독립 선언을 하는 와중에 선언문 채택이 이뤄져 러시아도 이날을 독립기념일로 부른 것이다.
하지만 이후 기념일 명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엄밀히 말하면 독립이 아니라 연방을 이룬 사회주의 형제국가들이 떨어져 나가고 홀로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 끝에 2002년부터 기념일 명칭을 '러시아의 날'로 바꿨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지만 2000년대 이른바 '오렌지 혁명'이 나기 전까지는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와 예전처럼 '형제국'으로 사이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얼마나 양국 사이가 돈독했으면, 1990년대에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가 있는 우크라이나 세바스토폴 홍등가 여성들이 러시아 독립기념일을 맞아 함대 병사들에게 공짜로 섹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 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매춘부들이 독립기념일을 맞아 러시아에 대한 '애국심'의 표시로 흑해함대 수병들에게 이같이 화끈하게 공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를 사랑하는 매춘부들은 그해 여름 우크라이나 해군과 흑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병사들에게는 몸을 팔지 않기로 결정할 만큼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 마이단 혁명(친서방 반정부 시민운동)이 발발해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부가 붕괴되자 두 나라는 형제국에서 '적대국'이 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해 3월 전격 크림반도를 합병한 데 이어,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2개주(도네츠크, 루한스크)를 침공해 분리주의 무장 세력과 정부군간 내전이 발발한 것이다.
그로부터 8년 후인 지난 2월 24일 푸틴은 마침내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고,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항전으로 전쟁은 6개월을 맞이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만 해도 수도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신속하게 점령해 항복을 받아내려는 작전을 전개했다. 하지만 키이우가 며칠 안에 항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군은 한달여 만에 두 도시 인근에서 물러났다.
이후 동부 돈바스 점령에 집중해 루한스크주 대부분 지역과 도네츠크주 남부를 장악했으며, 최근엔 전쟁이 교착상태인 가운데 돈바스와 헤르손주 등 점령지 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제 전쟁은 패자뿐인 소모전으로 흐르고 있다. 군사적 손실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은 불가능하지만,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가 추산한 전쟁 피해는 막대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유럽 전역에는 66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내에는 700만 명가량의 실향민이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따르면, 2월 24일부터 8월 21일 사이에 주로 포병, 로켓,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 5587명이 사망하고 7890명이 부상했다.
유엔아동기구 유니세프(UNICEF)는 6개월간의 전쟁 기간 동안 최소 972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참모총장 발레리 잘루즈니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참전용사 행사에서 6개월 동안 거의 9000명의 군인이 전투에서 사망했다고 밝혀, 우크라이나군 사망자 정보를 처음으로 제공했다.
러시아는 얼마나 많은 군인이 사망했는지, 사상자 집계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체첸 전쟁 등 과거에도 정확한 사상자 집계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참모총장은 러시아군 사망자를 4만5400명으로 추산했다. 반면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러시아군 사망자를 1만5000명, 부상자는 4만5000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명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한때 '형제'였던 양국 관계는 '원수지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23일(현지시간) '국기의 날' 행사와 '크림반도 플랫폼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독립을 훼손하는 어떤 공격도 강력한 대응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크림 반도 지역에 대한 통치를 회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젤렌스키는 몇 시간 뒤 화상연설에서 다시 이렇게 경고했다.
"내일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불행히도 우리의 적에게도 중요합니다. 내일 러시아의 역겨운 도발과 잔혹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은 축제를 즐겨야 할 독립기념일에도 고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위험을 경고함에 따라 키이우 당국은 24~25일 양일간 독립기념일 관련 대규모 행사와 집회, 모임 등을 금지했다.
그래서인지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촐하게 독립기념일 행사를 치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은 이날 아침 부인 올레나 젤렌스키와 함께 키이우 중심가 '백인영웅' 추모의 거리에서 영웅들을 기리는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알렸다.
대통령실은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안보상의 이유로 국내에서 독립기념일 관련 대규모 행사를 취소한 가운데 영상 메시지로 대국민 연설을 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부부는 추도식에 참석한 데 이어 키이우의 소피아 대성당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회' 행사에 참석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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