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확대 신군부처럼 당 비상상황 선포권 행사할 것"
"지방선거후 절대자 측서 조건부 '당대표직 사퇴' 제안"
與 "더 나가면 코미디"…김기현 "안전핀 뽑힌 수류탄"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절대자', '신군부'에 빗댄 자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23일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현재의 당 내분 사태를 만든 최종 책임자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고 윤 대통령 측이 당대표직 사퇴를 조건으로 갖은 회유를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자필 탄원서에 적혀 있다.
당에서는 이 전 대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사건 기록은 채무자 측 대리인이 열람 가능하고 그것을 캡쳐해 본인들이 유출해 놓고 셀프 격앙한다"고 응수했다.
이날 문화일보 보도를 통해 전해진 이 전 대표 탄원서는 A4용지 4장 분량이다. 이 전 대표는 이 탄원서를 지난 19일 당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남부지법 민사41부(황정수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에서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 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윤 대통령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신군부에 비유했다.
그는 이어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의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힌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뒤에서 주 위원장 등을 조력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는 또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는 "저에게 징계 절차나 수사 절차에 대해 언급하며 그것에 대한 타협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노출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 등 비대위 전환에 반대해 왔던 당내 인물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마음을 바꾸어 비대위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특히 대통령이 휴가를 간 기간에 그것을 완수하도록 군사 작전과도 같은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고 정당과 대통령 간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정치에서 덩어리의 크고 작음에 따라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과 원칙을 지킨 사람이 이기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일을 정치로 풀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사법부의 조력을 간절히 구한다"고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글 말미에 자신을 '국민의힘 당대표 이준석'이라고 표현했다.
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계속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은 정말 위험하다"고 쏘아붙였다. 김 의원은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근거 없는 확신을 창의적으로 발동시켜 천동설을 믿었던 적이 있다"며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되어 자신을 파괴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 않다"며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MBN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영화 '글래디에이터' 주인공 막시무스에 비유했다.
홍 시장은 "막시무스는 자기 몸을 불살라 조국 로마를 위해 헌신했고 구질구질하지도 않았다"며 "자신의 죽음으로 로마를 살리고 동료 검투사들에게 자유를 줬다"고 강조했다. "막시무스는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 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가면 코미디가 되니 그만 자중했으면 한다"라면서다.
당의 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계속 센 발언으로 여론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며 "강성 지지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점점 극단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이 전 대표가 윤석열 정부 성공을 바랐던 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이 전 대표는 피해자가 아니다. 그냥 같이 싸운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탄원서 내용을 두고 당에서 비판 의견이 나오자 "셀프 유출 후 셀프 격앙"이라고 반격했다. 탄원서에 '열람용'이라고 표시된 부분을 언급하며 "누군가 (전날 밤) 10시 59분 49초에 MacOS에서 PDF로 뽑았다. 그리고 누가 열람했는지 나오는 부분은 잘라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가 일부러 문서를 출력해 언론에 전달한 뒤 여론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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