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겨냥 "더 기대 없어…사태 책임자, 영전하는 모습"
가처분 쟁점, 사퇴 의사 밝힌 최고위 의결 참여 가능 여부
李측 "ARS 의결, 토론권 반영 못해" vs 與측 "위법 아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17일 "제가 당내 민주주의 고민을 많이 하다보니 윤석열 대통령께서 어떤 말을 했는지 제대로 챙기진 못했다. 불경스럽게도"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직격한 이 전 대표 발언과 관련해 "민생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밝힌 데 대해 응수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을 무시한 윤 대통령에게 불만을 표한 것으로 비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5분쯤 가처분 신청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오후 3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을 심리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자주색 넥타이 차림의 이 전 대표는 본인 소유의 아이오닉5 차가 아닌 검은색 세단을 타고 나타났다.
1시간 후 심문을 마치고 나온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당원 민주주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한 말씀을 전부 다 챙기지 못하는 다소 불경스러운 상황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문과 관련해선 "재판장께 제가 설명할 부분을 잘 설명했다. 가장 우려하는 건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고 하는 '삼권분립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처분 기각을 우려해 '행정부 개입' 의구심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책임 있는 정당 관계자로서 국민께 이런 일을 보여드리는 것 자체에 대해 자책하고 있고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도 책임을 통감했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고 이날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국회 예결특위 여당 간사로 내정된 데 대해선 "당내 사태 때 돌격대장을 했던 분들이 영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시기적으로 옳은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여론조사 등을 보면 대통령이 인사 문제로 집권 초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며 "그러나 윤핵관이라는 분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리라는 기대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라고 쏘아붙였다. "호가호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 아무리 달콤해 보이는 직위라 하더라도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이 전 대표 판단이다.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릴 시 대책에 대해선 "기각이나 인용, 어떠한 판단에 따른 고민은 선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인용을 하면 인용에 따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기각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가처분 심문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절차·내용상 하자가 있는지와 전국위가 ARS(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표결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다.
채권자인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 '상임 전국위·전국위 소집 요구안' 결의가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채권자 변호인은 "사퇴한 최고위원이 다시 출석한 최고위의 결과는 의결 정족수를 불충족한다"며 "신의성실 원칙과 정당 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다"고 말했다.
채무자인 국민의힘 측 변호인은 "(사퇴하려면) 페이스북이나 언론이 아닌 국민의힘에 팩스를 보내거나 전화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며 배현진 의원 등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절차상으로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비대위 설치 정당성에 대해선 "6개월 당원권 정지로 당대표가 임기 중 6개월간 대표를 하지 못하면 당 차원의 비상 상황"이라며 "최고위원들이 상실된 것도 비상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임 전국위에서도 비대위 설치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 통과됐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최고위원 궐위 시에는 전국위에서 보충하면 되기 때문에 당 비상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받아쳤다. ARS 의결에 대해서도 "토론권과 반대 토론권을 전혀 반영할 수 없다"고 했다.
채무자 측은 "이미 당명 개정, 당헌 개정, 당대표 선출 등을 ARS를 통해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국민의힘 책임 당원 1558명이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병합 심리했다. 재판부는 이른 시일 내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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