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도 보완 다수…구체적 실행방안 없어 '설익은 정책' 의구심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방안 미흡…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안 미비
침수 등 재해 취약주택 대책 연말까지 마련…서울시 조율안 관심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정책이 발표됐다. 이른바 8·16 대책이다.
이번 방안에는 눈에 확 들어오는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임기 5년간 부동산 제도의 방향 제시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윤 정부는 앞으로 이런 내용을 토대로 주택시장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 때 주요 내용이 흘러나와서 그런지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처음 보는 방안도 있으나 실제 시행 단계에서 어떤 식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철저한 분석 없이 설익은 채로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없을 듯
대책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먼저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인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기대만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일단 두루뭉술하게 "9월 내 세부감면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다만 행간에 장기 보유자와 노령자에게 부담금을 줄여주는 혜택을 언급하는 내용이 엿보인다.
대다수가 궁금해 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어떻게 하겠다는 언급은 없다. 환수제를 없애는 것보다 좀 보완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 같다.
다음 달 세부 내용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폐지보다는 부담금이 너무 과한 부분을 조정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정책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다.
연말 도심복합개발법 제정 추진
이런 와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급 물량을 전 정부보다 13만 가구 많은 270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주택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주택 몇 만 가구 더 짓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아무튼 여러 형태의 주택이 많이 공급된다는 것은 나쁘지 않다.
또 한 가지 주목할 항목은 도심복합사업 신규 도입 기획이다.
얼핏 보면 지금껏 소개돼온 주상복합단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으나 그게 아닌 모양이다.
오는 12월에 이를 위한 도심복합개발법까지 제정하겠다고 하니 지금의 주상복합단지와는 다른 건축기준이 적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용적률을 대폭 높여 고밀도 개발이 가능토록 한다든가 층수 규제를 완화해 지역 랜드 마크 기능을 넣는 방안 말이다.
이 사업 촉진을 위해 부동산 신탁사·리츠·민간 전문기관과 토지주의 협력 체계 구축안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해석된다.
도심복합사업 대상지는 도심·부도심·노후 역세권과 같은 개발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거론된다.
이 사업이 촉진되면 교통 등 입지 좋은 곳에 양질의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
고양 창릉·남양주 왕숙 GTX 역세권 압축도시 개발
양질의 주택 공급 방안으로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역세권에 압축도시(컴팩트시티·Compact City)를 건설하겠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미 수도권 GTX 확충 계획이 나왔을 때 주요 역세권 개발을 통해 대량의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던 점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3기 신도시 개발지역 가운데 GTX역사가 들어서는 고양 창릉과 남양주 왕숙 신도시에 압축도시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혀 GTX 사업이 본격화하면 역세권 개발도 봇물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
이런 고부가가치 개발사업을 고려해서인지 이익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말 그대로 개발 이익이 너무 많으면 일정액을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은 없어진 개발이익 환수제와 비슷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까 싶다.
공급 방안 가운데 실현성이 떨어지는 대책도 적지 않다.
도심의 주요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경우 개발 부담금을 좀 낮춰준다고 사업이 촉진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폐지한다면 몰라도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장기 보유자와 고령자에게 부담금을 낮춰주는 정도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도심의 핵심지역에 수요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신규 정비 구역 지정 촉진을 위해 신속 통합 기획방식을 도입해 서울에만 10만 가구의 주택 물량을 출하하겠다는 복안이다.
신속통합 기획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구역 지정 소요기간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돼 그만큼 사업 속도가 빨라진다.
경기·인천권에 역세권과 노후 주거지를 중심으로 4만 가구, 지방 광역시에는 쇠퇴 구도심을 위주로 8만 가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니까 서울은 물론 경기·인천·지방 광역시 주요 지역에 신규 정비구역 지정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에 부동산 가격 상승 기류가 강하게 형성될지도 모른다.
통합 심의제 도입으로 각종 개발사업 활성화
정부는 주택 사업 기간 단축을 위해 통합 심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는 각종 개발사업이 예전보다 훨씬 순조롭게 추진될 것이라는 소리다.
이 밖에 신개념 민간 분양 모델을 도입한다는 것도 눈에 띈다.
박근혜 정부가 시행했던 뉴스테이 모델과 비슷한 내용이다. 우선 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보증금으로 내고 최대 10년 간 월세를 내면서 임대로 사는 방식이다.
분양 여부와 시기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이번 장마 때 반지하주택 침수 참사를 고려해 재해 취약 주택에 대한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는 서울시의 지하 공간 주거용도 불허 방침과 어떤 조율을 이룰지 궁금하다.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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