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경제] 현대건설, 올해도 삼성물산에 대패했다

최영진 / 2022-08-02 17:51:44
건교부, '22년 건설업체 시공능력 평가' 공시
삼성물산 9년째 시공능력 평가 1위 고수
'왕고참' 현대건설 2위 자리 지키기도 버거워
경영평가 비율 너무 높다는 비판도 나와
토목전문 대형 건설사 일감 부족 심화될 듯
올해도 토목업종의 퇴조 기류는 역력했다. 한때 건설업의 꽃으로 불렸던 토목업은 성장세가 둔화하는 처지이고 특히 토목분야 대표 업종 도로 공사는 감소 폭이 더욱 커지는 형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2022년 건설업체 시공능력 평가'를 공시했다. 앞으로 1년 간 공사 입찰이나 수주할 때 관련 업체에 적용되는 자료다.

평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토목업종 평가 순위 10위권 내 업체들의 공사 실적은 모두 8조9607억 원으로 지난해 9조6912억 원보다 7305억 원(-7.5%) 감소했다. 2020년 실적 11조5000여 억 원과 비교할 때 대형 건설사 토목 일감은 자꾸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중 도로 공사는 10대 업체 실적이 2021년 4조2054억 원에서 올해 3조6174억 원으로 쪼그라들어 감속 폭이 14%에 이른다.

반면 통계청이 조사하는 총 건설업체들의 공사 수주 금액은 매년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크고 작은 일감을 모두 합친 수치로 시공능력 평가에 적용되는 잣대가 서로 다르다.

국토부 평가에서의 실적치는 업체들의 3년간 공사 기성액을 반영하는 것이고 통계청 자료는 건설업체들이 보고한 수주실적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현대건설 평가금액 삼성의 57% 수준 불과
 
문제는 전체 토목공사 물량은 늘어날지 몰라도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일감은 자꾸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토목부문 최강자로 불렸던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에 맥을 못추는 형편이다. 이제 삼성은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버렸다.

현대건설은 공사 실적과 기술 부문에서 다 1위를 차지했는데도 전체 평가 점수는 삼성물산의 57% 수준에 불과하다.

공사실적·경영·기술·신인도 평가를 통해 산출한 시공능력 평가 금액은 삼성물산 21조9472억 원, 현대건설 12조6041억 원으로 발표됐다. 현대건설은 말이 2위이지 1위 삼성과의 격차는 엄청나다.

이런 추세는 몇 년째 지속되고 있어 현대 입장에서는 1위 탈환은 고사하고 삼성과의 점수 차를 줄이기도 버겁다. 삼성은 내리 9년째 시공능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현대는 2위 자리 지키기에도 급급하다는 소리다.

시공능력 평가 방식은 수주 금액이나 기술 실적보다 경영평가 점수를 높게 반영하는 구조로 돼 있어 자기자본 비율·매출 순이익율·총자본 회전율 등과 같은 경영 상태가 좋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경영 부문 반영 비율은 계속 확대되고 있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36%였던 반영률이 매년 늘어나 올해는 40.4%까지 높아졌다.

현대건설이 공사 실적이나 기술 부문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받았지만 전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경영 구조가 안 좋은 탓이다.

▲ 자료= 국토교통부

대부분 건설사 구태의연한 경영방식 탈피 못해 

 
그렇다고 꼭 경영 부문이 좌지우지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경영 평가는 좀 덜 나와도 수주 실적이나 기술력이 뛰어나면 얼마든지 평가 순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건설사들은 대개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게다가 사업 다각화 노력도 부진해 급변하는 경제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높은 업종 발굴에 진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익이 큰 공사를 많이 수주하면 시공능력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이문이 적은 토목·건축 공사에만 매달리고 있어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진단이다.

지금까지는 건설업체들의 일감 부족난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날이 갈수록 일거리 구하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물산은 건설 시장 변화 바람을 읽어내 대비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문이 적은 단순 토목 공사보다는 수익성이 좋은 산업·환경시설 분야 개척에 적극적인 것이 한 사례이다. 산업 환경 분야는 시장 전망이 밝은 데다 기술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업종별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쪽은 건축이고 다음은 토목·산업 환경 분야 순이다. 건축은 돈벌이가 좋은 아파트 공사로 인해 그런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토목은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고 일감도 줄어드는 처지다. 그러니까 일감 증가량이 적고 이윤까지 박한 기존 토목공사에 치중하는 건설사들의 입지는 날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한때 강자였던 DL이앤씨, 대우건설도 맥 못춰
 
반영률이 가장 높은 경영 평가만 좋다고 최강 업체가 되는 게 아니다. 공사 실적 분야도 반영 비율이 경영 부문 못지않아 기성액이 많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상대적으로 경영평가 점수가 낮은 현대건설도 공사 실적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준까지 높였다면 삼성을 제칠 수도 있었다. 공사 기성액이 삼성과 별반 차이가 없으니 경영이 우수한 삼성의 경쟁 상대가 될 수가 없다.

현대도 실적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했겠느냐만 전문 분야인 토목 시장이 자꾸 줄어들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현대뿐만 아니라 한때 명성이 자자했던 DL이앤씨(대림산업),대우건설 등도 도긴개긴 입장이다. 경영 구조가 좀 변한 것 같으나 평가단들의 동의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수주고를 대폭 키운 것도 아니다.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모습이다.

토목업종, 특히 도로공사 일감 감소 폭 심해
 
업종별로 시장 내막을 알아보자.

토목 분야는 여전히 현대건설 아성이다. 특히 항만 쪽에서는 현대를 따를 자가 없다. 건축분야도 삼성을 따돌리고 1위 자리에 올랐다.

건축업종 중 시장이 가장 큰 아파트는 GS건설·대우건설이 1, 2위를 다툰다.

현대건설은 일반 건축에서 두각을 나타내 전체 건축분야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산업 환경 설비 분야와 광공업용 건축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독보적이다. 일감을 거의 독차지 할 정도다.

삼성이 대형 시장으로 불리는 건축·토목 업종에서 현대에 밀렸는데도 시공능력 평가 1위 성적을 얻은 것은 이런 수주 다각화 영향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여러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수주고가 현대건설 못지않다는 얘기다.

삼성은 댐 공사와 원자력·화력 발전소 분야에서도 선두다. 특히 기존 토목 전문 건설사들의 독무대였던 화력발전소는 이제 삼성이 독차지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 석권을 꿈꾸는 삼성이 탄소 배출이 심한 화력발전에 왜 손을 댔는지 궁금하지만 말이다.

토목시장 향방 GTX 사업이 관건, 건설업 퇴조는 불가피


물론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다만 정부가 수도권에 엄청난 철도, 특히 대형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토목 업종은 희망적이다. 물론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다.

그러나 건설업 퇴조는 불가피한 것 같다. 일감 원천으로 거론되는 국가 인프라 사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된데다 아파트 공급량도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당분간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몇 년 후에는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우왕좌왕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차근히 대비책을 세워 놓아야 할 것 같다. 업계는 물론 인력 배출을 담당하는 대학의 관련 학과 구조조정 문제까지 말이다.

▲ 최영진 대기자 / 도시계획박사

KPI뉴스 / 최영진 대기자 choibak1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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