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청정 '도심속 인공 수로' 주록리 계곡…명소화·체험 계곡
자연 그대로의 보석 빛깔, '주어리 계곡'…상류엔 문바위 계곡 경기도 여주의 여름은 넓은 물줄기의 남한강과 이를 가르는 유람선, 황포돛대 그리고 남한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의 '이포보'와 신륵사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다.
여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좀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원한다면 깨끗하게 복원된 '주록리' 계곡이나 자연 그대로의 '주어리' 계곡을 찾으면 된다.
아이들이 안전한 물놀이…금사면 '주록리 계곡'
"여주에 웬 계곡?" 하겠지만 남한강을 발아래 두고 솟아 오른 710m의 양자산과 634m의 원적산에서 발원해 남한강까지 흘러드는 계곡 또한 여주의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명소 중 명소다.
주록리 계곡은 경기도에서 2년여에 걸쳐 불법 시설물을 완전히 철거한 뒤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복원한 1급수 청정계곡으로, 복원 뒤 도가 맞춤형 관광프로그램과 홍보활동을 지원하는 관광명소화 계곡 가운데 하나다.
이 곳은 여주의 북쪽인 금사면 주록리에 위치,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여주 IC나 광주여주고속도로 홍천·이포 IC에서 나와 차량으로 30분 내 도착이 가능하다.
주록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2마리의 사슴 조형물이 관광객을 맞는다. 주록리가 '사슴이 달리는 마을'의 한자 표현인 만큼 마을의 상징물인 사슴을 마을 어귀에 세운 것이다. 계곡은 사슴 조형물이 있는 소공원 '청운공원' 인근의 마을회관 앞 주록리 수퍼와 체험마을(자연농원)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청운공원 맞은 편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자연농원을 중심으로 인근에 위치한 2, 3개의 사유지 농장 아래로 내려가면 계곡이 나온다. 주록리 계곡은 자연 그대로의 바위와 숲, 물이 어우러진 일반적인 계곡의 모습이 아니다. '도심 속 인공 수로'처럼 어른 키 보다 높게 쌓인 옹벽 사이에 깊지 않은 맑은 물이 흐르는 게 특징이다.
계곡에 들어서면 과거 불법 시설물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비된 주변이 눈에 들어 온다.
정비된 계곡의 옹벽 위 좌우로 길이 조성돼 있고, 10여 m 간격으로 계곡으로 내려 갈 수 있는 돌 계단이 마련돼 있다. 출입구 인근에 '주록리 계곡'이라고 쓰인 교량이 있고, 맞은 편 2갈래의 계곡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 빨간색의 하트모양 포토존이 설치 돼 있다.
계곡은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청정 1급수로 깊은 산속 계곡물처럼 차갑지 않은 데다, 깊이가 어른 무릎 정도여서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다. 계곡물 사이 군데군데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징검다리가 '보'역할을 하면서 물을 가둬 여러 개의 작은 계단식 인공 풀장이 이어져 있는 듯한 형상이다.
이때문에 일반 계곡에 비해 아이들의 안전이 담보되고 계곡 좌우에 나무들이 우거져 계곡 안에서도 그늘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주록리 계곡만의 특징이다.
계곡 주변 옹벽 위는 평상을 대여하거나 돛자리를 깔 수 있는 공간이 있다. 30일 오후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평상 대부분은 계곡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지인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성수(38·서울 강동구)씨는 "너무 좋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좋은 곳이 있는 줄 몰랐다"며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어른들은 여유롭게 그늘에 앉아 쉴 수 있어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라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관광객 이소정(30·여·경기 안산시)씨도 "여름 휴가로 바다에 갈까 고민하다 친구의 추전으로 이 곳을 찾았다"며 "날이 더워서 근처 펜션에서 쉬다가 걸어 나왔는데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세상 행복한 마음"이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주록리 계곡의 파수꾼 '계곡 지킴이'
이 곳에서도 복원된 계곡 유지와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이용객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계곡지킴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계곡지킴이 조문성(62)씨는 "계곡 정비사업으로 옹벽을 쌓아 예전에 비해 훨씬 깨끗해 졌다"며 "옹벽 위로 조성된 인도는 과거 불법으로 평상을 펴거나 쓰레기가 방치됐던 곳이지만 지금은 인도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곡이 깨끗하게 정비 되면서 이용객들도 이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며 "평상이나 텐트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거나 식당에서 시켜 즐긴 뒤 발생한 쓰레기를 모두 가져가는 게 대부분으로 무단투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계곡 계곡지킴이는 4명이 3월부터 10월까지 계곡 곳곳을 돌아다니며 복원된 계곡 유지 등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일에는 4명이 출근하지만, 주말에는 2인 1조로 계곡을 돌며 불법 행위 및 쓰레기 수거와 아이들의 안전활동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좀 더 자연적이고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차로 7~8분 정도 상류로 올라가 '안산골'을 찾으면 된다. '주록리 안산'이라고 적힌 조형물 교량이 나오는 데, 이 교량 아래 20~30여 m 길이의 잘 정비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한 번도 안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왔던 사람은 꼭 다시 한 번 찾게 된다는 계곡이다. 맑은 물과 바위, 숲이 어우러진 전형적 계곡이다.
여주시는 이 곳에 산메기와 미꾸리 등 토종 어종 2만여 마리를 방류해 아이들이 물놀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류를 직접 잡거나 관찰이 가능한 생태학습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가족과 함께 놀러왔다는 박미선(40·여·경기 성남시)씨는 "작년에 지인 소개로 한 번 왔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좋은 기억이 있어 다시 찾았다"며 "사람들도 많이 없고, 가족과 함께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주록리 계곡은 여름에만 찾는 명소가 아니다. 계곡을 둘러싼 원적산 천덕봉은 가을 단풍을 즐기는 등산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634m 높이로 산세가 깊긴 하지만 둘레길이 잘 정비돼 있어 가벼운 복장으로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하다.
등산 코스에는 여주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최시형 선생의 묘도 만날 수 있다. 최시형 선생은 동학의 제2대 교주다.
자연 그대로의 보석같은 청정 계곡 '주어리 계곡'
주록리 계곡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는 산북면 주어리의 '주어리 계곡'은 인공미가 가미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대표적 여주시 청정계곡이다.
주어리는 산북면 하품2리 앵자봉 서쪽 기슭에 있었던 사찰 '주어사'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주어사' 또한 한 스님이 절터를 찾던 중 잉어를 따라 가던 꿈을 꾸고 얻은 터에 세운 절로, 주록리처럼 '잉어(물고기)가 달린 곳'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1779년 조선 정조 3년 학자 권철신의 주도 아래 정약전, 권상학, 이총억 등이 참석해 한역 서학서(西學書)의 강학(講學)이 이뤄진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어리 계곡은 주어리 마을회관에서 앵자산 등산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가 그 곳에 설치된 다리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나무와 숲에 둘러 싸여 얼핏 '계곡다운 계곡이 있을까' 하는 느낌을 갖게 하지만, 다리 아래로 내려가면 천혜의 청정계곡이 나온다
계곡에는 돌담처럼 낮게 쌓인 돌무더기가 물막이가 되어 아이들 허리 깊이의 자연 풀장이 형성돼 아이들과 한적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주어리 계곡 상류, 신비스러운 '문바위 계곡
주어리 계곡에서 상류로 조금더 올라가면 처음 가는 이들에게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문바위 계곡'이 나온다.
주록리 계곡의 상류 안산골처럼 주어리 계곡의 최상류 인데, 조용하면서도 주어리 계곡 상류에 710m의 양자산과 610m의 앵자산 사이 숲속에 숨겨진 계곡이다.
자연 그대로인 산속 청정계곡으로 섭씨 30도의 날씨에도 서늘함을 유지한다. 수심은 깊지 않지만 군데군데 바위들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물살과 작은 '소'가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는 신비의 공간이다.
산지가 76%에 이르는 산북면의 주산 양자산은 정상에 오르면 여주 광주 이천 양평 4개 시군은 한 눈에 볼 수 있어 봄 가을 등산객들로 붐비는 산이다.
여름 휴가 멀리 바다를 찾기가 부담스럽다면 수도권 어디에서도 1시간 30분 이내 방문이 가능해 하루코스로 좋은 여주의 계곡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KPI뉴스 / 최규원 기자 mirz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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