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집단반발, 기강문란", 野 "윤 정부의 쿠데타"…파국 치닫는 경찰국 신설안

장은현 / 2022-07-26 15:34:00
윤 대통령, 출근길 질의응답서 경찰 모임에 '경고장'
"다양한 의견 존재 가능…국가 질서 흔들려선 안돼"
警,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절차적 문제 지적도
警 출신 與 이만희 "지난 5년 지휘부 행태 정치적"
野 황운하 "철회해야…尹, 左한동훈 右이상민 의도"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안과 관련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대한 집단적 반발은 국가의 중대한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열린 총경급 회의 참석자들과 오는 주말 회의를 갖기로 한 전국 14만 경찰들을 압박한 발언으로 읽힌다.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내달 2일 공포·시행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정부와 경찰간 대치가 양극단으로 향하는 조짐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모든 국민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감 서장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상민 행정부 장관의 표현은 그러한 국민 우려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과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과 치안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그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국가의 중대한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찰국 신설안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나 기반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질의응답에서 경찰국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자세히 답변하지 않았다. "행안부와 경찰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경찰의 저항이 격렬해지고 있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서장 회의에 이어 오는 30일 열리는 전국 14만 경찰들의 회의에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국민의힘은 경찰 회의를 "극단적 집단행동"으로 규정하며 정부에 발을 맞추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군과 마찬가지로 경찰은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이라며 "그 어떠한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권력을 쥐고 국민을 속여 법을 유린하려는 것"이라며 "법과 원칙은 그렇게 무너뜨릴 수 없다. 법을 무력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심판 받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경찰 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당 경찰 장악 저지대책단,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경찰 장악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 원내대표는 "진정 국기문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누구냐. 윤석열 정부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면 이런 상황이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찰들이 12·12 하나회 쿠데타 같은 발상을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 측근인 이상민 장관이야말로 행정 쿠데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국민과 14만 경찰 공무원의 간절한 목소리를 이제라도 경청해 경찰국 신설이라는 잘못된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국과 국가경찰위원회 등에 대한 법률상 사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담당했던 경찰 고위직 인사 등의 업무를 경찰국에 두고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주요 업무는 경찰 관련 중요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을 비롯해 △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 자치경찰 지원 등이다.

경찰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때문이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 고위직 인사권을 장악하게 되면 경찰이 인사권자의 통제 하에 있게 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뒤 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렇게 되면 경찰이 정권의 시녀가 되고 (과거 경찰처럼)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다시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차적인 부분도 문제삼고 있다. 정부가 경찰국 설치와 관련해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14만 일선 경찰과 일하는 경찰서장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경찰 출신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국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경찰 업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연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오히려 지난 5년간 경찰 지휘부 여럿의 행태가 결코 중립적이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찰 측에서는 국가경찰위원회가 이제까지 민주적으로 잘 통제해 온 것처럼 얘기를 한다"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경찰위원회가 심의, 의결한 2300여 건 중 부결된 것이 단 3개"라면서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통제됐다고 할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정부의 경찰 통제 우려를 놓고서는 "행안부 장관이 할 일이 없어 경찰 업무를 하나 하나를 다 들여다 보겠나"라고 일축했다.

반면 경찰 출신 민주당 항운하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가 경찰 장악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국 관련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를 집단 행동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탄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군사 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을 하는 것 같다"며 "좌 검찰 우 경찰, 좌 한동훈(법무부 장관), 우 이상민 이렇게 해 철권 통치를 하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상민 장관에 대해선 "빨리 추진을 해보려 했는데 뜻밖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니까 경찰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 조급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정부가 경찰국 신설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 추진하겠다고 하면 이 사태가 수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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