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진정성 부족한 LG생활건강과 스타벅스의 사과, 해명

UPI뉴스 / 2022-07-25 13:59:34
기업 사과는 명운 가르는 중요 위기관리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등 '악수' 두기 일쑤
사과는 소비자에게 진심이 통하도록 해야
지난 주말 동안 국내 유수의 소비자 기업 두 군데가 자신의 잘못 혹은 불찰과 관련해 사과문 또는 안내문을 발표했다. 하나는 어린이용 물티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LG생활건강이고 다른 한 군데는 증정품으로 제공한 서머 백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스타벅스다. 과연 이들의 사과나 해명은 적절했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까?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처

가습기 살균제 성분 검출 어린이용 물티슈…협력업체 잘못으로 돌린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어린이용 물티슈 파문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에서 비롯됐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가습기 살균제의 일종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MIT 혼합물이 검출됐고 이에 따라 회수 폐기 명령을 내림으로써 소비자들에 알려졌다. LG생활건강은 즉각 문제가 된 제품은 물론 7월 4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을 전량 회수한다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물티슈용 부직포를 만드는 협력업체가 기계를 세척하기 위해 CMIT과 MIT를 사용했는데 이 성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부직포 원단에 혼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MIT와 MIT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물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연 합당한 사과문일까? 자신들의 잘못이라기보다 협력업체의 실수라는데 해명의 무게를 뒀고. 잘못은 했지만, 책임을 협력업체 쪽으로 돌린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물티슈라면 협력업체의 공정에 대해 세밀하게 관리를 해야 할 것이고 만약 CMIT와 MIT와 같은 물질로 세척한다면 이에 대한 매뉴얼을 제시하고 꼼꼼하게 사후 관리를 하는 게 합당했을 것이다.

또 사과문을 보면 문제가 된 CMIT와 MIT 성분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쪽에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 소비자는 가습기 살균제 파동으로 피해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이 물질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예를 드는 것은 우리 소비자들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스타벅스 코리아 공지사항 캡처

스타벅스의 서머 캐리백, 악취 소동에 이어 발암물질 논란

스타벅스는 여름 증정품으로 제공한 서머 캐리백이 문제가 됐다. 처음에는 악취가 문제가 됐다. 가방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스타벅스 측은 원단의 인쇄 염료 때문이라면서 며칠간 자연 바람에 건조하면 냄새가 없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체에 해롭지 않고 원하는 고객은 같은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직물시험원의 직원이라고 밝힌 이용자가 자신이 서머 캐리백을 검사해봤더니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자체적으로 공식 인증기관을 통해 검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서머 캐리백을 원하지 않는 고객에 대해서는 무료 음료 쿠폰 3장으로 교환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많은 고객들이 음료 17잔을 마셔야 받을 수 있는 증정품의 교환 대가가 고작 음료 쿠폰 3장이냐며 반발했다.

스타벅스 측은 다시 공인검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선제적으로 선택적인 교환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해야만 했다. 해명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거듭되면서 수렁으로 빠지는 전형적인 사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건, 잘못된 사과의 전형
대한항공 땅콩 회항도 잘못된 사과로 사태 악화 

사람이든 기업이든 실수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잘못을 어떻게 사과하고 어떻게 조치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크게 엇갈린다.

마케팅에서 대표적 실패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남양 유업의 대리점 횡포 파문이다. 2013년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 업주에게 물품 강매를 요구하며 욕설을 쏟아내는 통화 녹음 파일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뒤늦게 사과에 나섰고 사과의 내용과 반하는 행동이 보도되면서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남양유업은 경쟁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등, 진심이 의심되는 실수를 반복하면서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말았다. 한때 100만 원을 넘던 주가가 이제는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그 밖에도 잘못된 사과, 안하니만 못한 사과가 적지 않았다. 가수 정준영이 몰래카메라 논란이 불거져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친구한테 "죄송한 척하고 올게"라고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헤어날 수 없는 나락에 빠졌다.

또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파문과 관련해서도 처음부터 진솔하게 사과했다면 좀 다른 결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피력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잘못된 사과 대부분은 사과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과에 진심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실제로 피해 상대방의 입장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 잘못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이를 외면할 피해자나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우선 위기 상황만 모면하려는 사과는 결국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기업을 구렁텅이로 몰고 가게 되는 것이다.

진솔한 사과의 전형,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

이와 대조적으로 가장 잘 된 사과의 전형으로 꼽히는 것이 존슨앤드존슨의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이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독극물을 주입해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정확하게 따지면 회사 측이 잘못 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존슨앤드존슨의 대응은 달랐다. 

우선 경영진이 즉각 사과했다. 또 FDA가 범죄가 발생한 시카고 지역의 타이레놀을 회수할 것을 지시하자,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면서 미국과 캐나다 전 지역에서 제품을 회수한다, 또 주요 미디어에 협조를 요청해 타이레놀에 대한 경보를 발령한다. 그뿐 아니라 그때까지 캡슐 형태이던 타이레놀을 독극물 주입이 불가능한 알약 형태로 제조방법까지 바꾸는 결정을 한다. 여기에 1억 달러가 넘는 돈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 결과 타이레놀은 전 세계에서 진통제의 대명사로 일어섰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우리나라에서도 해열진통제의 대명사로 타이레놀이 거론되는 것을 보고 타이레놀의 명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타이레놀 경우를 보면 존슨앤드존슨의 경영진이 마케팅의 기회로 보고 그런 조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아야겠다는 진심이 있었고, 그리고 사태 재발을 위해 뭣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회사에 소비자가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과연 LG생활건강의 사과와 스타벅스의 해명이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고 불만을 무마할 만큼 진심이 느껴졌을까? 소비자가 판단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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