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16명, 탈북하려던 5가구 주민…보위부에 체포돼"
'16명 살인' 주장과 배치…"文 정부도 이 사실 알았을 것"
탈북민 "배에서 16명 살인 말도 안돼…출항조차 안 될 것"
민주당, "분리심문했는데 증언 일치…이성 갖고 얘기하라"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는 20일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 2명이 사실 탈북 브로커였고 문재인 정부도 합동심문 과정에서 이 사실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어민 2명이 16명을 살해한 뒤 도주해 귀순 진정성이 없다는 문 정부 측 설명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비공개 면담에서 북송 어민의 살인 사실을 인정했다며 국민의힘 측 주장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TF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탈북민 3명을 초청해 해당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
한기호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함경북도) 김책시는 작은 어촌 도시로 강원도 고성 정도의 지역"이라며 "약 40일 간 김책에 거주한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송된 2명의 청년이 3일도 안 돼 전부 총살당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6명은 탈북하려던 5가구 주민이었다"며 "어민 2명의 인솔로 16명이 탈북하려고 했지만 16명이 보위부에 체포됐고 오징어잡이 배에 있던 2명이 체포 직전 남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송된 어민 2명이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2명의 탈북 브로커를 송환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며 문 정권은 실제로 이런 내용을 합동신문을 통해 확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장대로 이들을 북한으로 보냈다는 게 한 위원장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이들 5가구가 김책시에서 모두 사라졌으며 어디로 갔는지 생사도 모른다"며 "일부는 사전에 탈북해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TF 위원인 서범수 의원은 우리 측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 3명을 면담한 결과 "살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고 선원 옷과 신발에서도 혈흔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칼이나 도끼, 망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 의원은 "당시 통일부에서 '배 안에 혈흔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 얘기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그 배에 여러 흔적이 있었다'는 진술은 이 직원들의 진술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탈북민 3명은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었던 배에 16명이 탈 수 없었다는 점, 배에서 16명을 살해하면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며 이 사건을 "문 정부의 음모"라고 규정했다.
탈북민 A씨는 "배가 16m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18명이 절대 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바다로 나갈 때 보위부와 무력부 초소를 통과하면서 출입증이 필요한데 18명이 탄 선박은 뇌물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통과할 수 없다"고도 했다.
A씨는 "살인을 했다고 쳐도 16명을 죽였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순서가 다가오는 것을 그냥 기다렸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북한어민 2명이 남한 측 해군에 적발된 뒤 도망쳤다는 얘기에 대해선 "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눈 앞에 작은 점만 보이더라도 북한 경비정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도망친 게 아닌가 싶다"고 추정했다. "북한 주민들이 타고 있던 배보다 속도가 네배 정도 빠른 해군함이 이 배를 잡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고도 했다.
다른 탈북민 B씨도 "김정은 시대에 들어 보위국이 바다를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선원 전부 바다출입증이 있어야 한다"며 "정규 인원이 정해져 있는데 불법으로 배를 타고 나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유동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강제 북송과 관련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탈북민 증언을 통해 어느 정도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들었다는 증언의 신빙성과 관련해서는 "개인 정보상 어떤 분에게 들었는지 자세히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신뢰할 만한 분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한 위원장이 공개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UPI뉴스에 "한 위원장과 연락한 증언자는 총 3명이고 모두 김책시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고 부연했다.
북송 사건 당시 법무부가 법리 검토를 진행한 결과 위법성이 짙다는 결론을 냈던 사실도 드러났다. TF 위원인 태영호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북한 어민 북송 당일인) 2019년 11월 7일 정오에 법무부가 청와대로부터 법률 검토 요청을 받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북송 3시간 전쯤 부랴부랴 법무부에 법리 검토를 요청한 셈이다.
태 의원은 "당시 법무부는 '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상 비정치적 범죄자 등 비보호 대상자에 대한 강제 출국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외국인을 전제로 하는 '출입국관리법'상 강제 출국 조처 또한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사법부의 상호 보증 결정 없이 범죄인인도법 제4조에 따른 강제 송환을 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문 정부는 강제 북송시켰다"고 비판했다.
TF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해당 사건 실마리가 드러났다고 보고 향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보충, 취합해 검찰에 제공할 예정이다. 오는 27일에는 4차 회의를 열어 또 다른 북송 사건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통일부를 항의방문한 민주당 서해공무원사망사건TF에 따르면, 권영세 장관이 면담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북송 어민들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사망사건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권 장관이 해당 북송 어민들이 함께 일했던 선원) 16명(을 살해한) 살인범이 맞다고 얘기했고, 근거는 (북송 어민) 두 명이 진술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은 국민의힘의 주장 근거가 탈북자의 증언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해 "(북송 어민) 2명의 자백이 있는 사건임에도 '카더라'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한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인터넷 신문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송 어민 2명이 16명을 살해한 게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국민의힘 측 주장에 대해 "(북송 어민) 2명을 분리 심문 했는데 (16명을 살해했다는 증언이) 일치했다는 게 말이 되나. 이성을 갖고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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