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둔촌주공, 공사 재개 가능할까?

안재성 기자 / 2022-07-19 16:43:27
조합간부 중 '상가 쪼개기 지분투자자' 11명…정상위 "모두 물러나야"
"빠른 공사 재개에만 초점 맞춰야 해결 가능…시공단 요구 수용해야"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조합을 대표해서 방송 등에 자주 나오던 강정원 자문위원이 사퇴했다. 김현철 조합장도 지난 17일 사퇴했다. 조합이 진공상태로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혼돈의 연장이 될지, 돌파구 마련의 계기일지 속단키 어렵다. 

조합은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사업비 대출금을 갚기 위해 8000억 원 리파이낸싱(부채 상환을 위한 새로운 자금 조달)을 추진했으나 이마저 지난 18일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미래가 안갯속에 휩싸인 가운데 공사 재개 희망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조합 간부들은 모두 나갔으니 우호적인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지난 7일 나온 서울시 중재안을 조합이 수용한다면 공사 재개가 가능하다"고 19일 밝혔다. 서울시 중재안의 주된 내용은 △공사비 5600억 증액 △공사 중단·재개로 인한 손실의 공사비 반영 △적정 공사비 측정을 위한 한국부동산원 검증 △적정 공사기간 보장 △빠른 일반분양 △'상가 분쟁' 해결 등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재안의 내용은 사실상 조합이 백기를 드는 것"이라며 "시공단이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고 진단했다. 

▲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를 재개하려면 '상가 분쟁'을 해결하고, 조합이 시공단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추가분담금이 늘더라도 빠른 공사 재개를 위해 시공단 요구 수용을 권한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현장. [류순열 기자]

아직 걸림돌은 있다. 우선 이사, 대의원 등 남은 조합 간부 중 11명이 '상가 쪼개기 지분투자자'다. 하나의 상가를 여러 지분으로 쪼개 일부 지분만 산 사람들을 쪼개기 지분투자자라고 칭한다. 

상가 쪼개기 지분투자를 한 조합 간부들은 상가 분쟁을 일으킨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조합은 상가재건축사업관리사(PM)인 리츠인홀딩스 측에 상가 조합원의 무상지분율을 기존 190%에서 270%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무상지분율이 270%가 되면, 상가의 일부 지분만 지닌 조합원들도 온전한 하나의 상가 혹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상지분율이 올라가면 전 조합 집행부와 확정지분제로 계약한 리츠인홀딩스는 수익이 감소한다. 리츠인홀딩스가 거절하자 조합은 과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고, 리츠인홀딩스는 둔촌주공 사업부지 내 주상복합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가 쪼개기 지분투자자들이 무상지분율 270%를 그리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며 갈등 장기화를 우려했다. 

일단 조합은 박석규 재무이사를 조합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뒤 시공단과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집행부 해임을 추진 중인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 측은 상가 분쟁 탓에 진정성을 의심했다. 정상위 관계자는 "남은 집행부도 전부 물러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해임 추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결국 상가 쪼개기 지분투자자들이 조합에서 사라지고 상가 분쟁을 해결해야 공사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 집행부 해임 발의에 참여한 조합원 수는 이미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3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위 관계자는 해임안 통과를 자신했다. 그는 "현 집행부 해임 후 새 조합 집행부 선출과 공사 재개를 위한 시공단과의 협상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르면 올해 10월 중으로 공사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사 재개를 위한 또 다른 걸림돌은 대폭 늘어난 추가분담금이다. 시공단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경우 조합원 1인당 추가분담금은 3억~4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재작년 1억 원의 추가분담금을 내기 싫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3.3㎡당 2978만 원)를 거절하고 전 집행부를 해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3억~4억 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건설·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늘어난 추가분담금을 감내하고 빨리 공사를 재개하는 게 궁극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이익이라고 조언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시공단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다"며 "시공단과 다툼을 지속하면서 시간을 끌어봤자 금융비용 등만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툼이 길어지면 자칫 경매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조합이 시간을 끌수록 비용 증가는 물론, 경매 위험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비대출을 대신 갚음으로써 시공단은 언제든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지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매는 사회적 파장이 크기에 시공단도 최대한 피하려 하겠지만, 사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소장은 "시공단 요구를 들어주되 일반분양가를 높여서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억 원 가량의 추가분담금을 내기 어려운 조합원들은 시공단과 싸우기보다 차라리 입주권을 매도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눈치 빠른 조합원들은 이미 입주권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주권 매도 시 추가분담금을 내야 하는 의무는 매수인에게 전가된다. 수 억 원의 현금을 마련하기 힘든 조합원들에게는 불가피한 출구전략일 수 있다. 추가분담금이 늘수록 입주권 가격은 떨어진다. 

둔촌주공 조합원의 입주권 매매는 오는 12월 3일부터 가능하지만,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잔금을 12월 3일 이후 치르는 식으로 미리 계약만 체결하는 것이다. 

둔촌주공 조합원의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해 25억 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뚝 떨어졌다. 19억 원에 팔겠다는 급매물도 나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의 추가분담금 급증이 예상되면서 그만큼 입주권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안재성·안혜완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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