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광개토태왕'은 익숙하다. 대개 어떤 인물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피상적 수준일 뿐이다.
실제 광개토태왕 담덕에 대한 직접적 자료는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의 호태왕비 비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변형되고 훼손된 채 덤불속에 묻혀 있다가 시간이 흘러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지극히 한정된 자료로 인해 광개토태왕의 자취를 되살려 내는 데는 지난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에 더해 우리에게 남겨진, 유일하다시피 한 기록인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속 광개토태왕의 모습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김부식의 신라 중심 사관으로 인해 삼국사기 속 고구려의 모습은 당시 중국 사료의 파편들을 주워 모아 놓은 것처럼 허술할 뿐더러 중국 입장에서는 껄끄럽기만 한 광개토태왕의 업적에 관해서는 더욱 소략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척박한 실정에서 작가 엄광용이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을 펴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처음 집필에 들어간 것이 2010년.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이기에 쓰고 고치고, 부족하면 다시 공부를 위해 중단해야 했다. 집필 기간 11년, 원고지 분량 1만 매에 이른다.
이번에 출간된 부분은 그 1부에 해당하는 원고지 3000매 분량의 단행본 2권이다.
이 소설은 마치 당대의 <삼국사기>에서 미진하게 다룬 디테일한 부분까지 복원시켜 놓은 것처럼 역사적 연대기에 충실하면서 실감나는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인물들을 되살려 놓고 있다.
엄 작가는 '지금 왜 다시 광개토태왕일까'라는 질문의 해답이 '과연 우리가 미래의 길을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 속에 들어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민족은 말을 타고 북방 초원로를 달리던 유목민의 후예다. 유목민의 '노마드 정신'이 우리의 핏속에 강한 생명력의 DNA로 내장되어,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으로 만들 수 있었다. 광개토태왕의 영토확장 정신이 오늘날 '경제영토 확장'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작가는 이 책 집필을 위해 20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중국 등지에서 '고구려본기'의 빈 공간들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사료를 찾아내고 보완한 것은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 하나하나에 작가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여 당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이 소설의 직접적인 시대 배경은 광개토태왕 재위 시기를 전후한 40~50년이지만, 고구려의 전반기 400여 년을 아우르는 역사소설이라 할 만하다.
엄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노마드 정신을 되살려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소설 속에서 그 동력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분명 광개토태왕이 광야를 달리는 말발굽 소리를 통해 오늘날 세계로 뻗어가는 네트워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그물처럼 엮인 정보의 유통망을 통하여, 독자들이 새로운 미래의 시간을 열어가는 동력을 확보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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