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北 피살 공무원 아들에 편지…"아버지 기억할 것"

장은현 / 2022-06-29 17:29:26
"국가가 유족들에게 상처 안겨 부끄럽고 미안하다"
이씨 형, 野 회유 주장…"같은 호남·편 아니냐고 해"
"'조카 생각해 월북 인정하면 기금 조성하겠다' 발언"
野 황희 "자진 월북 인정하라고 했던 사실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해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진 씨의 아들에게 위로를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이대진 씨 형 이래진 씨는 29일 윤 대통령이 지난 22일 유족이 사는 자택으로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씨 아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진 씨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대진 씨 형 이래진 씨 페이스북 캡처]

윤 대통령은 편지에서 "아버지를 잃고 꿈도 잃었고 스무 살의 봄날도 허락되지 않았다는 이군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며 "이군 가족을 만난 이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한 걸음 진전을 거뒀음에도 국가가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점은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상처가 아물지 않았겠지만 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고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이군의 용기가 삶에서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며 "진실을 마주하고 밝히는 힘이 있는 나라가 진정한 국민의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진실의 힘을 믿고 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앞서 이래진 씨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당시 더불어민주당 측이 자신을 찾아와 '월북을 했다고 인정하면 보상하겠다'는 취지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민주당이 제게 '첩보가 있는데 아주 중요한 정황들이 있어 월북을 인정하라'는 식으로 말했다"며 "저한테 같은 호남이니 같은 편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또 "'보상의 형태가 국가가 (직접) 해줍니까?' 물으니 '기금을 조성해 해주겠다. 어린 조카들을 생각해 월북 인정하면 해주겠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저는 단호히 거절했다. '동생은 월북 안 했고 나 그딴 돈 필요 없고 동생의 명예를 밝힐 것이고 진상 규명하겠다'고 했다"며 "그런 돈 없어도 내가 충분히 벌어 조카들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 첩보라는 거 듣고 뭐 했는지 묻고 싶다"며 "자기들은 툭하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며 발광하면서 힘없는 국민을 매도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왜 회유까지 하며 월북으로 결과가 나오게 했는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형 이래진씨(왼쪽)와 고인의 부인 권영미 씨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황희 의원은 이씨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당시 이래진 씨를 찾았던 인물 중 한 명인 황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를 하며 장시간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월북에 대한 정황 발표는 국방부 군 특수정보(SI)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저희가 다룰 수 없는 부분이었고 고인의 명예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 여러 의견을 냈다"며 "자진 월북을 인정하라고 했던 사실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황 의원은 회견 후 UPI뉴스와 만나 "그때 저희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남북 공동 메뉴얼도 제작했다"며 "월북 여부와는 별개로 고인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이씨도 좋다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하태경 위원장은 여야가 합의로 SI를 열람한 뒤 국민들에게 제한적으로 내용을 공개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하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사를 위해 외교부를 찾아 "여야 합의로 SI를 열람한 뒤 꼭 필요한 내용은 국민에게 알리는 걸 제안한다"며 "민주당에서 건설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이 사건에 대해 외교부가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외교부가 거의 '왕따'를 당했다"라면서다. 사건 발생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관계 부처 장관회의에 외교부, 통일부 당국자들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2008년) 박왕자 씨(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땐 통일부와 외교부가 상당히 주도적으로 일을 했다"며 "그런데 이 사건 때는 왜 외교부가 관여하지 못했는지 외교부는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어떤 소통을 했는지 살펴볼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외교부 조현동 제1차관은 "외교부로서도 이 사건 발생 직후 관계장관회의에 외교부가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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