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뺨치는 尹…'팬덤'도 없이 檢인사·적폐수사 마이웨이

허범구 기자 / 2022-06-23 10:08:02
윤석열·한동훈, 문재인·추미애처럼 檢 인사 재연
이번엔 검찰총장 부재…패싱 논란에 "식물되겠나"
文정부 소환…"민변 도배" "민주당 정부땐 안했나"
신율 "尹지지율 하락 이유, 팬덤 부재·경제 불안"
尹, MB와 처지 비슷…지지율 추락시 국정 난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검사장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검찰 지휘부 인사는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이뤄졌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은 23일 출근길에 '식물총장 패싱 우려가 나온다'는 기자 질문을 받자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그러면서 "책임장관에게 인사권을 대폭 부여했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잘못된 검찰 인사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고충을 호소했다. 자신과 협의 없이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강행한데 대한 부당성을 주장했다.

'친문' 검사들은 요직을 장악하고 윤 대통령을 견제했다. 반면 '친윤' 검사들은 좌천당해 전국으로 흩어졌다. 윤 대통령은 2020년 10월 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권도 없고 주변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법치·공정·상식'을 명분으로 저항했고 민심이 호응해 대선에 출마, 승리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아예 검찰총장 없이 검찰 간부 인사를 실시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부 출신 일부 검사를 중용했다. 친문 검사들은 한직인 법무연수원으로 몰아넣었다. 친문이 친윤으로 바뀌었을 뿐 인사 기조는 문 정부때와 판박이다. '내로남불'로 비친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를 통해 총장을 내정하고 내정자와 협의해 인사할 수도 있었으나 외면했다.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비판론이 불거지자 "식물이 되겠느냐"며 농담식으로 넘어갔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추 전 장관이 했던 것을 한 차원 뛰어넘었다"는 비아냥이 들린다.

윤 대통령의 '검찰 챙기기'는 각별하다. 누가 뭐래도 내식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문 정부를 자꾸 소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응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고치겠다고 집권했는데,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 출범 후 문 정부 관련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 정부 때 이뤄진 '적폐청산' 수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야당은 '정치보복 수사'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은 17일 "민주당 정부 땐 안 했나"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의 유산과 '문파'라는 강성 팬덤을 가져 재임 시 마이웨이 국정운영을 했다. 적폐청산도, '코드 인사'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추 전 장관을 앞세워 친정부 검찰 간부를 곳곳에 꽂았다. 그래도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비행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강력한 지지층이 없다.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알앤써치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지지율)는 47.6%, 부정평가는 47.9%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안이지만 지지율이 부정평가에 조금이라도 뒤진 건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전주 대비 지지율이 4.9%p 떨어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팬덤 부재'와 '경제 불안'을 꼽았다. 신 교수는 "문 전 대통령 경우 팬덤이 있는 정치인이었고 비상상황인 탄핵 직후에 집권을 했기 때문에 지지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 팬덤도 없고 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온 대통령이라 그런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문파' 덕에 퇴임때까지 40%대 지지율을 지켰다. 그럼에도 5년만에 정권을 내준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여건이 열악하다. 지지율 하락 원인으론 국민 눈높이와 다른 인사 문제도 있다. 문 정부처럼 마이웨이로 가다간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 MB는 임기 초 광우병 사태로 지지율이 추락해 큰 위기를 겪었다.

윤 대통령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이다. 문 정부를 떠올리는 일을 되풀이한다면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발등에 떨어진 경제난 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 문제, 이준석 대표 징계건 등 사방에 뇌관이 잠복중"이라며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제2광우병 사태' 때와 같은 국정 난맥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인사는 대참사 수준이고 공약은 뒷걸음친 채 한가로운 보여주기식 행보에 권력기관 장악에만 급급하니 국민들께 곱게 보일리 있냐"고 맹폭했다.

이번 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지난 18~21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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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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