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대선 경선 일정 두고 대립…이번엔 양쪽이 정반대 입장서 갈등
'현재주의' 함정에 빠진 민주당, 소탐대실 하지 말고 신뢰 축적해야 더불어민주당에선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5% 비율로 당대표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친이재명계(친명계) 의원들은 권리당원 권한 확대를 내세우면서 대의원 20%, 권리당원 45%, 일반국민 30%, 일반당원 5%로 조정하고, 지난 3월 대선 이후 입당한 '3개월 권리당원(현행 규정은 6개월)'에게도 투표권을 주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바꿔야 할 이유 또는 명분은 무엇인가? 친명계 의원 김남국은 "국회의원이 임명하는 대의원 한 표의 가치가 얼마 전까지 권리당원 40~50표 정도 됐다가, 지금은 권리당원이 늘어나서 1 대 80 정도 비율로 달라졌다"며 "국회의원들이 손쉬운 계파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또다른 친명계 의원 안민석도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쇄신은 대의원 특권 폐지"라며 "이 특권이 유지되는 한 계파정치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권리당원 투표 비중 확대가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키울 수 있다고 반대한다. 조응천은 "지금도 충분히 짠데 거기다 소금을 더 넣으라고 하면 누가 마시겠나"라고 비유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새누리당의 폭망 사례를 보면 2016년 총선에서 지고 난 다음 이정현, 홍준표, 황교안까지 대표 세 명이 와서 점점 커지는 태극기 부대 목소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지방선거, 대선에서 계속 졌지 않았나"라며 "결국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거에서) 국민여론조사 비중을 50%까지 올렸다"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계파정치 종식'을 내세우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이재명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가 핵심 고려사항이 아닌가 싶다.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임명하는 대의원은 대체로 친문계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의원 비중을 낮추자는 것일테고, '3개월 권리당원'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것은 대선 이후 대거 입당한 '개딸'들이 투표에 나서면 이재명에게 압도적 표가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 질문을 던지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실소(失笑)다. 1년 전 민주당의 대선 경선 일정을 둘러싸고 친명파와 친문파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당시엔 친문파가 예정에 없던 4월 재·보궐선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점을 이유로 들면서 경선을 두 달 정도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친문파가 "연기할지 말지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고 하자, 친명파는 "유불리에 따라 정략적으로 경선 일정을 흔드는 순간 내전(內戰)"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당시 나는 친문파와 친명파 중 어느쪽 편도 들지 않는 중립자였지만, 경선 일정 문제에 대해선 나름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친명파의 주장이 옳다는 쪽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당신들의 말을 믿어도 될까요?"라는 제목의 신문 칼럼을 통해 밝혔다. 나는 이 칼럼에서 "일반적으로 규칙이나 약속이란 건 바꾸는 게 좋을 법한 상황에 자주 직면하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고려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규칙이나 약속을 지킬 때가 많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게 더 나은 건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외 신뢰도가 중요한 집단이라면 규칙이나 약속을 바꾸는 걸 매우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어떤 사안이 임박한 시점에서 곧장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나 약속 변경은 더욱 그렇다. 변경 제안자의 수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개정의 효력 제한 원칙'이 광범위하게 통용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특히 잦은 규칙·약속 변경의 전과가 있는 집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은 그런 전과가 많은 집단이다. (중략) 문 정권의 모든 구성원들이 신뢰 문제에 위기의식을 갖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불행 중 다행히도 당시 민주당은 큰 갈등 없이 친명파의 주장이 관철된 가운데 대선 후보로 이재명을 선출할 수 있었다. 이게 1년 전 이야긴데, 이번엔 양쪽이 정반대의 입장이 되어 다시 갈등을 빚고 있으니 이상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나는 이번엔 친명파의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 내가 달라진 건가? 아니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친명파다.
원래 정해진 규칙을 갑작스럽게 바꾸려는 것에 대해 '내전' 운운하며 격렬하게 반발했던 사람들이 어쩌자고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180도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게 민주당의 고질병인 내로남불과 무관치 않은 현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너무 눈앞의 단기적 이익에 매몰되는 과도한 '현재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다. 부디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국민적 신뢰를 축적해가기를 바란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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