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바라보는 방향 달라…금융위-금감원 갈등 촉발할 수도"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금융당국 수장 라인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듯 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자칫 '최종구-윤석헌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 후보자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예금보험공사 사장,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여신금융협회장 등도 지내 민·관에 두루 능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산분리 원칙도 개편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며 핀테크사업 발전과 금융혁신을 강조했다. 성장에 중점을 두고 파격적인 규제 개편을 추진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사범시험 합격 후 올해 4월 사의를 표명할 때까지 '검찰 외길'만을 걸어왔다. 금융 경력이라고는 금융범죄 수사 경력이 전부다. 취임사에서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을 강조했다. 이어 "시장교란 행위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김 후보자를 환영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민·관을 두루 경험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며 "금융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극적인 금융혁신을 이끌어내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도 "미래의 금융은 곧 핀테크란 걸 이해하고 있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 원장에 대해서는 "저승사자가 왔다"며 두려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원장이 8일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다시 들여다볼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 특히 불안감을 나타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라임·옵티머스 수사의 파도가 또 덮칠 것 같다"며 "자칫 벌집을 쑤신 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제한된 범위나마 수사권을 지니고 있으며, 필요 시 검찰과 협력도 가능하다.
'사모펀드 사태'뿐 아니라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도 금감원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원장은 대장동 게이트 등 금융범죄 수사의 적임자"라고 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사들의 영업 관행, 횡령 사고 등에 대해서도 서슬 퍼런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며 "그 경우 금융사들의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수사와 검사 및 제재 강화는 결국 금융사들의 운신의 폭을 좁혀 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김 후보자와 이 원장이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자칫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현대차 비자금',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 등을 함께 하는 등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진 이 원장이 금융위원회의 의향을 크게 고려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갈등으로 한동안 홍역을 겪었다. 윤 전 원장은 취임 후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금융사에 대한 검사·제재를 강화했으나, 금융위는 감독의 합리성·투명성을 근거로 제동을 걸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모펀드 사태, 키코(KIKO) 사태 등에서 거듭 충돌했다.
"금감원이 단순히 '힘 센 원장'이 왔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는 엄연히 금감원의 상급 기관으로서 감독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인사와 예산도 금융위의 통제를 받고 있다.
갈등이 한창일 때, 금융위는 금감원의 승진 인사를 제한하고, 임직원 성과급을 삭감했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금감원 임직원들이 받아야 했다.
올해 2월 정기인사에서 금감원은 1급 승진 12명, 3급 승진 61명 등 4년 만에 최대폭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또 과거 삭감됐던 임직원 성과급도 상당폭 회복시켰다.
모두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경제관료 출신인 정 전 원장은 금융위를 거스르려 하지 않고 보조를 맞췄다.
이와 관련, "윤 전 원장과 이 원장은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윤 전 원장은 학자적인 입장에서 자기 의견을 고집했다면, 이 원장은 사실상 대통령의 의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관료가 대개 그렇듯 김 후보자도 대통령의 의사에 반해 금감원과 충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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