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평가 특정인 책임 묻는 데 국한해선 안 돼"
비대위원장 역량으로 조정·화합 리더십 강조
전대 룰 두고 갈등 분출…조정 최대 과제될 듯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역할은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대선·지방선거 패인을 진단하는 것에 그칠 전망이다. 실권 없는 두 달짜리 '관리형 비대위'라는 한계가 있는 만큼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은 차기 지도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 비대위에 맡겨진 '전대 준비' 업무도 만만치 않다. 참패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를 뽑을 전대 '룰'을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난제다.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비대위의 일순위 숙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비대위의 과제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전대를 공정히 잘 관리해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지도부를 알차고 책임 있게 선출하는 것"과 "문재인 정부부터 지방선거 패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제한 없는 평가를 하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전대 관리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평가 작업을 잘하는 것도 혁신을 위한 첫 걸음이라 '혁신형 비대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적이고 지속적인 당의 쇄신과 변화는 전대를 통해 선출된 차기 지도부가 하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전체 당원과 국민 뜻까지 반영된 지도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다. 그는 "8월에 선출될 지도부가 평가 내용과 비대위가 내놓은 기초적인 쇄신 방향에 기반해 비전과 공약을 제시하고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비대위원장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원만한 갈등 조정'에 두는 모습이다. 이미 대선·지방선거 패인을 두고 이재명 의원 책임론과 문재인 전 대통령 책임론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박 원내대표는 "당의 (선거) 평가가 특정 인물의 책임 여부를 묻는 데 집중·국한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의원과 송 전 대표 공천 과정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86세대' 맏형격인 우상호 비대위원장 선임이 쇄신과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우 의원은) 당내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췄고 정무적 판단력과 감각이 좋다"며 "특히 대선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켰기에 치우치지 않는 조정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잘 타개할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86 용퇴론'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결국 혁신형 비대위의 최대 과제는 전대가 당 패권 경쟁으로 비화하지 않게 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대 룰 변경 여부가 또다른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 의원의 당권도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대 룰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쥘 지도부 선출의 유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가 반영되는 현재 당대표·최고위원 선거 규칙을 대의원 20%, 권리당원 45%, 일반국민 30%, 일반당원 5%로 조정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계 등은 기존 룰을, 이 의원을 지지하는 쪽은 대의원 비율 축소와 권리당원 비율을 확대하는 안을 선호한다.
권리당원 조건 완화 여부도 갈등의 불씨다. 지난 대선 후 입당한 당원들은 대부분 이 의원 지지자로 분류된다. 이들은 입당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전대 투표권이 없다.
당권 경쟁을 앞둔 민감한 시기를 고려하면 새 비대위가 대선 패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계파갈등 최소화에만 집중해도 성과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치사에서 공천권 없는 비대위는 쇄신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우 의원이 대선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평가기구 구성원 대부분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제대로 된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미 국민들은 민주당이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선거를 통해 심판한 만큼, 전대 룰을 바꿔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라며 "비대위는 '일반 국민들의 뜻을 더 많이 반영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갈등을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룰 변경 여부에 대해 "특정인을 위한 유불리 문제로 본다면 갈등과 혼란의 소지가 있다"며 "민주당에 어떤 리더십을 세우고 보완돼야하는지 전대 준비과정에서 열어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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