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책임론' 확산 이재명…차기 당권가도 '빨간불'

조채원 / 2022-06-03 14:52:35
전당대회 출마 반대 목소리 공개 표출
정치적 영향력 의문…출마 역효과 조명
출마 막을 방법 없어…옹호 세력도 존재
출마 의사 굳힐 시 당내 갈등 격화 전망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재명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친문 의원을 중심으로 이재명 의원의 차기 당권도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지방선거 책임론'에 말을 아꼈던 이 의원의 침묵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지난 2일 계양구 선거캠프에 도착해 당선 소감을 전하기 전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친문계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은 3일 CBS라디오에서 "지난번 비상대책위원회는 누구 전화 한 통화로 이게 쫙 명단이 나오고 이렇게 됐다"며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당내 민주주의 부재'로 진단했다. "대선 끝나자마자 지난 3월 10일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정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 받고 그 다음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비대위원이 발표됐다"면서다. '누구'가 이 의원이냐는 질문에는 "예를 들어 그런 식의 추정부터 시작해 그런 요소를 없애야 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한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성토했다.

홍 의원은 '당에 책임 정치가 없어졌다'며 "김대중 대통령은 대선에 패배한 후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다"고 했다. 대선 패배 직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이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그렇게 본다"며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평가까지도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이재명계가 지방선거 결과를 '절반의 승리'로 자평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원이나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이재명, 송영길 두 분이 대선패배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가장 결정적"이라고 짚었다. '이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면 안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지방선거에 졌고, 패배를 주도했던 두 분이 다시 또 당의 전면에 나선다면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으로선 비토론 확산으로 지방선거 승리 견인과 원내 진입을 동시에 이루고 당권 도전에 나서려 한 계획에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그의 득표력과 정치적 영향력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이 의원 출마의 역효과도 집중 조명되고 있다. 먼저 그의 출마가 당을 보고 뽑는 경향이 강한 지방선거에서 당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달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실시)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포인트(p) 폭락했다. 비대위가 이 의원 계양을 전략공천을 확정한 것은 지난달 6일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 출마가 부른 역효과 중 하나는 지방선거를 '대선 2라운드'로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이런 구도가 아니었다면 경기도 좀 더 크게 이겼고 충청권 승리도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일꾼'으로 우수한 역량을 지닌 후보들도 선거 구도 탓에 공약이나 인물론만으로 돌파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갤럽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친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그가 당대표 출마해 당내 기득권을 타파하고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규정하는 '기득권'은 이 의원 책임론을 쏟아내는 친문계다. 이 의원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들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썼다. 당내 목소리가 큰 '개딸(개혁의 딸들)'등 강성 지지층도 여전히 이 의원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새로 선출될 당대표는 당의 혁신 요구에 부응해야 하지만 오는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중책이기도 하다. 이 의원이 당권 도전에 뜻을 굳힐 경우 향후 친명계, 친문·비명계 간 갈등은 격화할 전망이다. 박 평론가는 "이 의원이 출마하면 민주당이 사분오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며 "당대표보다는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복무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이 의원이 직전 대선후보였음에도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힘입어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지방선거에 나선 지난 사례를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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