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시장' 진기록 오세훈…차기 대권 유리한 고지 선점

허범구 기자 / 2022-05-30 15:58:54
송영길에 압승…與 서울 구청장·시의원 대거 당선
'오세훈표 시정' 추진력 확보…성과가 곧 지지율로
"10년 흔들림없이 지켜온 중도노선에 유권자 호응"
원내 '親吳' 세력 미미…차기 경쟁 대비 세확대 과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1일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향후 4년 간 서울시정을 이끌게 됐다. 한번도 힘든 '소통령' 자리를 네번이나 맡는 '진기록'도 세웠다.

오 시장의 집무 여건은 지난해 4·7 보선에서 승리했을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과 서울시의회 의원도 대거 당선됐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절대 과반인 구청장과 서울시의원에 둘러싸여 '고립무원' 처지였다. 하는 일마다 제동이 걸렸다. 구청장 25명 중 24명, 시의원 108명 중 102명이 민주당이었다.

이젠 견제 세력이 크게 약화돼 명실상부한 '오세훈표 시정'의 추진력이 확보됐다. 그런 만큼 오 시장이 잘만 하면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은 경기 다음으로 유권자가 많다. 서울시장으로서 평가가 좋으면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대거 당선된 구청장들은 오 시장이 '정치력'을 발휘하면 함께할 수 있는 잠재적 우군으로 꼽힌다.

오 시장은 선거기간 내내 과반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압도했다. 오 시장이 최대 승부처에서 크게 리드하면서 국민의힘 구청장, 시의원 후보들에게 긍정적 효과를 줬다는게 중평이다.

오 후보는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등과 공동 유세를 갖는 등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강행군을 했다. 특히 "대장동 악당 따라가려면 철부지 악당의 갈길이 아직 멀다"며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저격하는 등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송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오 시장에게 20%포인트(p) 안팎으로 뒤졌다. 민주당 서울 구청장 후보 대다수는 약세를 면치 못한 송 후보 탓에 고전하고 손해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송 후보 부진 원인으론 '명분 없는 출마'가 1순위로 꼽힌다. 20대 대선 패배 책임이 큰데다 인천시장을 지낸 그가 공천받는 과정에선 당내 반발이 심해 갈등이 가시화한 바 있다. 송 후보가 오 시장 승리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물론 오 시장이 4·7 보선 당선 후 시정을 잘 이끌었다는 호평이 이번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10년동안 수모를 당하고 욕을 먹으면서도 흔들림없이 중도노선을 지켜온 게 오 시장의 최대 자산"이라며 "이제사 국민들이 호응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네가 당을 망가뜨렸다'는 지지층 비난이 이어졌다"며 "오 시장은 당대표 선거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른쪽으로 가지 않고 중심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정권 교체로 여당 후보가 선전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가 마련된 점도 한목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과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 대형 이벤트도 잇따른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청와대를 개방한 건 오 시장에겐 '보약' 같은 호재였다.

오 시장은 2000년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뒤 정치개혁을 추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돈 안쓰는 선거 문화를 정착시킨 정치자금법 개정안인 이른바 '오세훈법'이 대표적 성과물이다. 200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계를 떠났을 때는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의 요청으로 출마해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꺾으면서 첫 서울시장이 됐다. 당시 나이 45세였다.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선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이념적 유연성과 '소통령' 두 번의 경륜·중량감. 훤칠한 키와 잘생긴 외모에다 세련된 화술까지. 팬덤을 거느릴 정치적 자산과 인간적 매력이 넘쳤다. 여론조사를 하면 늘 10% 안팎의 고정 지지율이 나왔다. 일찌감치 잠룡 반열에 오는 이유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가 변곡점이 됐다.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20대 총선,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대표 선거, 2020년 21대 총선. 나가는 선거마다 말아먹어 정치적 암흑기를 보냈다.

4·7 보선은 반전의 기회였다. 10년 만에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불과 1년여 만에 또 한 번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YTN방송과 인터뷰에서 "4선이라고 해봤자 재임기간이 6년밖에 안된다"며 "4선 같지 않은 4선이다. 2.5선"이라고 몸을 맞췄다. 오시장은 전날 1년여의 짧은 세 번째 임기를 마쳤다. 앞으로의 서울시를 '약자와의 동행 특별시'로 규정하고 1호 공약으로 '취약계층 4대 정책'을 제시했다. 청년·환경 분야 등의 공약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 못지않게 훨씬 더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장으로 재선되더라도 성과가 없으면 다음 대선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5선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시선은 차기 대권에 쏠려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오 시장은 20대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대권이 아닌 4·7 보선 출마를 택했다. 오 시장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반문 중심축이자 야권 후보로 급부상한 윤석열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오 시장이 진로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 선택은 성공했다. 한차례 미뤘기에 이번엔 실행에 나설 타이밍인 셈이다.

대권 도전을 위해 오 시장이 풀어야할 숙제는 당내 지지그룹을 확대하는 일이다. 특히 원내 지원 세력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서 오 시장을 목숨 걸고 지키며 따르겠다는 충성파는 제법 있다"며 "그러나 당내 의원 그룹 중에선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원이 10명 정도는 있어야 차기 대권 경쟁에서 세력 싸움을 해볼 수 있다"며 "이른바 '친오(친오세훈) 그룹'을 확보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국정을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됐던 부동산 정책이 관건이다. 보수에 가까운 윤 대통령의 노선과 오 시장의 중도가 불협화음을 내지 않게 하는 게 필요하다. 4선 시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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