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선거 지면 이재명 대신 아웃?…'586 용퇴론' 왜

허범구 기자 / 2022-05-26 10:25:54
민주 지도부·의원·강성 당원, 朴 성토·사퇴 압박
李 "공감" 朴 엄호…"내부 문제 선거에 영향 없어"
진중권 "朴논란, 李 부진때문… 대신 희생양될 듯"
李·朴 교감설도…판세 반전 충격·책임 차단 목적
트위터선 "朴 지키자" 응원…사퇴시 역풍 거셀듯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의 '586 용퇴론' 후폭풍이 26일에도 이어졌다. 6·1 지방선거가 엿새 남은 시점이다. 당에선 박지현발 쇄신의 타이밍과 내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왜 하필 지금이냐", "누구까지 나가란 말이냐"는 의문과 항의가 꼬리를 문다. 

박 위원장은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떤 난관에도 당 쇄신과 정치개혁을 위해 흔들림 없이 가겠다"며 '소신 행보'를 재확인했다. 그는 "제가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광기에 익숙해져버린 우리당의 모습이었다"며 "민주당을 바꿀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왼쪽)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뉴시스]

박 위원장 페이스북엔 이날 격려하는 내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버릴 말이 하나도 없다" "긴 싸움이 될 거니 지치지 말고 함께 이겨내자" "위원장님 이해하고 응원하는 당원이 10배 더 많다" 등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저격하는 댓글이 여전히 다수였다. "반성하는거면 내려오면 된다" "전쟁중에 왜 자꾸 분란을 야기하냐" "민주당 망하게 하려는 첩자" 등이다. "정신감정을 받아봐야 한다"는 험구도 있었다.

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도 박 위원장 성토가 꼬리를 물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등 지도부와 김민석·전해철·정청래·김용민 의원 등은 박 위원장을 '왕따'시키는 모양새다.

특히 윤 위원장은 박 위원장을 '투톱'으로 대접하지 않고 '개인 정치 행보'로 깎아내렸다. 당 일각에선 박 위원장이 차기 당권을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엿보인다. 윤 위원장 대응은 이를 반영한 반감 표시로 비친다. 박 위원장이 '바지사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이날 YTN 방송에서 "박 위원장이 리더십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며 "다른 의견을 내면 기득권자들이 리더십을 흔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박지현 폭탄'이 터졌을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이재명의 부진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위원장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 지역구는 따놓은 당상으로 여겼는데 대선 후보가 무명의 0선 후보한테 밀려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박 위원장 스스로 위기 상황으로 판단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이 대선 이후 반성해야 하는데 검수완박, 박완주 의원 성추행, 최강욱 의원 지키기 등 달라진 게 없어 "어차피 패배할 것이기에 (박 위원장이) '내가 승부수를 하나 던져야겠다'고 해서 지금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진두지휘한 이재명이 책임져야 하는데 '이분한테 책임을 지울 수가 없어요'라고 하면 그 책임을 누구한테 지우겠나"라며 "제일 만만한 게 박지현이다. 결국 희생양이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박 위원장을 감쌌다. 지난 24일 박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회견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또 이날 BBS라디오에서 "민주당 내부 문제가 선거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박 위원장을 영입했기 때문에 '쉴드'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과 '586 용퇴론'이 이 위원장 측과 '교감'하에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측이 불리한 판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충격요법'을 썼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위원장 메시지를 보면 당의 고질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며 "26세 정치 초년병이 혼자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내공이 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위원장으로서는 선거 패배 책임에 대한 부담을 피하고 중도층 공략을 위한 최후의 방법을 써야할 필요성이 컸을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자의반 타의반 총대를 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위원장은 개혁 이미지를 각인하고 정치적 위상을 키우며 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어 손해볼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586 용퇴 이야기했으면 광역단체장·지방선거 후보에서 586을 모두 못나가게 했어야 한다"며 "굉장히 위선적이고 뒷북"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 타이밍은 박 위원장) 개인이 부각된다"며 "딱 민주당의 '리틀 송영길'(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같은 행태를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 져서 박 위원장에게 책임론이 쏠린다면 거센 역풍이 예상된다. 박 위원장 응원 움직임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나타내는 '트렌드'에는 '#박지현을_지키자'는 해시태그가 올랐다. 이 태그가 달린 글은 이날 오전 1만개를 넘겼다. 국민의힘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YTN방송에서 "박 위원장이 기득권에 균열을 냈다"며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많은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세력들을 구축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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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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