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통계를 '선전 지표'로 활용…'위기'를 '기회'로 활용
턱없이 낮은 코로나 통계 발표…'보건성 국장 류영철' 앞장 북한은 2주일 전인 지난 12일 새벽에 개최한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식 확인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2020년 2월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한 이래, 2년 넘게 국경 봉쇄조치로 '코로나 청정국'임을 고수해온 북한이 심각한 '코로나 위기'에 직면했음을 국제사회에 인정한 것이다.
북한의 '비상방역법'에 따르면 최대비상체제는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된 경우' 취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국가비상방역조치다.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파괴적인 재앙'은 김정은 정권에도 치명적인 재앙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의 코로나 봉쇄 실패 인정은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코로나19 치명률 0.002%는 턱없이 낮은 수치
그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인정한 이후 날마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보' 형식으로 신규 및 누적 발열자(유증상자) 현황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표하고 있다.
정권의 유불리에 따라 정보를 조작-통제하는 북한 정권의 속성에 비추어보면 전례 없이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유증상자와 사망자 집계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북한은 26일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신규 사망자 수가 사흘째 '0명'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보'를 인용해 지난 24일 오후 6시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새로 발생한 발열 환자는 10만5500여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말부터 누적된 발열 환자는 총 317만380여명이며 이 가운데 289만8천500여명이 완쾌되고 27만1천81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누적 환자 대비 완쾌율이 무려 91.43%나 되는 반면에 누적 사망자는 사흘째 68명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환자의 상당수가 무증상인데 북한은 검사 장비가 없어 '확진자' 대신 '유열자'라는 용어로 의심 환자를 집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그보다 몇 곱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 당국이 발표한 집계에 근거한 치명률 0.002%(25일 현재 누적 발열자 317만380여명, 누적 사망자 68명 기준)는 코로나19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25일 현재 '코로나19 실시간 상황판'에 따르면, 전 세계 치명율은 1.19%, 한국의 치명율은 0.13%이다. 전 세계 인플루엔자 평균 치명률 0.1%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김규현 국정원장 후보자도 25일 비공개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코로나 통계에 대해 "사실과 거리가 있는 통계숫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선전 지표'로 활용
더욱이 북한은 지난해 6월 유엔에 제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보고서'에서 낮은 기술 기반과 필수 의약품 부족으로 내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북한은 인력과 시스템의 부재로 군인들을 의약품 공급사업에 대거 투입한 데 이어, 의료일꾼 양성기관 학생들과 은퇴한 퇴직자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볼 때, 북한이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한 12일 하루 발열자가 1만8천여명이었는데 나흘째인 15일 하루 발열자가 39만2920명까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확산세였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15일을 정점으로 그 이후 닷새 동안 신규 발열자 수가 20만명대를 유지했고, 21일부터는 10만명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있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당 선전선동부와 관영매체들은 매일 북한의 안정된 전염병 전파 및 치료 상황에 이어 '국제소식'을 전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코로나19 상황과 대비시키고 있다.
의료 인력과 치료약품이 부족한 북한의 취약한 보건의료 인프라를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통계이지만,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유증상자와 사망자 수치를 북한 주민들에게 당과 방역 당국이 능히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전 지표'로 활용하는 셈이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매일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것은 당국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대전'에 앞장선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북한 당국이 매일 '선전 지표'를 발표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 바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류영철'이다.
북한의 '비상방역법'에는 '중앙비상방역지휘부'로 규정돼 있지만 북한은 방역을 주관하는 중앙통제기관을 '국가비상방역사령부'로 호명하고 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건국 이래의 대동란'으로 규정하고 당 선전선동 부처에서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이니 '방역대전'이니 하는 전투적 용어를 구사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보건성 국장인 류영철은 지난 16일 조선중앙TV '8시보도'에 처음 등장해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발표한 데 이어, 2~3일 간격으로 녹화보도에 고정 출연해 신규 및 누적 발열자와 사망자 현황 및 방역 실태 등을 발표했다.
류영철은 이날 '전국적인 전염병전파 및 치료상황 통보(5월 16일 18시~17일 18시)'에서 "현재 국가적인 조치들이 강력하게 취해지고 있는 가운데 3천명의 인민군대 군의(軍醫)부문 전투원들이 평양시 안의 수백개의 약국에 전개돼 의약품 조달과 공급사업을 힘있게 벌이고 있다"고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또 "전국적으로 142만8천여명의 방역-의료 부문 및 위생 담당 일꾼들, 그리고 교원학생들이 주민들에 대한 위생선전 사업과 검병검진사업 그리고 지도사업에 투신하고 있다"면서 주먹을 불끈 쥔 제스처까지 써가며 힘주어 말했다.
류영철은 24일 조선중앙TV 녹화보도에서는 '주간 분석'을 통해 도시 지역에서는 4월 말부터 발열자가 급증해 지난 15일 고점을 찍고 뚜렷하게 감소한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지난 20일 발열자 수가 최고에 이르렀다가 이후 추세가 꺾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5월 15~21일 한 주간을 비교해보니 평양, 평남, 함북, 함남 등 네 군데서 발생한 발열자 수가 전국적으로 발생한 발열자의 53%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5월 8~20일 동안 도농간의 발열자를 비교분석한 결과, 도시 지역에서는 4월말부터 급증해 5월 15일 최고조 이후 뚜렷하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반면에 농촌지역은 도시보다 5일 뒤인 20일 최고조 이르렀다가 감소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렇게 전염병 전파상황이 지역별로 차이 나는 데에 맞게 각급 비상방역기관들과 치료기관들은 특히 농촌지역에서의 전염병 전파를 철저히 막고 방역과 치료사업을 적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급에 차이가 있고, 발표하는 방식도 대조적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북한의 비상 방역대전 기간에 조선중앙TV에 고정 출연하는 류영철의 역할은 '한국의 코로나 방역사령관'이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해당되는 셈이다.
조선중앙TV에 고정 출연하는 '북한의 정은경', 류영철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연일 조선중앙TV에 고정 출연해 코로나19 전파 및 치료 상황을 발표하는 '북한의 정은경', 류영철은 누구일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 누리집에서 '류영철'로 검색하면 각각 5건과 3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이 가운데서 김정은 위원장의 시정연설을 접하고 기고한 '헌신적 복무정신으로 심장을 끓이며'(노동신문 2019년 4월 24일 4면) 제하의 기사에서 '보건성 국장 류영철'은 이렇게 말했다.
"최고영도자 동지의 역사적인 시정연설을 자자구구 학습하면서 인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보건부문 일꾼들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우리는 현실에 몸을 푹 잠그고 걸린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함께 찾고 연구사업도 적극 떠밀어주어 인민들이 우리 나라 사회주의보건제도의 혜택을 더 잘 받아 안도록 하는데 기여하겠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앙통신(2017년 7월 4일)에 보도된 '살인악귀들은 피할 자리는 지구상에 없다'는 제하의 북한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 연합성명에 대한 인민의 반응을 전한 기사이다.
'보건성 국장 류영철'은 연합성명은 극악한 살인악마들에 대한 치솟는 증오와 분노의 피를 끓게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최고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 물질에 의한 국가테터를 감행하려고 한 극악무도한 범죄일당이 적발되어 천만군민의 분노와 적개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런데 또다시 천하악귀 박근혜년과 리병호 일당이 하늘의 태양을 어째보려고 '북(北)지도부 제거' 작전이라는 것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잔악한 '암살' 음모까지 꾸며왔다니 이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의 삶과 운명의 전부인 최고수뇌부에 도전해 나서고 감히 수뇌부 안전을 해치려는 자들에 대해서는 이 세상 끝에라도 따라가고 천길 땅속을 파헤쳐서라도 더러운 몸뚱이를 무자비하게 칼탕쳐야 한다는 것이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를 생명으로 하는 천만군민의 단호한 징벌의지이다."
2017년 7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구속된 이병호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 원장 재임 중에 '북한 지도부 제거' 작전을 추진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그러자 북한이 이른바 '최고 존엄'의 안전을 헤치려 했다며 거칠게 반응한 것인데, 그때 류영철이 '수령결사옹위'의 선전전에 앞장선 것이다.
요즘 조선중앙TV에 고정 출연해 코로나 상황을 발표하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류영철'은 5년 전에 '천하악귀 박근혜년'이라고 욕설을 퍼부은 '보건성 국장 류영철'과 동일 인물인 것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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