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시절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 입장 밝혀
전문 수록 논의, 1987년 포함 두 차례 진행됐지만 무산
野 "헌법개정특위 구성하자" 與 "긍정적…신중해야"
전문가 "말의 성찬뿐…현실적 방안 내놓는 게 중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서다.
국민의힘에서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등 긍정적 반응이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개헌을 위한 입법 절차가 녹록지 않은 데다 헌법 전문 수록 외에 권력구조 개편 등 다른 사안이 함께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산넘어 산'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5·18 민주묘지에서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당연히 개헌 때 헌법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전부터 늘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5·18 정신을 부정하는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취지에 찬성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난 2월 민주묘지를 다시 찾은 자리에서도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다는 제 입장은 똑같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대선 공약에는 넣지 않았다. "헌법 개정이 대선 공약이 될 수 없다. 국민 합의에 따라 헌법 개정이 될 때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게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5·18 정신은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강조해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5·18 유가족과 '민주의 문'으로 입장하는 등 파격 행보를 통해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2018년에도 부마항쟁과 5·18, 6·10항쟁 정신을 전문에 포함하는 개헌안이 대통령 발의로 논의됐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시작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헌법 수록 논의에 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전문에 넣는 것은 개헌을 상정하는 일인데 개헌 논의가 있을 때마다 권력구조 개편 등이 같이 등장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 없고 기약 없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 의견을 수렴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 있다"고 강조했다.
부정적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개헌 얘기를 꺼내는 것은 아직 권력 초기라 시기적으로 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 국정 운영 동력이 개헌 논의로 소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개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현 정치개혁특위를 확대 개편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취지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하반기 원구성 때 헌정특위를 구성해 헌법 개정 논의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예고했다.
개헌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국민투표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이런 것을 할 수 있다'라는 식의 약속을 하며 경쟁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개헌을 할 거면 언제까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하겠다는 것을 보여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말의 성찬만 넘쳐 흐른다"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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