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첫 시정연설…"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의회주의"

장은현 / 2022-05-16 12:24:27
하늘색 넥타이…연설 후 민주·정의당 의원들과 악수
키워드 '협치'와 '소통'…"초당적 협력으로 위기 극복"
"정치·경제질서 급변…경제위기, 취약층에 더 큰 고통"
"연금·노동·교육개혁 안 하면 지속가능성 위협 받아"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민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이 이른 시일 내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경, 안보, 개혁 과제 등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했다. 취임 후 엿새 만이다. 약 14분 동안 이어진 이날 연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도 윤 대통령이 단상으로 향할 때 기립했다. 연설 전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측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밝은 회색 정장에 다수당인 민주당의 당색(파란색)과 가까운 하늘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입·퇴장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을 한바퀴 돌며 민주당 의원들과 웃는 얼굴로 악수했다. 또 "진정한 민주주의는 의회주의라고 생각한다"며 다수당 뜻을 존중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조했다.

해프닝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의원석을 향해 인사한 뒤 연설하려 하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대통령님, 의장께도 인사하십시오"라고 웃으며 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몸을 돌려 박 의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의원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윤 대통령은 먼저 "대한민국이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국제 정치·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경제, 군사적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지정학적 갈등이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와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다.

특히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정하다. 높은 물가와 금리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뤄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선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개혁들이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게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진영과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이 협력했던 사례를 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 잡았던 (윈스턴) 처칠과 (클레멘트)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수당 처칠 수상은 2차 세계대전 중 노동당 당수였던 애틀리를 내각에 기용해 연립정부로 위기를 극복했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저는 법률안, 예산안 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겠다.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협치' 메시지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이날 의회와의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연설 중간 중간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추경에 대해선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의회주의 원리에 따라 풀어가는 첫 걸음"이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건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고 민생 안정을 충분히 지원하면서도 재정의 건전성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 온전히 보상 △방역과 의료체계 전환 지원 △물가 등 민생 안정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지원 방안으로는 △370만 소상공인 업체에 600~1000만 원 보전금 지원 △저소득층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의 한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저소득 문화예술인 등 총 89만 명에게 고용, 소득안정자금 지원 등을 제시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한 북한의 상황 관련한 발언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정치, 군사적 고려 없이 언제든 열어놓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 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를 놓고선 "형식적 평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와 남북간 신뢰 구축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 관련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내각 인준 등을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도 나왔다. "다른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께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도와줄 것을 부탁드린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민생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길 희망한다"고 마무리했다.

발언을 마친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떠나기 전 여야 의원에게 다가가 일일이 악수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첫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강조한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그러나 취임 후 일주일 동안 보여준 모습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며 "진정으로 협치를 추구한다면 먼저 내각과 비서실에 부적절한 인물들을 발탁한 것에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공감하고, 야당과 책임 있는 대화로 약속을 증명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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