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취임사 키워드 '자유', 35번 언급…협치·통합은 없어

장은현 / 2022-05-10 15:15:32
尹 대통령 취임사…"번영과 성장의 열쇠는 자유"
위기극복, 사회갈등·양극화 해결, 한반도평화 강조
'반지성주의적' 정치 비판…'거야' 겨냥 분석 나와
'통합 정치' 약속했지만 취임사에는 메시지 전무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는 '자유 수호'가 핵심 키워드다.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번영과 성장, 대내외적 위기 극복의 열쇠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16분 연설 중 35차례나 자유를 언급했다. 

시대정신인 '통합'의 강조는 전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당선 후 첫 연설에서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취임사에서는 통합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추상적이었고, 어려웠다는 평가가 적잖았다. 5년간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았다는 얘기다. 취임사는 윤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3500여 자 분량의 취임사를 읽었다. △위기 극복 △자유 가치 공유 △양극화와 시회 갈등 해결 △한반도 평화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먼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윤 대통령 시각이다. 그러면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규정했다. 

반지성주의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지성주의' 대상을 적시하지 않았으나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입법 폭주'를 서슴지 않아 '대선 불복'이라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온다. 신구권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건 이와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이 '다수의 힘'을 거론한 건 민주당을 직격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반감이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어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 만큼 '자유'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게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결론이다. 자유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가 정치를 살려 반지성주의를 척결하고 위기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의 꽃이 피었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그것이 방치된다면 나 자신과 공동체의 자유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라며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총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 도와야 한다"고 했다.

자유가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 보장"으로 짚으면서다. "모두가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평화' 부분에서도 자유민주주의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평화는 자유를 지켜주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어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전환'을 주문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극화와 사회 갈등 해결을 강조한 부분에선 '과학기술의 발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오로지 과학과 기술, 혁신에 의해서만 도약과 빠른 성장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양극화와 갈등의 근원이 제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도약과 성장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사회 이동성을 제고한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와 협력하고 연대해야만 한다"고 당부했다.

통합과 소통은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당선 후 첫 연설에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까지 했던 윤 대통령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의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취임준비위원회 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취임사 준비 과정에서 많은 전문 인력들이 아이디어를 냈지만 최종적으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쓴다고 해 변동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취임사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으니까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본인이 강조하는 국정 철학을 중점에 두고 취임사를 작성하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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