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만 더 큰 도약"…성과만 늘어놓은 文 퇴임연설

조채원 / 2022-05-09 14:11:42
'위대한 국민' 언급…대북관계·코로나 극복 자화자찬
새 정부에 통합 주문…"갈등 메우고 국민 마음 하나로"
"촛불열망에 우리 정부 얼마나 부응했나 숙연한 마음"
국정 전반에 공과 있어…부동산·내로남불은 최대실책
국민의힘 "역대최악의 국민분열…모두의 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저의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며 "힘들었지만 대한민국은 더 큰 도약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발표한 퇴임 연설에서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온 시기"라며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없이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 임기는 이날 자정 종료된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남북관계, 코로나19 극복 등을 돌아봤다. 남북관계에 대해 "임기 초부터 고조되던 한반도의 전쟁위기 상황을 대화와 외교의 국면으로 전환시켰다"고 자랑한 뒤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방역진,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이 담겼다"며 '정부 몫'을 빼놓지 않았다. 이어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어느덧 민주주의, 경제, 수출, 디지털, 혁신, 방역, 보건의료, 문화, 군사력, 방산, 기후위기 대응, 외교와 국제협력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국가가 돼 있었다"며 'K방역 효과'를 거듭 부각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한 점과 3만5000달러를 넘은 1인당 국민소득, 한류문화,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성과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소환해 국민 역량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한 뒤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적폐청산'은 제도 개선보다는 인적 청산에 매몰된 탓에 미래를 향한 국정에 무게를 두지 못했다. 또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정치보복 우려가 국민들의 피로감을 키웠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문재인 정권이 촛불정부에 대한 국민적 염원에도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였고 이는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이어졌다는 '책임론'을 의식한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통합을 과제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며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만 중시해 팬덤을 통한 '분열정치'로 일관한 탓에 진영 대결과 국민 갈등이 어느 때보다 극심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통합을 주문하는 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불행하게도 문 대통령 5년 동안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국민 분열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에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퇴임 후 '문재인 정치'를 겨냥한 견제와 경계심이 읽힌다.

문 대통령이 퇴임 연설에서 성과를 늘어놓은 배경에는 대선 패배 이후 '실패한 정부'로 평가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것과 상관없이 성과에 대해서는 역사와 국민에 평가를 맡기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감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는 긍·부정 평가가 엇갈린다. 외교안보·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영역에서 공과가 있으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로 상징되는 편중인사 등에서 보인 내로남불 형태는 정권 교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도 부동산 실책은 인정했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수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이 성과로 내세운 대북 정책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명암은 존재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 선언' 과 '9·19 군사합의'를 이끌어 내 남북 간 긴장 완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와 ICBM 발사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이 끊이지 않은 건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눈치를 지나치게 보며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올인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결국 파국을 맞았다. 북한은 올들어 미사일을 14번이나 쐈다.

문재인 정부는 K-방역에 대해 '전면 봉쇄 없이 사망자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수했다'고 자평했다. 의미있는 성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백신 수급 초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점,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확진자가 수십만 명 수준으로 폭증한 점,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격차 심화 등은 실책으로 꼽힌다.

"자연으로 돌아가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는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청와대를 떠난다.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양산 사저로 향할 예정이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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