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文대통령에 "권력 사유화로 검수완박 주목 받아"
文대통령, 인터뷰서 검수완박 중재안 편들고 尹 비판
與, 한동훈에 "양심 운운 자격 있나…입법권 흔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이에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을 "아이러니"라고 깎아내리자 윤 당선인 측은 "윤 당선인 탄생 배경은 정권의 권력 사유화"라고 반격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얼어붙은 정국에서 신구 권력이 재충돌하며 대치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6·1 지방선거가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아 여야 전면전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해 진영 대결을 조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당선인은 26일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며 최대 현안인 검수완박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민주당이 이달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한 검수완박 법안은 위헌 소지가 다분한 졸속 법안이라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윤 당선인도 검찰총장 시절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반대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헌법은 민생 현장에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해야 미래의 번영과 발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헌법 수호' 발언은 윤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힌 직후 나왔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취임 후 선량한 국민을 지키기 위한 헌법 가치를 수호하는데 국민께서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우회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그간 일정한 거리를 두던 윤 당선인의 검수완박 입장은 이날 구체화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기자간담회, JTBC와 인터뷰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을 두고 "합의가 잘 됐다"고 평가한데 대한 맞대응으로 보인다.
배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에 대해 말씀을 줬다"며 "윤 당선인은 정치권의 기득권 수호나 정치 범죄 성역화를 위한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라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질을 생각해 보면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논쟁들이 국민들로부터 주목받는 것"이라며 "지난 시절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 등 정부 부처의 모든 권력기관을 통해 상대 진영을 압박하며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데에 국민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탄생한 배경도 바로 그 때문 아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현 정부 관련 사건들을 '권력 사유화' 사례로 규정하며 이를 수사한 윤 당선인이 견고한 정권교체 요구를 수행할 적임자로 떠올라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게 배 대변인 주장으로 읽힌다.
배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의 당선을 '참 아이러니하다'라고 말했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누구보다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유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대립이 가시화하자 양 진영도 날선 발언으로 보조를 맞췄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검사의 수사권을 빼앗아 버리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잘 판단하고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는다"고 압박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현장을 책임지게 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몸을 사리고 침묵하는 건 직업 윤리,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던 한 후보자 발언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한 후보자는 "(검수완박은) 범죄 대응 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라고 혹평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 앞에 겸허해야 한다"며 "(윤 당선인 관련 언급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윤 당선인)과 감사원장(최재형 의원)이 상대 당의 대통령, 국회의원이 돼 있는 상황 자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라며 "그분들의 정당 참여가 국민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일이었다면 당선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의 발언에 특별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한 후보자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후보자가 양심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여야가 합의한 검찰 정상화 입법을 국민의힘 대표가 한 후보자의 의견을 들은 뒤 뒤집었다"고 공격했다.
이 대변인은 "국회의 입법권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뒤흔드는 이 초헌법적 상황이 정상인가"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공격을 많이 받은 건 사실인데 퇴임 전 인터뷰에서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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