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 말로만 권한 주는 건 아닌지 지켜봐야" 새 정부에선 '책임총리·책임장관제'가 과연 실현될까. 이것만큼 '단골'로 채택됐다 무산된 공약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엔 관심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조각에서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내세워 역대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서다.
이 제도는 총리와 각 부처 장관에게 인사권 등 독립성을 보장해 '책임 내각'을 구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적어도 내주 새 정부의 전체적인 내각에 대한 발표와 구성을 설명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책임총리·책임장관제를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역대 많은 정부에서 이 제도를 얘기했지만 실천되긴 쉽지 않았다"며 "윤 당선인은 '내각에서 장관이 함께 일할 차관을 추천해야 한다'는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해 각 부처 일에 있어 완결성을 꾀하겠다"고 공언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후보자를 지명하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부라는 것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 차관 같은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라면서다.
윤 당선인은 특히 차관 인선과 관련해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장관 의견을 가장 중시할 생각"이라며 장관 인사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후보자도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며 '책임총리제'에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말한 것은 총리와 장관 등이 제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함께 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으면 진정한 의미의 책임총리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측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진정한 책임총리제'를 실천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와 지명 전날 샌드위치를 먹으며 3시간 회의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지명 문제로 총리를 만나러 간 것인데, 한 후보자는 장관 인선안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 후보자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샌드위치 회의 전날 장관 인선안 전체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로만 책임총리가 아닌 인선부터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는 윤 당선인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내각 인선은 윤 당선인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총리 후보자와 함께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대통령 권한을 분할해 책임총리제로 가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후보자가 전날 지명 소감을 전하고 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 동안 윤 당선인이 밖에서 서있었지 않냐"며 "그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 질의응답이 끝난 뒤 다시 회견장으로 돌아와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현재 이 제도와 관련해선 인수위 산하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가 실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국무총리가 장관 인사 추천권을 갖고 대통령이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권력을 나누는 방안이 우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당선인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없앤다고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장관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싶다"며 "그동안 책임장관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이유가 청와대 수석들이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다만 "한국은 1년마다 한 번씩 장관이 바뀌기도 했는데, 미국식으로 얘기하면 책임장관제는 대통령과 임기를 거의 같이 하는 수준 혹은 최소 2~4년 정도 맡는 것"이라며 "이 개념을 기준으로 하면 실현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총리제와 관련해선 "당에서 가장 실력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총리를 맡을 때 그 지위가 보장되는 형태"라며 "한 후보자는 당내 영향력이 있다거나 당선인과 오랜 정치적 신뢰 관계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말로만 권한을 주는 게 아닐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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